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독서만이 살아나갈 길이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세상과 완전히 단절되어 전남 강진의 황무지에서 홀로 서야 했던 다산 정약용은 절망에 빠지는 대신 학문에 대한 열망에 집중했습니다. 그에게 유배는 삶의 중단이나 유예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소란스러운 세상의 소음을 뒤로하고 자신의 내면을 더 깊이 응시하며, 인간 본연의 고귀함을 정제해 나가는 치열한 성장의 시간이었습니다. 텅 빈 공간을 사유로 채우고, 멈춰버린 시간을 기록으로 살려낸 그의 의지는 혹독한 겨울 속에서 이미 찬란한 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자식들에게 편지를 쓰고 저서를 기록하던 순간, 유배지는 고립된 섬을 넘어 새로운 시대의 지성이 태동하는 거대한 산실로 변모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2026년의 봄 역시,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자리를 뺏고 인간의 가치를 지워버리는 차가운 ‘디지털 유배지’처럼 느껴질지 모릅니다. 인공지능이 직업을 대체하고, 알고리즘이 개인의 취향과 선택을 가두며, 인간의 고유 영역마저 침범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들은 우리를 거대한 기술의 장벽 안에 가두는 것처럼 보입니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인간은 소외되고 존재감은 희미해진다는 공포는 현대판 '유배'의 감각과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다산이 황무지 같던 강진에서 수많은 기록을 남기며 인문학의 꽃을 피워냈듯, 비관의 장막을 걷어내고 이 변화를 주체적으로 바라보면 다른 새로운 길이 보일 수 있습니다. 진정한 기회는 안온한 일상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변화와 결핍의 틈바구니에서 가장 뜨겁게 싹을 틔우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맞이한 이 '디지털 봄'은 단순히 기술이 지배하는 차가운 금속의 세상이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기계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통찰력과 뜨거운 심장이 비로소 빛을 발하는 주체적인 시대를 기대하게 합니다. 플랫폼이 거대한 영지가 되어 우리의 일상을 통제하는 듯한 현실은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어떻게 시스템에 매몰되지 않는 자유인으로 남을 것인가'라는 강력한 의지를 깨우게 합니다. 기술이 복잡해질수록 그 기술을 도구 삼아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하는 이들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산이 붓과 종이만으로 물리적 고립을 돌파하고 자신의 우주를 확장했듯, 우리에게 기술은 우리를 억압하는 창살이 아니라 우리의 사유를 무한히 넓혀줄 현대판 '문방사우(文房四友)'가 되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추월하려는 이 시대는 인간의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인류사에서 가장 강력한 주체로 거듭날 수 있는 눈부신 성장의 계절이 될 수 있습니다. 기술의 숲이 아무리 깊고 험해져도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다산이 전했던 진심 어린 온기와 멈추지 않는 지적 탐구의 힘입니다. 알고리즘이 우리의 취향을 분석하고 기계가 답을 대신해 주는 세상일수록, 우리는 더 치열하게 질문하고 더 뜨겁게 사랑하며 우리 안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내야 합니다.
시대의 비관에 흔들릴 때면 유배지의 고독 속에서도 학문의 등불을 밝혔던 다산의 의지를 떠올려 봅니다. 기술의 편리함에 머무는 대신 그것을 도구 삼아 더 깊은 사유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디지털 시대를 고립에서 풍요로 전환하는 길입니다.
이번 봄, <지관의 계절 서재>가 제안하는 『AI 시대, 강력한 개인이 온다』, 『기술 봉건주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이 세 권의 책이 마중물이 되어, 디지털 시대에 여러분의 지성이 가장 조화롭고 나다운 모습으로 활짝 만개하길 바랍니다.
