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0년 2월, 아직은 찬 바람이 맴도는 초봄의 문턱에 프랑스 생레미의 정신 요양원에서 극심한 발작과 환청에 시달리던 한 화가가 붓을 듭니다. 창밖은 여전히 차가운 바람이 불고 그의 내면은 걷잡을 수 없는 어둠으로 가라앉고 있었지만, 캔버스 위에는 눈부시도록 맑은 푸른 하늘과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새하얀 아몬드 꽃이 그려집니다. 빈센트 반 고흐가 갓 태어난 조카를 축하하며 남긴 명작 <꽃피는 아몬드 나무>입니다. 생의 가장 혹독하고 고통스러운 혼란기 속에서, 그는 절망에 휩쓸리는 대신 이토록 환하고 평온한 생명의 이미지를 스스로 피워 올렸습니다. 마치 무너지는 자신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뻗어낸 견고한 나뭇가지처럼 말입니다. |
빈센트 반 고흐 - 《꽃피는 아몬드 나무》, 1890, 반 고흐 미술관 |
고흐가 마주했던 내면의 폭풍처럼, 우리 역시 살아가다 보면 세상의 규칙들이 하나둘씩 어긋나기 시작하고, 어제까지의 법칙들이 갑작스레 더는 통하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마치 누군가 내 세계의 근본 원리를 통째로 뒤섞어버린 것과 같은 혼란의 시대에 직면하면, 인간은 과연 무엇에 기대어 살아야 할까요?
삶의 리듬이 깨지고 발밑이 허물어지는 순간, 우리는 본능적으로 당장의 추락을 막아줄 견고한 손잡이를 찾아 허공을 휘젓습니다. 세상이 권하는 수많은 해결책과 정보들 사이를 분주히 배회해 보지만, 그 무엇도 내면의 소란을 잠재울 근본적인 위로가 되지 못함을 이내 깨닫게 됩니다. 결국 외부의 풍랑이 거셀수록 우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내면으로 향하게 되며, 인류가 오랜 세월 버텨온 사랑과 자비, 그리고 인간다움이라는 변하지 않는 가치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인류가 남긴 오랜 지혜의 기록들이 사실은 가장 평온한 때가 아닌, 가장 혹독한 고통의 현장에서 잉태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전쟁과 전염병, 사회적 붕괴라는 참혹한 혼란기를 겪으며 인류가 지혜를 모아 정립한 경전과 같은 고전들은 단순히 신성한 문자의 나열이 아니라, 고통을 견디고 삶의 의미를 찾으려 했던 인간들의 가장 절박한 생존 기록이었습니다. 위대한 기록들이 누군가의 치열한 생존기였던 것처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역시 세상이 정해놓은 정답에 기대는 대신 내 삶을 꼿꼿이 세워줄 나만의 경전을 써내려가는 일이 아닐까요?
내 삶을 꼿꼿이 세워줄 나만의 경전을 써 내려간다는 것이 사실 거창한 철학이나 대단한 깨달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마주한 낯선 불안들을 나만의 시선으로 다시 읽어내고, 무너진 일상 속에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작은 마음의 단상들을 하나둘 기록해 나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세상이 정해준 속도에 내 보폭을 맞추려 애쓰기보다, 흔들리는 풍경 속에서도 나만의 호흡을 가다듬는 매일의 고요한 실천들이 결국 우리를 살아가게 하니까요. 불안은 대개 내 손으로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것들을 바라볼 때 커지지만,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위로는 오늘 내가 마주한 이들에게 건네는 작은 다정함이나 이름 모를 풀꽃을 바라보는 찰나의 평화 같은 것들에서 시작됩니다.
