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5 #관점] 관점, 세계는 다원적이며 다성적이다

관리자
2023-02-24

이번 호 주제는 ‘관점’입니다. 관점에 관련된 철학, 생태학, 문학, 사회학 도서 그리고 인문학 강연을 소개합니다. 이번 호에는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김재인 교수의 선정 도서와 추천사가 함께 실립니다.

*레터 하단 '좋아요/별로였어요' 버튼을 통해 3월 8일 수요일까지 설문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 『도덕의 계보학』 프리드리히 니체 (홍성광 옮김, 연암서가, 2020)
최선의 도덕은 최상의 자신으로부터 나온다

철학자 여러분, 우리는 이제부터 “순수하고 의지가 없으며, 무시간적인 하나의 인식 주관”을 설정한 위험하고 낡은 개념의 허구를 더욱 경계하도록 하자. ‘순수 이성’이니 ‘절대적인 정신성’이니 ‘인식 그 자체’와 같은 모순적인 개념의 촉수(觸手)를 경계하도록 하자. (...)

우리가 어떤 사물에 대해 더 많은 정동이 발언할 기회를 얻게 할수록, 더 많은 눈, 상이한 눈을 같은 사물에 동원할 줄 알수록, 이러한 사물에 대한 우리의 ‘개념’이나 우리의 ‘객관성’은 더욱 완벽해질 것이다. (193쪽)

니체의 마지막 기획은 ‘모든 기존 가치의 재평가’로 알려져 있다. 책은 ‘선악’, ‘죄’, ‘양심의 가책’, ‘금욕적 이상’ 등 서양의 오랜 도덕적 가치를 폭로하고 재평가한다. 철학의 역사에서 가장 비판적이었던 니체의 ‘관점’과 ‘관점의 전환’을 잘 맛볼 수 있는 책이다. 책에 대한 가장 최근의 번역으로, 기존의 오역을 많이 바로잡아 가독성을 높였다. ―김재인 교수

니체는 그리스 시대에는 ‘선과 악’이 아닌 ‘좋음과 나쁨’이 있었다고 합니다. '좋음'은 우월함의 뜻으로 강자, 귀족, 지배자의 속성이며 '나쁨'은 열등함의 뜻으로 약자, 천민, 피지배자들의 속성이었다고요. 그런데 근대에 들어 이런 지배구조가 전복되어 열등함이 우월함을 지배하고 좋음과 나쁨이 선과 악으로 대체되었다고 보았습니다. 그 이유로는 첫째, 강자들에 대한 약자들의 원한과 증오로 만들어진 ‘노예 도덕’. 둘째, 이런 노예 도덕을 지배 논리로 정착시킨 ‘기독교’. 셋째, ‘언어적 오류’를 들었죠.
니체는 노예 도덕이 약자인 대중들을 감화하고 강자를 약자로 전락시키며 반란에 성공했다고 보았습니다. 근대에 들어 기독교를 통해 정착하며 약자들은 강자들에 대한 원한으로 연대하며 강자인 전사들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사제들이 차지하면서 ‘금욕적 이상’을 수용하고 전파했다는 것이죠. 기독교의 금욕적 이상은 청빈, 겸손, 순결의 가치를 내세워 철학과 학문에 결탁하고 인간 본래적 가치인 쾌락, 생명력 그리고 예술을 억압하며 자기모순에 빠졌다고 보았죠. 이후 무능력과 비겁이 각각 선함과 겸허로 둔갑하고, 신의 나라가 도래한다며 내세의 강자가 되기를 바라지만 결국 신의 영원한 사랑은 천국뿐만 아니라 지옥까지 만들며 현실의 삶을 옥죄며 허무를 낳았다고요. 이런 노예 도덕은 문명의 지배에 순응하며 자기 삶의 주체성을 잃어버리도록 종용했다는 것이죠. 그리고 언어 서술에서 행위자와 행위를 구분하며 야기되는 인지 판단의 오류를 지적했습니다.
이렇듯 니체는 선과 악의 이분법은 형이상학적인 신의 계시나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현실에서 힘의 논리에 따른 인간 주관에서 출발했음을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니체가 ‘주인 도덕’, 나아가 초인(Übermensch)을 추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니체가 『즐거운 지식』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언급한 “신은 죽었다”는 발언은 ‘모든 가치의 종말’인 허무주의로 곡해됩니다. 여기서 '신'은 비판적 검토 없이 수용하던 기존 가치체계를 뜻하죠. 또 얼핏 재력, 무력, 권력을 옹호하는듯한 표현들이 있지만 그 말은 타인에게 이런 힘을 행사하라는 말이 아니라, 외부의 온갖 억압과 기꺼이 싸우며 자기 내부의 의지대로 살라는 뜻입니다.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진정한 강자로서, 삶의 예술가로서 살아가는 고통에 기꺼이 맞서고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며 자기만의 관점을 창조하라고요. 어떤가요? 허무보다는 적극적인 삶의 의지에 가깝지 않나요?

