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그 장점과 유익함에도 불구하고 매우 연약한 제도로,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특히, 민주주의 헌법만으로는 실패를 방지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20세기 후반, 민주주의는 국민을 억압과 고통에서 해방시키는 가장 신뢰할 만한 통치 방식으로 여겨져 이를 위해 많은 나라들이 혁명과 변혁을 감수하며 민주주의를 쟁취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알리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지금까지 인류가 고안한 정치 체제 중에서 최악의 정치를 막는 데 가장 효과적인 체제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습니다. 이는 민주주의가 최선의 정치를 보장하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체제들이 저질러온 심각한 오류와 폐해를 잘 방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오용하지 않고 올바르게 활용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제도로 정착하는 일, 유지하는 일 모두 어려운 과제입니다. 민주주의는 여전히 실패 가능성이 높은 체제로, 늘 위기 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최소한 두 가지 원리가 필수적입니다. 바로 ‘법치주의’와 ‘견제와 균형’의 원리입니다. 흔히 국민이 직접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을 민주주의의 핵심이라 여기지만, 이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올바른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법치주의와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해야 합니다.
또한 최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급격한 기술 혁명입니다. 새로운 첨단 기술은 인간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만, 그 충격과 민주주의에 미칠 영향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과연 민주주의가 기술 혁명이 가져 오는 문제 해결에 적합한 체제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최악의 경우 민주주의가 더 이상 현대의 삶과 부합하지 않는 세상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민주주의는 만능이 아니기 때문에 유지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
윗글은 김영평, 최병선, 배수호, 구민교, 이민창, 이혁우, 김서영 7인 전문가의 민주주의에 대한 의견이 집약된 『민주주의는 만능인가』 결론 부분을 발췌/편집하여 작성된 글입니다. |
‘‘지혜의 나무’를 사랑해 주시는 여러분. 어느덧 6개월간의 민주주의 탐구 여정을 마무리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2024년 하반기 동안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전문가 5인이 추천한 책들을 통해 다양한 관점과 통찰을 공유해 왔습니다. 민주주의는 우리 모두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가꾸어 나가야 할 가치입니다. 그 여정 속에서, 우리는 민주주의가 단순히 제도가 아닌, 우리 삶의 방식이자 책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민주주의는 완벽하지 않으며 때로는 연약할 수 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큰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번 호의 추천서인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 『영성없는 진보』, 『22세기 민주주의』, 『동물주의 선언』까지 민주주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고민하며 독서했던 시간이 여러분의 일상과 사고의 폭을 넓히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6개월간 민주주의 관련 독서를 함께해 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지혜의 나무’와 함께 더 풍성한 지혜를 쌓아가길 기대합니다. 2025년은 새로운 주제와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이번 호에는 김홍중 교수의 선정 도서와 추천사가 함께 실립니다. |
📚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고병권 지음, 그린비, 2011 |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사실 고대 사회에서도 민주주의의 비난자들은 민주주의 원리 안에 내재한 역설과 무분별을 조롱하곤 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조롱이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왔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그들이 조롱한 대목에 민주주의의 어떤 핵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즉 민주주의에 대한 그들의 비난에서 나는 민주주의를 지지해야 할 이유를 발견한다.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현재적 이해를 갱신하는 중요한 자원이 거기 있다고 생각한다. (p.14) |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고병권의 이 책은 민주주의에 대해 우리가 흔히 갖고 있는 상식, 통념, 견해를 뒤흔드는 철학적 성찰을 제공한다. 우리는 과연 민주주의의 이념과 역사과 작동 방식을 잘 알고 있는가? 민주주의는 과연 다수자의 통치 시스템인가 아니면 소수자들을 배려하고 위하는 정치 시스템인가? 민주주의는 민주화라는 제도의 설립을 통해 달성되는 목표인가? 아니면 끝없이 재발명되고 실험되어야 하는 고된 과정인가? 고병권은 이 근본적 질문들에 대해 급진적이면서 동시에 명료하고 설득력 있는 문제제기를 시도한다. 짧은 책이지만, 강력한 성찰의 시간을 제공한다. - 김홍중 교수 |