세상이 모두 뒤섞인 듯한 내 마음속의 혼란은, 어쩌면 우리에게 가짜 규칙들을 걷어내고 가장 소중한 본질만을 남기라는 강한 경고일지도 모릅니다. 혼란의 시대를 건너는 지금, 당신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오늘 당신이 써 내려간 마음의 기록에는 어떤 다짐이 담겨 있습니까? 스스로 써 내려간 그 짧은 문장들이 흔들리는 세상을 버텨낼 유일하고 진실한 당신의 경전입니다. |
📚 『경전의 탄생』 카렌 암스트롱 지음, 정영목 옮김, 교양인, 2025 |
경전들이 그런 교조주의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최근까지도 경전에 적힌 것이 '최종적인 말'로 전혀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았듯이 경전은 늘 진행 중인 작업이었다. 일찍이 리그베다부터, 오래된 경전에 그것과 사뭇 다른 비전을 가진 훗날의 텍스트가 접붙여졌다. 그것이 새로운 관심을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전은 늘 과거에 의지하여 현재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 메세지는 결코 돌에 새겨지지 않았다. (p.715) |
『신의 역사』, 『축의 시대』로 유명한 영국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의 새 책. 세계 주요 종교 전통들의 경전이 담고 있는 인류의 종교적, 철학적 사유를 규명한다. 이를 위해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지혜’ 전승부터 성경, 쿠란, 『주역』, 『논어』, 베다, 탈무드, 불교 경전에 이르기는 주옥같은 경전들을 꼼꼼하게 살핀다. 암스트롱은 경전이 문자 속에 갇힌 교리 체계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시대의 문제에 새로운 해답을 찾으려던 인류의 부단한 시도였음을 밝힌다. 성해영 교수 |
📚 『종교란 무엇인가』 오강남 지음, 김영사, 2025 |
진리의 길 훌륭한 사회에서 산다는 것은 물질적으로나 경제적 혜택을 누리는 것이라기보다 모든 것을 당연히 여기지 않을 수 있는 자유, 곧 양심과 신앙과 학문의 자유 등이 상대적으로 다른 곳보다 많이 신장된 사회에서 산다는 뜻이다. 아직도 그 사회에서 세워놓은 정치 제도, 교리 체계, 가치관, 사고방식, 윤리 규범 중 시시콜콜한 것 하나라도 거절하면 무조건 온갖 조소와 박해를 당해야 하는 폐쇄된 정치 집단이나 종교 집단이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생각할 때 가슴이 아프다. (p.40) |
원로 종교학자 오강남 교수가 종교 분야의 필독서를 출간했다.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는 현 시점에서 개인과 공동체에 필요한 종교로 존재의 근원을 탐구하는 ‘심층 종교’를 제안한다. 종교가 개인과 집단의 이기심 충족에 머무르거나, 진리를 독점하고 있다는 배타주의에 그칠 때, 본질이 아닌 껍데기에 머무르는 ‘표층 종교’를 벗어나기 어렵다. 대안은 내면의 참된 ‘나’를 발견하는 일을 돕고, 개인의 실존적 변화를 끌어내는 본연의 의미를 회복하는 종교라는 것이 책의 요지이다. 성해영 교수 |
📚 『정조가 묻고 다산이 답하다』 신창호 지음, 판미동, 2025 |
고전으로 바른 마음을 기르다 조선은 성리학을 바탕으로 한 유교적 사회를 형성했으며, 이는 나라의 기틀을 마련하고 지속해 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조와 정약용도 유교 질서를 철저히 옹호하면서, 유교 경전을 토대로 실용적이고 도덕적인 정책을 펼쳐 나라를 이끌어가려 했다. 정조는 성리학의 이상적인 가치와 현실적인 문제를 균형 있게 고려한 통치를 지향했고, 정약용은 실용적 지식을 통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며, 동시에 도덕적인 지침을 놓치지 않았다. (p.228) |
이 책은 정치가 국왕 정조와 철학자 다산 정약용 사이에 오간 다양한 정치(政治) 문답을 담고 있다. 신창호 교수는 이 문답들을 다산의 『여유당전서』와 『다산시문집』에서 발췌해 번역했고, 현대적 의미를 보충해 해설까지 덧붙였다. 정조와 다산의 문답은 인사(人事), 민생. 국방, 균형 발전, 교육을 주제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철학과 정치의 융합 속에서 국가의 역할과 공동체의 미래에 관해 오래되었으나 여전히 새로운 지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한충수 교수 |
📺 『법구경』 작자미 I 고전5미닛 (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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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00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듣고 읽고 외어온 '진리의 말씀'. "녹은 쇠에서 생겼지만 점점 그 쇠를 먹어버린다." 지금 당신이 닦아내야 할 녹은 무엇인가?" |
*유료 협찬 콘텐츠로 2026.8.31까지 시청 가능합니다. |
📺 신이란 건 존재할 수 없다. (같이 찾는 인생 가치 EP.08) I 재단법인 지관 (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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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신을 믿는 이유는 알고보면 과학적이다? I 최재천의 아마존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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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큐레이션 레터 《위클리 지관》 어떠셨나요? 당신의 소중한 의견은 저희를 춤추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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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 2월, 아직은 찬 바람이 맴도는 초봄의 문턱에 프랑스 생레미의 정신 요양원에서 극심한 발작과 환청에 시달리던 한 화가가 붓을 듭니다. 창밖은 여전히 차가운 바람이 불고 그의 내면은 걷잡을 수 없는 어둠으로 가라앉고 있었지만, 캔버스 위에는 눈부시도록 맑은 푸른 하늘과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새하얀 아몬드 꽃이 그려집니다. 빈센트 반 고흐가 갓 태어난 조카를 축하하며 남긴 명작 <꽃피는 아몬드 나무>입니다. 생의 가장 혹독하고 고통스러운 혼란기 속에서, 그는 절망에 휩쓸리는 대신 이토록 환하고 평온한 생명의 이미지를 스스로 피워 올렸습니다. 마치 무너지는 자신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뻗어낸 견고한 나뭇가지처럼 말입니다.