📚 『동물들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 야콥 폰 윅스퀼 (정지은 옮김, 도서출판b, 2012)
우주적인 악보의 구성에 참여하는 환경세계들

우리는 너무나도 자주 다른 환경세계의 주체가 대상들과 유지하는 관계들이, 우리 인간을 인간적 세계의 사물들과 연결하는 관계들과 동일한 공간, 동일한 시간 속에 놓여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런 착각은 살아있는 전 존재들을 포함하는 유일한 세계에 대한 믿음에 근거한다. 그로부터 모든 살아있는 존재들에 대해 하나의 시간과 하나의 공간이 존재할 것이라는 공통의 의견이 생긴다. 물리학자들이 살아있는 전 존재들에게 타당한 하나의 공간만을 포함하는 우주를 의심하게 된 것은 불과 최근 몇 년 전의 일이다. 그러한 공간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 이는 모든 인간이 이미 세 공간들 속에서, 즉 서로 침투하고 서로를 완성시키지만 또한 어느 정도 서로 모순을 일으키는 세 공간들 속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과 관련되어 있다. (28~29쪽)

인간은 어떻게 세상을 인식할까? 윅스퀼은 인간도 동물이라는 관점에서 동물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을 쉽게 소개한 후, 인간과의 공통점과 차이를 제안한다. 동물은 자기만의 비눗방울 속에 갇혀 있고 자기만의 지각 방식이 있다. 수록된 그림들은 독자의 이해를 도와준다. 원제목은 『동물들과 인간의 둘레세계를 통한 산책: 보이지 않는 세계의 그림책』이다.― 김재인 교수

생물학자 윅스퀼은 동물들의 고유한 '환경세계(umwelt)'를 고찰하며 이 세계의 행태학적 다원성(多元性)을 설명합니다. 그가 주창한 환경세계란 한 동물의 지각적 특징(≒감각)과 작동적 특징(≒행동)이 적용되는 사물들로 구성됩니다. 예를 들어 시청각이 없는 진드기의 환경세계는 아주 단순하죠. 동물의 땀 성분인 낙산으로 인화되는 공간입니다. 거기서 진드기는 기어오르다 막다르면 멈추고, 낙산이 느껴지면 팔다리를 이완시키고, 동물에 충돌하면 침을 꽂아 액체를 빨아들이는 '작동'을 합니다. 2mm 크기의 진드기는 무려 18년 동안이나 이 작동을 멈추고 기다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진드기는 '피'의 맛과 그 목적을 생각할 수 없고 또 진드기의 순간은 낙산으로만 깨어나고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인간이라는 단일한 관점에서 바라보기에 동물들이 모두 목적론적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고등 생물을 제외한 대부분의 생물은 목적이 아니라 그 환경의 일부이자 산물, 의미의 담지자이자 전달자로 살아가죠. 절지동물이 아닌 고등 포유동물은 어떨까요? '의자'라고 말하면 앞에 놓인 의자를 뛰어넘도록 훈련된 개는 '의자'를 자신이 앉을 수 있는 모든 사물에 적용시켜 행동합니다. 개들에게 상자나 발판은 의자로 인식하고 뛰어넘었지만 작고 반들반들한 회전형 의자는 앉을 수 없는 것으로 인식하여 뛰어넘지 않았죠. 위와 같은 연구들로 저자는 "동물이 자신의 환경세계 속에서 그것을 가지고 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 그런 대상들의 수에 맞게 대상들을 구분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이는 인간과 동물, 주체와 객체의 메울 수 없는 간극이나 격차만을 환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들의 환경세계들과 동물들의 환경세계들이 이 모두를 포함하는 하나의 장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여 이 세계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죠. 이때 환경세계들의 '차이, 간극, 관계'는 각각 '음의 높낮이, 소리의 울림, 각 세계의 하모니와 공명'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윅스퀼이 강조한 '우주적 음악에 참여한다는 인식'은 생존게임이나 종(種)간의 우월성 비교가 아닌, 다원적이며 다성(多聲)적인 조화의 관점으로 우리의 관점을 재편합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오르비스 테르티우스』 김은중 외 10명 (우석균 엮음, 김동환 외 4명 옮김, 2021)
피식민자들에게 현대 문명이란 무엇인가 

피식민자들은 졸지에 비문명화된 세계 혹은 아예 인간 세계 너머에 살고 있다고 체념하거나, 자신들도 알파벳을 사용한 쓰기를 하고, 문학과 철학과 과학을 생산하는 문명화된 인간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애써 입증해야 했다. 너무 비정상적인 드라마가 전개되어, 승리할 방법은 피식민자들에게는 당최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피식민자들이 서구의 권위에 맞서 자신들도 문학이 있다고 마침내 납득시키면, 낮은 수준의 문학일 뿐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리하여 게임이 시작된다. (289쪽)

우리는 동아시아라는 지리적·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서양’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데 익숙하다. 이 시각에 갇혀 있는 한 서양이 일으킨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책은 라틴아메리카 학자들이 제시한 대안 시선을 통해 지금껏 우리가 쓰고 있던 안경이 얼마나 편협하게 세상을 보게 했는지 돌아보게 한다. 김재인 교수