📚 『영성없는 진보』 김상봉 지음, 온뜰, 2024 |
비판과 형성의 사이에서 민주주의는 서로주체성의 형성원리이다. 그것은 타자적 주체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된다. 이 존중 위에서 각자는 하나의 주체로 정립된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야말로 모든 참된 만남의 전체이거니와, 서로 다른 주체들의 차이와 타자성이 ‘보다 높은 하나’로 나아가는 과정이 민주주의이다. 그 ‘보다 높은 하나’ 속에서 나와 나의 타자성을 지양되고 개별적 주체는 ‘우리’라는 서로주체로 고양된다. 그렇게 우리가 된 공동체가 나라이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기 상황에 처했다는 것은 그것이 서로주체성의 형성에 실패했다는 것, 너와 내가 우리로 고양되지 못했다는 것, 아니 더 정확하게는 너와 내가 적대적 분열로 치닫고 있다는 것,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하나의 국가를 형성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p.36) |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졌다는 진단이 도처에서 들려온다.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작동에 뭔가 문제가 발생하여 심화되는 현실을 우리는 매일 목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철학자 김상봉은 이에 대하여 매우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진단을 내린다. 그에 의하면,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우리 정신의 위기,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영성의 부재에 기인한다. 민주주의의 영성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회복할 수 있을까?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 김홍중 교수 |
📚 『22세기 민주주의』 나리타 유스케 지음, 서유진/이상현 옮김, 틔움출판, 2024 |
정치인 무용론 인간 정치인이 책임을 진다고 맹신하는 일은 죽은 사람에게 책임을 추궁한다는 일과 같다. 말이 통하지 않고 아무 말도 없는 자가 어떤 반성과 변명을 할까? 살아있는 고양이나 불면불휴의 알고리듬보다 정치인이 더 책임감 있다고 믿는 이유는 무엇일까? (p.189) |
저자는 21세기가 아닌 22세기의 민주주의를 논한다. +우리가 생각하고 상상하는 미래보다 더 먼 미래를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그 핵심에는 민주주의를 일종의 ‘데이터 변환 장치’로 보는 관점이 있다. 즉, 저자가 보는 민주주의는 모든 주권자의 데이터를 입력하여 특정한 알고리즘을 통하여(가령 선거) 의사결정을 도출하는 장치다. 바로 이 장치를 21세의 알고리즘 기술과 결합시키자는 발상이다. 선거를 대체하는 데이터 민주주의가 그것이다. 사실 유사한 생각은 이미 2011년에 일본의 철학자 아즈마 히로키의 <일반의지 2.0>에서 제시된 바 있다. 우리 시대에 논의되어야 하는 중요한 주제다. - 김홍중 교수 |
📚 『동물주의 선언』 코린 펠뤼숑 지음, 배지선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9 |
결국 인간, 우리 자신과의 전쟁 현재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우리에게 우리와 다른 존재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심각한 수준으로 결여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갖게 한다. 즉, 동물과 인간이 맺고 있는 관계는 우리가 타자를 받아들이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 준다. 동물에 대한 착취의 실상은 전쟁에 비견해도 될 정도로 심각한데 이는 동물을 상대로 한 전쟁일 뿐 아니라 인간을 상대로 한, 인간 사이의 전쟁, 우리 자신의 전쟁이기도 하다. (p.16) |
민주주의는 주권자들의 평등을 전제한다. 위계나 차별이 존재한다면,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이 원리는 인간에게만 적용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인간을 넘어 여러 비인간 생명체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하는 것일까? 21세기 민주주의는 바로 이 질문과 대면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의 성찰 과정에서 동물이라는 문제를 만난다. 프랑스의 철학자 펠뤼숑의 이 책은 동물의 권리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전개하면서, 동물을 ‘정치적 주체’라고 선언한다. 동물과의 관계가 우리 시대 민주주의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사고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한다. - 김홍중 교수 |
