강연

파커 파머는 인정받는 학자며 사회운동가였습니다. 퀘이커 공동체에 참여한 후에는 영적 스승의 길도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사십 대에 심한 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 사회적, 영적으로 존경받던 그였기에 수치심에 시달렸고, 죽음까지 생각할 정도로 괴로웠습니다. 다행히 파머 곁엔 지혜로운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더이상 길이 열리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해하는 그에게 한 친구가 말해줍니다. “내 앞에서 길이 열린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 반면에 내 뒤에서는 수많은 길이 닫히고 있었어요. 이 역시 삶이 나를 준비된 길로 이끌어 주는 또 하나의 방법이겠죠.” 우울증을 마치 “지옥 구덩이”로 내려가는 것처럼 생각하는 파머에게 그의 심리치료사가 묻습니다. “당신은 우울증을 당신을 망가뜨리려는 적의 손아귀로 보는 것 같군요. 그러지 말고 당신을 안전한 땅으로 내려서게 하려는 친구의 손길로 생각할 수 있겠어요?”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는 불안에 시달렸던 이의 ‘생존기’가 아니라 어둠 속으로 용기 있게 들어가 삶이 해 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와 자기 소명대로 살게 된 한 구도자의 ‘순례기’입니다. 파머는 “빛으로 가득한 성지에 이르기 전에 반드시 어둠의 여행을 거쳐야만 한다”고 합니다. 파머의 안내로 빛을 향한 어둠의 여행을 함께 떠나보겠습니다.

참고서적 : 파커 파머, 홍윤주 옮김,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한문화, 2019)

연사 : 정경일 교수

프로필 : 

현 성공회대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전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원장

저서(공저) :

<순례>(산해, 2007), <사회적 영성>(현암사, 2014), <고통의 시대 자비를 생각한다>(분도출판사, 2016), <아픔 넘어 : 고통의 인문학>(인터하우스, 2019), <일본의 종교문화와 비판불교>(동연출판사, 2020) 외

역서 :

<신성한 목소리가 부른다 : 개인의 소명과 사회적 양심>(분도출판사, 2019), <붓다 없이 나는 그리스도인일 수 없었다>(클리어마인드,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