📺 칸트: 순수이성비판 7분 만에 이해하기 - 인문학 유치원 (7분)
한 번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16세기 폴란드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는 기존의 천동설(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을 부정하고 지동설(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을 주장합니다. 이 말은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가 자신의 『순수이성비판』 재판본에 인용하며 자신의 입장을 대변한 데서 유래합니다. 이는 단순히 파급력만을 고려한 비유가 아니라 그 주장의 논리를 비유하기에도 적절했습니다. 칸트 이전의 철학자들이 고정불변의 사물이나 진리 추구를 통해 주체를 이해하려고 했다면, 칸트는 주체의 인식 작용 탐구를 통해 사물을 이해하려고 했기 때문이죠. 칸트는 '어떻게 인간이 지식을 창출하고 사물을 인식하는지' 고찰하며 우리가 사물들을 인식하는 질서나 형식은 신도, 형이상학도, 자연 질서도 아닌 바로 이성과 도덕에 있다고 주장했죠. 조금 어렵다고요? 이 영상에서는 철학 고전 『순수이성비판』을 오늘날 컴퓨터의 소프트웨어에 비유하며 쉽게 설명합니다.

📺 기쁨을 만드는 법: 스피노자, 니체, 들뢰즈의 철학 - 김재인 교수 I 플라톤아카데미TV (47분)
11월 24일 지관서가 UNIST. (재)플라톤 아카데미는 SBS Biz와 함께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김재인 교수의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삶의 기쁨을 고찰한 철학자 스피노자, 니체, 들뢰즈의 다양한 관점을 통해서 인생을 잘 살아가는 지혜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김재인 교수는 기쁨은 '몸과 마음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한다고 했습니다. 스피노자가 『에티카』에서 “기쁨이란 마음이 더 큰 완전함으로 이행하게 되는 겪음이고, 슬픔이란 마음이 더 적은 완전함으로 이행하게 되는 겪음”이라고 말했듯이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겪음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여 기쁨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살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사건에 나의 의지가 개입된다고 말했습니다.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의지! 이것은 해방자이자 기쁨을 가져오는 자”라고 말한 의지의 작용이 있다고요. 그리고 이런 의지는 들뢰즈가 『천개의 고원』에서 행태학적으로 접근한 '몸의 기운'과 함께 사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인간이라는 종과 세계라는 하나의 장으로 묶이지만, 개개인은 각기 다른 기운으로 차원을 구성하며 이에 따라 기쁨과 슬픔의 목록에 차이가 있으니까요. 집단은 어떨까요? 개인이 모인 집단도 기쁨의 목록과 슬픔의 목록을 공유하고 더 다양한 기쁨을 지향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주어진 환경과 삶을 개선해나갈 수 있는 더 크고 완전한 기쁨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 관점, 그리고 '시작생각' -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 I 세바시 강연 (16분)
어떻게 생각을 시작하느냐에 따라서 미래가 달라진다!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는 평범한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 관점을 바꾸는 것, 질문을 바꾸는 것. 그 모두는 바로 ‘전제를 바꾸는 일에서 새로운 생각이 시작’됩니다. 답의 오류를 찾기보다 질문의 오류를 생각하는 것이 더 나은 새로운 답을 찾기 좋겠죠. 그래서 누군가 정해둔 문제의 답을 찾느라 끙끙대기보다, 잠시 멈춰서 자신에게 맞는 문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는 겁니다. 그는 말합니다. ‘벌어둔 것(자본, 지식, 경험, 감성 등)을 현실에 적용하며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단어의 정의를 바꾸면 생각이 바뀐다. 가치는 해석에 따라 결정된다. 비전은 텔레비전, 멀리 떨어져 있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기술이 아니라 기술이 바꿀 미래를 팔라.’
《위클리 지관》을 읽는 시간 동안 당신은 무엇을 바꾸셨나요? 어떤 미래를 꿈꾸게 되셨나요?

🏛️ 도둑맞은 편지 - 에드거 앨런 포 I 고전5미닛 (5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라!
'나'만의 시선이 아닌 '타인'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볼 때 비로소 우리는 숨은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상식의 허를 찌르며 반전의 진수를 보여주는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작 『도둑맞은 편지』, 후세의 작가들은 앞다투어 에드거 앨런 포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미국 추리 작가 마이클 코넬리는 “우리가 현재 접하는 모든 미스터리 캐릭터, 무대, 사건 등을 그가 만들어 냈기 때문에 현대의 작가들은 그의 아이디어를 훔치는 일종의 ‘도둑’일 뿐이다”라고 밝힐 정도죠. 추리 소설의 근원, 에드거 앨런 포의 『도둑맞은 편지』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맺는말
니체는 "어떤 이들은 죽은 후에야 비로소 태어난다"고 말했습니다. 이 '죽음'은 기존 가치의 전환과 해체 재구성을 통해 새로운 관점으로 거듭나는 '출생'입니다. 당신의 관점도 하루가 24시간인 어떤 푸른 별의 느린 깜빡임처럼 자기만의 죽음과 출생을 겪으며 현재에 이르렀을 것입니다.

지금 당신은 어떤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있을까요?👀
또 당신이 바라보는 세계는 당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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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감: 2023년 3월 8일 수요일 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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