|
📚 『AI시대 강력한 개인이 온다』 구본권, 김영사, 2026 |
강력한 개인이 되는 길은 도구와 그걸 다루는 기술을 손에 넣는 것이었고, 시대에 따라서 변해왔다. 낫과 호미, 칼과 창을 잘 다루는 능력에서 숫자와 글자를 능숙하게 다루는 방법으로 교육의 목표도 옮아갔다. 강력한 개인이 되는 방법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계속 달라져왔지만, 도구와 기술을 활용한 인간 증강의 방법이라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었다. 초기 사회에서는 연장과 무기를 잘 다루는 것과 같은 직접적인 물리력 위주였지만, 사회와 문명이 고도화되면서 전문적 지식과 기술, 이념을 통해 간접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하는 방식이 훨씬 더 중요해졌을 뿐이다. (p.209) |
현실화된 AI시대, 더 나아가 가속화될 AI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 책은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장악해 스스로 더 '증강된 주체'로 거듭날 것을 제안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언러닝(Unlearning)'은 과거의 낡은 도그마를 버리고 새로운 시대의 문해력을 갖추라는 권고다. 거대 플랫폼 영주들이 설계한 운명론에 순응하기보다, 비판적 감식안을 무기 삼아 스스로 '1인 기업'의 길을 개척하라고 말한다. 인공지능이 불러온 창작의 민주화와 평범한 사람들의 새로운 성공 경로도 짚는다. 인공지능 시대의 생존 매뉴얼로 읽힌다. 이현우 서평가 |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박석무편역, 창비, 2025 |
독서는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깨끗한 일일 뿐만 아니라, 호사스러운 집안 자제들에게만 그 맛을 알도록 하는 것도 아니고 또 촌구석 수재들이 그 깊은 경지를 넘겨다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드시 벼슬하는 집안의 자제로서 어려서부터 듣고 본 바도 있는데다 너희들처럼 중간에 재난을 겪은 젊은이들만이 진정한 독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이 책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뜻도 의미도 모르면서 그냥 글자만 읽는 것은 독서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p.43) |
강진의 차가운 유배지에서 정약용이 가족에게 보낸 편지들은 단순한 안부를 넘어 시대의 지성이 남긴 영혼의 기록이다. 자식들에게는 학문에 정진하고 삶의 태도를 바로 세울 것을 엄히 꾸짖으면서도, 행간마다 배어 있는 사무친 그리움과 부정(父情)은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이 책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았던 실학자 정약용의 고결한 정신과 따뜻한 인간미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고전의 정수다. 이현정 교수 |
📚 『기술 봉건주의』 세드릭 뒤랑, 주명철 옮김, 여문책, 2025 |
플랫폼은 현재 영지로 변해가고 있다. 원본 데이터의 소스를 독점하려는 영토적 논리 외에도 디지털 서비스에 내재된 피드백 루프는 사용자들에게 의존적인 상황을 만든다. 첫째, 단지 우리의 행동을 관찰해서 데이터를 공급하는 알고리즘이 일상적인 존재에 필수적인 생산수단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개인들이 플랫폼에 지속적으로 얽히게 되는 것은 인터페이스의 개인화와 높은 이탈 비용에 따른 잠금 효과 때문이다. 결국 플랫폼이 조직한 디지털 영역은 서로 경쟁하는 독립 인프라들이 존재하는 곳이다. 이 인프라를 통제하는 자는 정치적, 경제적 권력을 집중해 그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행사한다. 알고리즘적 통치의 감시 논리 이면에는 주체들을 디지털 영지에 얽매는 것이 있다. (p.164) |
유발 하라리가 인류의 역사를 '허구의 공유'를 통한 협력의 역사로 보았다면, 세드릭 뒤랑은 그 허구가 어떻게 빅테크라는 거대 영주의 '사유지'로 포획되었는지 고발한다. 이 책은 자본주의의 혁신 동력이 멈추고, 플랫폼이라는 영토를 점유한 자들이 통행세를 뜯어내는 '지대 추구형 봉건제'로의 퇴행중임을 추적한다. 우리가 생산하는 지식과 정보가 영주의 곳간을 채우는 곡식이 되어버린 시대, 이 책은 인위적 진화의 끝에서 우리가 마주할 경제적 노예화의 민낯을 드러낸다. 거대 플랫폼과 인공지능의 시대에 우리는 '강력한 개인'인가, 아니면 '데이터 농노'일 뿐인가. 사유와 행동을 위한 현실인식의 교본으로 읽어볼 만하다. 이현우 서평가 |
📺 개리 마커스, 어니스트 데이비스 『2029 기계가 멈추는 날』 I 고전5미닛 (6:00)
|
*유료 협찬 콘텐츠로 2026.4.30까지 시청 가능합니다. |
📺 꼬인 인생을 푸는 뇌과학자의 접근, 장동선 뇌과학자 I 세바시 (23:54)
|
📺 AI시대에 주목받는 진짜 역량ㅣ지식인초대석 EP.59 (이상욱 교수) (23:45)
|
인문 큐레이션 레터 《위클리 지관》 어떠셨나요? 당신의 소중한 의견은 저희를 춤추게 합니다🤸♂️ |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세상과 완전히 단절되어 전남 강진의 황무지에서 홀로 서야 했던 다산 정약용은 절망에 빠지는 대신 학문에 대한 열망에 집중했습니다. 그에게 유배는 삶의 중단이나 유예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소란스러운 세상의 소음을 뒤로하고 자신의 내면을 더 깊이 응시하며, 인간 본연의 고귀함을 정제해 나가는 치열한 성장의 시간이었습니다. 텅 빈 공간을 사유로 채우고, 멈춰버린 시간을 기록으로 살려낸 그의 의지는 혹독한 겨울 속에서 이미 찬란한 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자식들에게 편지를 쓰고 저서를 기록하던 순간, 유배지는 고립된 섬을 넘어 새로운 시대의 지성이 태동하는 거대한 산실로 변모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2026년의 봄 역시,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자리를 뺏고 인간의 가치를 지워버리는 차가운 ‘디지털 유배지’처럼 느껴질지 모릅니다. 