📺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I 고전5미닛 (7:25) |
*유료 협찬 콘텐츠로 2025.1.31까지 시청 가능합니다. |
📺 송동훈편 3부 ‘민주주의는 완벽한 제도인가?’ I 지식향연TV (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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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에 대한 마이클 샌델 교수의 성찰 I KBS다큐 (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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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큐레이션 레터 《위클리 지관》 어떠셨나요? 당신의 소중한 의견은 저희를 춤추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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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그 장점과 유익함에도 불구하고 매우 연약한 제도로,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특히, 민주주의 헌법만으로는 실패를 방지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20세기 후반, 민주주의는 국민을 억압과 고통에서 해방시키는 가장 신뢰할 만한 통치 방식으로 여겨져 이를 위해 많은 나라들이 혁명과 변혁을 감수하며 민주주의를 쟁취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알리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지금까지 인류가 고안한 정치 체제 중에서 최악의 정치를 막는 데 가장 효과적인 체제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습니다. 이는 민주주의가 최선의 정치를 보장하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체제들이 저질러온 심각한 오류와 폐해를 잘 방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오용하지 않고 올바르게 활용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제도로 정착하는 일, 유지하는 일 모두 어려운 과제입니다. 민주주의는 여전히 실패 가능성이 높은 체제로, 늘 위기 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최소한 두 가지 원리가 필수적입니다. 바로 ‘법치주의’와 ‘견제와 균형’의 원리입니다. 흔히 국민이 직접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을 민주주의의 핵심이라 여기지만, 이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올바른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법치주의와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해야 합니다.
또한 최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급격한 기술 혁명입니다. 새로운 첨단 기술은 인간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만, 그 충격과 민주주의에 미칠 영향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과연 민주주의가 기술 혁명이 가져 오는 문제 해결에 적합한 체제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최악의 경우 민주주의가 더 이상 현대의 삶과 부합하지 않는 세상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민주주의는 만능이 아니기 때문에 유지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윗글은 김영평, 최병선, 배수호, 구민교, 이민창, 이혁우, 김서영 7인 전문가의 민주주의에 대한 의견이 집약된 『민주주의는 만능인가』 결론 부분을 발췌/편집하여 작성된 글입니다.
‘‘지혜의 나무’를 사랑해 주시는 여러분. 어느덧 6개월간의 민주주의 탐구 여정을 마무리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2024년 하반기 동안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전문가 5인이 추천한 책들을 통해 다양한 관점과 통찰을 공유해 왔습니다. 민주주의는 우리 모두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가꾸어 나가야 할 가치입니다. 그 여정 속에서, 우리는 민주주의가 단순히 제도가 아닌, 우리 삶의 방식이자 책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민주주의는 완벽하지 않으며 때로는 연약할 수 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큰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번 호의 추천서인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 『영성없는 진보』, 『22세기 민주주의』, 『동물주의 선언』까지 민주주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고민하며 독서했던 시간이 여러분의 일상과 사고의 폭을 넓히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6개월간 민주주의 관련 독서를 함께해 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지혜의 나무’와 함께 더 풍성한 지혜를 쌓아가길 기대합니다. 