빈센트 반 고흐 - 《꽃피는 아몬드 나무》, 1890, 반 고흐 미술관
고흐가 마주했던 내면의 폭풍처럼, 우리 역시 살아가다 보면 세상의 규칙들이 하나둘씩 어긋나기 시작하고, 어제까지의 법칙들이 갑작스레 더는 통하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마치 누군가 내 세계의 근본 원리를 통째로 뒤섞어버린 것과 같은 혼란의 시대에 직면하면, 인간은 과연 무엇에 기대어 살아야 할까요?
삶의 리듬이 깨지고 발밑이 허물어지는 순간, 우리는 본능적으로 당장의 추락을 막아줄 견고한 손잡이를 찾아 허공을 휘젓습니다. 세상이 권하는 수많은 해결책과 정보들 사이를 분주히 배회해 보지만, 그 무엇도 내면의 소란을 잠재울 근본적인 위로가 되지 못함을 이내 깨닫게 됩니다. 결국 외부의 풍랑이 거셀수록 우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내면으로 향하게 되며, 인류가 오랜 세월 버텨온 사랑과 자비, 그리고 인간다움이라는 변하지 않는 가치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인류가 남긴 오랜 지혜의 기록들이 사실은 가장 평온한 때가 아닌, 가장 혹독한 고통의 현장에서 잉태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전쟁과 전염병, 사회적 붕괴라는 참혹한 혼란기를 겪으며 인류가 지혜를 모아 정립한 경전과 같은 고전들은 단순히 신성한 문자의 나열이 아니라, 고통을 견디고 삶의 의미를 찾으려 했던 인간들의 가장 절박한 생존 기록이었습니다. 위대한 기록들이 누군가의 치열한 생존기였던 것처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역시 세상이 정해놓은 정답에 기대는 대신 내 삶을 꼿꼿이 세워줄 나만의 경전을 써내려가는 일이 아닐까요?
내 삶을 꼿꼿이 세워줄 나만의 경전을 써 내려간다는 것이 사실 거창한 철학이나 대단한 깨달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마주한 낯선 불안들을 나만의 시선으로 다시 읽어내고, 무너진 일상 속에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작은 마음의 단상들을 하나둘 기록해 나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세상이 정해준 속도에 내 보폭을 맞추려 애쓰기보다, 흔들리는 풍경 속에서도 나만의 호흡을 가다듬는 매일의 고요한 실천들이 결국 우리를 살아가게 하니까요. 불안은 대개 내 손으로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것들을 바라볼 때 커지지만,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위로는 오늘 내가 마주한 이들에게 건네는 작은 다정함이나 이름 모를 풀꽃을 바라보는 찰나의 평화 같은 것들에서 시작됩니다.
세상이 모두 뒤섞인 듯한 내 마음속의 혼란은, 어쩌면 우리에게 가짜 규칙들을 걷어내고 가장 소중한 본질만을 남기라는 강한 경고일지도 모릅니다. 혼란의 시대를 건너는 지금, 당신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오늘 당신이 써 내려간 마음의 기록에는 어떤 다짐이 담겨 있습니까? 스스로 써 내려간 그 짧은 문장들이 흔들리는 세상을 버텨낼 유일하고 진실한 당신의 경전입니다.
경전들이 그런 교조주의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최근까지도 경전에 적힌 것이 '최종적인 말'로 전혀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았듯이 경전은 늘 진행 중인 작업이었다. 일찍이 리그베다부터, 오래된 경전에 그것과 사뭇 다른 비전을 가진 훗날의 텍스트가 접붙여졌다. 그것이 새로운 관심을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전은 늘 과거에 의지하여 현재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 메세지는 결코 돌에 새겨지지 않았다. (p.715)
진리의 길
훌륭한 사회에서 산다는 것은 물질적으로나 경제적 혜택을 누리는 것이라기보다 모든 것을 당연히 여기지 않을 수 있는 자유, 곧 양심과 신앙과 학문의 자유 등이 상대적으로 다른 곳보다 많이 신장된 사회에서 산다는 뜻이다. 아직도 그 사회에서 세워놓은 정치 제도, 교리 체계, 가치관, 사고방식, 윤리 규범 중 시시콜콜한 것 하나라도 거절하면 무조건 온갖 조소와 박해를 당해야 하는 폐쇄된 정치 집단이나 종교 집단이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생각할 때 가슴이 아프다. (p.40)
고전으로 바른 마음을 기르다
조선은 성리학을 바탕으로 한 유교적 사회를 형성했으며, 이는 나라의 기틀을 마련하고 지속해 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조와 정약용도 유교 질서를 철저히 옹호하면서, 유교 경전을 토대로 실용적이고 도덕적인 정책을 펼쳐 나라를 이끌어가려 했다. 정조는 성리학의 이상적인 가치와 현실적인 문제를 균형 있게 고려한 통치를 지향했고, 정약용은 실용적 지식을 통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며, 동시에 도덕적인 지침을 놓치지 않았다. (p.228)
"녹은 쇠에서 생겼지만 점점 그 쇠를 먹어버린다."
지금 당신이 닦아내야 할 녹은 무엇인가?"
*유료 협찬 콘텐츠로 2026.8.31까지 시청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