인공지능이 직업을 대체하고, 알고리즘이 개인의 취향과 선택을 가두며, 인간의 고유 영역마저 침범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들은 우리를 거대한 기술의 장벽 안에 가두는 것처럼 보입니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인간은 소외되고 존재감은 희미해진다는 공포는 현대판 '유배'의 감각과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다산이 황무지 같던 강진에서 수많은 기록을 남기며 인문학의 꽃을 피워냈듯, 비관의 장막을 걷어내고 이 변화를 주체적으로 바라보면 다른 새로운 길이 보일 수 있습니다. 진정한 기회는 안온한 일상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변화와 결핍의 틈바구니에서 가장 뜨겁게 싹을 틔우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맞이한 이 '디지털 봄'은 단순히 기술이 지배하는 차가운 금속의 세상이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기계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통찰력과 뜨거운 심장이 비로소 빛을 발하는 주체적인 시대를 기대하게 합니다. 플랫폼이 거대한 영지가 되어 우리의 일상을 통제하는 듯한 현실은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어떻게 시스템에 매몰되지 않는 자유인으로 남을 것인가'라는 강력한 의지를 깨우게 합니다. 기술이 복잡해질수록 그 기술을 도구 삼아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하는 이들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산이 붓과 종이만으로 물리적 고립을 돌파하고 자신의 우주를 확장했듯, 우리에게 기술은 우리를 억압하는 창살이 아니라 우리의 사유를 무한히 넓혀줄 현대판 '문방사우(文房四友)'가 되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추월하려는 이 시대는 인간의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인류사에서 가장 강력한 주체로 거듭날 수 있는 눈부신 성장의 계절이 될 수 있습니다. 기술의 숲이 아무리 깊고 험해져도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다산이 전했던 진심 어린 온기와 멈추지 않는 지적 탐구의 힘입니다. 알고리즘이 우리의 취향을 분석하고 기계가 답을 대신해 주는 세상일수록, 우리는 더 치열하게 질문하고 더 뜨겁게 사랑하며 우리 안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내야 합니다.
시대의 비관에 흔들릴 때면 유배지의 고독 속에서도 학문의 등불을 밝혔던 다산의 의지를 떠올려 봅니다. 기술의 편리함에 머무는 대신 그것을 도구 삼아 더 깊은 사유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디지털 시대를 고립에서 풍요로 전환하는 길입니다.
이번 봄, <지관의 계절 서재>가 제안하는 『AI 시대, 강력한 개인이 온다』, 『기술 봉건주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이 세 권의 책이 마중물이 되어, 디지털 시대에 여러분의 지성이 가장 조화롭고 나다운 모습으로 활짝 만개하길 바랍니다.
강력한 개인이 되는 길은 도구와 그걸 다루는 기술을 손에 넣는 것이었고, 시대에 따라서 변해왔다. 낫과 호미, 칼과 창을 잘 다루는 능력에서 숫자와 글자를 능숙하게 다루는 방법으로 교육의 목표도 옮아갔다. 강력한 개인이 되는 방법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계속 달라져왔지만, 도구와 기술을 활용한 인간 증강의 방법이라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었다. 초기 사회에서는 연장과 무기를 잘 다루는 것과 같은 직접적인 물리력 위주였지만, 사회와 문명이 고도화되면서 전문적 지식과 기술, 이념을 통해 간접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하는 방식이 훨씬 더 중요해졌을 뿐이다. (p.209)
독서는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깨끗한 일일 뿐만 아니라, 호사스러운 집안 자제들에게만 그 맛을 알도록 하는 것도 아니고 또 촌구석 수재들이 그 깊은 경지를 넘겨다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드시 벼슬하는 집안의 자제로서 어려서부터 듣고 본 바도 있는데다 너희들처럼 중간에 재난을 겪은 젊은이들만이 진정한 독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이 책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뜻도 의미도 모르면서 그냥 글자만 읽는 것은 독서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p.43)
플랫폼은 현재 영지로 변해가고 있다. 원본 데이터의 소스를 독점하려는 영토적 논리 외에도 디지털 서비스에 내재된 피드백 루프는 사용자들에게 의존적인 상황을 만든다. 첫째, 단지 우리의 행동을 관찰해서 데이터를 공급하는 알고리즘이 일상적인 존재에 필수적인 생산수단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개인들이 플랫폼에 지속적으로 얽히게 되는 것은 인터페이스의 개인화와 높은 이탈 비용에 따른 잠금 효과 때문이다. 결국 플랫폼이 조직한 디지털 영역은 서로 경쟁하는 독립 인프라들이 존재하는 곳이다. 이 인프라를 통제하는 자는 정치적, 경제적 권력을 집중해 그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행사한다. 알고리즘적 통치의 감시 논리 이면에는 주체들을 디지털 영지에 얽매는 것이 있다. (p.164)
*유료 협찬 콘텐츠로 2026.4.30까지 시청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