2025년은 새로운 주제와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사실 고대 사회에서도 민주주의의 비난자들은 민주주의 원리 안에 내재한 역설과 무분별을 조롱하곤 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조롱이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왔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그들이 조롱한 대목에 민주주의의 어떤 핵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즉 민주주의에 대한 그들의 비난에서 나는 민주주의를 지지해야 할 이유를 발견한다.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현재적 이해를 갱신하는 중요한 자원이 거기 있다고 생각한다. (p.14)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고병권의 이 책은 민주주의에 대해 우리가 흔히 갖고 있는 상식, 통념, 견해를 뒤흔드는 철학적 성찰을 제공한다. 우리는 과연 민주주의의 이념과 역사과 작동 방식을 잘 알고 있는가? 민주주의는 과연 다수자의 통치 시스템인가 아니면 소수자들을 배려하고 위하는 정치 시스템인가? 민주주의는 민주화라는 제도의 설립을 통해 달성되는 목표인가? 아니면 끝없이 재발명되고 실험되어야 하는 고된 과정인가? 고병권은 이 근본적 질문들에 대해 급진적이면서 동시에 명료하고 설득력 있는 문제제기를 시도한다. 짧은 책이지만, 강력한 성찰의 시간을 제공한다. - 김홍중 교수
비판과 형성의 사이에서
민주주의는 서로주체성의 형성원리이다. 그것은 타자적 주체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된다. 이 존중 위에서 각자는 하나의 주체로 정립된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야말로 모든 참된 만남의 전체이거니와, 서로 다른 주체들의 차이와 타자성이 ‘보다 높은 하나’로 나아가는 과정이 민주주의이다. 그 ‘보다 높은 하나’ 속에서 나와 나의 타자성을 지양되고 개별적 주체는 ‘우리’라는 서로주체로 고양된다. 그렇게 우리가 된 공동체가 나라이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기 상황에 처했다는 것은 그것이 서로주체성의 형성에 실패했다는 것, 너와 내가 우리로 고양되지 못했다는 것, 아니 더 정확하게는 너와 내가 적대적 분열로 치닫고 있다는 것,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하나의 국가를 형성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p.36)
정치인 무용론
인간 정치인이 책임을 진다고 맹신하는 일은 죽은 사람에게 책임을 추궁한다는 일과 같다. 말이 통하지 않고 아무 말도 없는 자가 어떤 반성과 변명을 할까? 살아있는 고양이나 불면불휴의 알고리듬보다 정치인이 더 책임감 있다고 믿는 이유는 무엇일까? (p.189)
저자는 21세기가 아닌 22세기의 민주주의를 논한다. +우리가 생각하고 상상하는 미래보다 더 먼 미래를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그 핵심에는 민주주의를 일종의 ‘데이터 변환 장치’로 보는 관점이 있다. 즉, 저자가 보는 민주주의는 모든 주권자의 데이터를 입력하여 특정한 알고리즘을 통하여(가령 선거) 의사결정을 도출하는 장치다. 바로 이 장치를 21세의 알고리즘 기술과 결합시키자는 발상이다. 선거를 대체하는 데이터 민주주의가 그것이다. 사실 유사한 생각은 이미 2011년에 일본의 철학자 아즈마 히로키의 <일반의지 2.0>에서 제시된 바 있다. 우리 시대에 논의되어야 하는 중요한 주제다. - 김홍중 교수
결국 인간, 우리 자신과의 전쟁
현재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우리에게 우리와 다른 존재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심각한 수준으로 결여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갖게 한다. 즉, 동물과 인간이 맺고 있는 관계는 우리가 타자를 받아들이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 준다. 동물에 대한 착취의 실상은 전쟁에 비견해도 될 정도로 심각한데 이는 동물을 상대로 한 전쟁일 뿐 아니라 인간을 상대로 한, 인간 사이의 전쟁, 우리 자신의 전쟁이기도 하다. (p.16)
민주주의는 주권자들의 평등을 전제한다. 위계나 차별이 존재한다면,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이 원리는 인간에게만 적용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인간을 넘어 여러 비인간 생명체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하는 것일까? 21세기 민주주의는 바로 이 질문과 대면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의 성찰 과정에서 동물이라는 문제를 만난다. 프랑스의 철학자 펠뤼숑의 이 책은 동물의 권리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전개하면서, 동물을 ‘정치적 주체’라고 선언한다. 동물과의 관계가 우리 시대 민주주의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사고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한다. - 김홍중 교수
*유료 협찬 콘텐츠로 2025.1.31까지 시청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