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파리는 많아도, 뿌리는 하나; 거짓으로 보낸 내 젊음의 나날 햇빛 속에서 잎과 꽃 들을 흔들었지; 이제 나는 진실을 찾아 시들어가리.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지혜는 시간과 함께 온다>
이번 호 주제는 ‘나이 듦’입니다. 세계적 괴테 연구자이자 독문학 번역가인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의 선정 도서와 추천사가 함께 합니다. 그리고 자기를 잃지 않으며 나이에 알맞게 사는 방법과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에 대한 강연, 초고령화 시대 1세대 노인분들이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모습과 지혜를 담은 다큐, 어떻게 살아야 가치 있는가에 대한 고찰이 담긴 고전소설의 소개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
📚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오스카 와일드 (김진석 옮김, 웅진씽크빅, 2008) |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도덕은 얕고 매혹은 깊다.
그는 자신이 젊음을 간직하고, 초상화가 대신 늙으면 좋겠다는 터무니없는 소원을 말했었다. 그 자신의 아름다움은 훼손되지 않고, 캔버스에 그려진 얼굴이 그의 열정과 죄악의 무게를 짊어졌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그래서 그림 속의 인물이 고통과 번뇌의 주름살을 갖게 되고, 그는 단지 젊음을 연상시키는 미묘한 혈색과 사랑스러움을 간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과연 그의 소망이 이뤄진 것이 아닐까? 그런 일은 불가능했다. 그런 생각조차 기괴하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그 앞에 놓인 초상화는 입가에 잔인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172쪽) |
나이는 누구나 든다. 스무 살에 이 책을 만났던 개인적 행운을 기억한다. 사람 대신 흉하게 변해버린 초상화 한 장으로, 제대로 바르게 살지 않은 삶의 끝이 어떠할까를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책이다. 충격적인 소재와 유미적인 문체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결단코 이 책의 주인공 같은 삶을 살지는 않으리라는 다짐을 하게 한다. 바른 걸음의 삶을 생각할 수밖에 없게 하는 흥미로운 소설책이다. ―전영애 교수 |
자기의 아름다움에 도취한 도리언 그레이. 그는 화가 바질의 모델이 되어 불멸의 초상화를 남기고 그 작품을 소유하며 아낍니다. 그는 영원한 여름과 같은 젊음을 살아가면서 도덕적 가치와 책임감을 무시하기 시작하죠. 문제는 초상화가 그의 악덕과 타락에 따라 점점 추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던 여배우 시빌 베인이 도리언의 잔인한 말을 듣고 자살하면서부터 초상화는 변하기 시작하고 도리언은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힙니다. 도리언의 소원대로 그의 초상화는 액받이가 되어 그의 아름다움을 지켜주지만 동시에 타락의 징표가 되었기 때문이죠. 이후 아름다움과 심미적 취향을 위해, 그리고 금이 간 양심의 초상화를 들키지 않기 위해 그는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언행을 일삼고 범죄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이제 “그 자체로 타락한 어떤 것, 공포를 불러오며 결코 죽지 않는, 죽음보다 더 지독한 타락한 물건”이 되어버린 그의 초상화, 오만과 과욕으로 얼룩진 과거가 삶에 끼친 심각한 영향을 깨닫습니다. 그의 아름다움만큼이나 순수했던 사랑 그리고 완벽했지만 이제는 끔찍하게 일그러진 초상화와의 대비를 통해 내면의 성장과 변화를 보여주죠. 작가는 자기도취와 유희에만 사로잡히는 것이 삶에서 얼마나 위험하고 소모적인지 경고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교훈으로 환원하기에는 그의 조언가 헨리 워튼 경의 냉정하고 위트 있는 통찰과 이야기, 그리고 나이가 들어가며 변화하는 도리언의 고뇌와 매혹의 대상들이 너무 매력적이죠. 자기 액자에 갇힌 도리언과 그의 초상화는 어떤 운명을 맞이할까요? 인생의 진실과 책임감, 내면의 아름다움과 존재 이유, 그리고 작품의 운명에 사유를 담고 있는 이 소설은 오스카 와일드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당대의 위선과 부패에 대한 비판, 입체적인 인물들, 탐미주의, 퇴폐미, 동성애, 블랙 유머, 고딕 소설의 특징이 두드러지는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12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
📚 『죽음으로부터의 자유』 메멘토 모리 독서모임 (북에너지, 2021) |
나이 듦과 죽음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
토론을 위하여 1. 나이 들어 출입이 자유롭지 못할 때, 어디에서 누구랑 살고 싶은가요? 2.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죽음은 누구의 죽음인가요? 3. 노년의 추함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4. 노년에 추하지 않게 살기 위해선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5. 죽음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나 생각은 어떤 것인지요? (267쪽, 메멘토 모리 독서단이 자체 토론을 위하여 기입한 질문들을 책에도 실었다.) |
쉰 즈음의 여고 동창생들이 20여 년 동안 매달 만나 나이 듦과 죽음에 대한 책 200권을 읽고 토론한 독서의 결과물이다. 이제는 고령이 되신 분들인데, 글 못지않게 저자들이 참 아름답다. 나이 듦과 죽음에 대한 치열한 성찰을 통해 아름다워지고, 죽음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진 게 아닌가 싶다. 우리 이웃으로 이런 어른들이 계시는구나, 노령은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는 것이구나, 반갑고 각별하다.―전영애 교수 |
“Memento mori Carpe diem(죽음을 기억하고 현재를 살라).”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의 말을 인용하는 서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메멘토 모리 독서단의 독후감이자 독서 일지이자 서평집입니다. 출판사와의 이해관계나 그럴싸하게 보이려는 욕심이 느껴지지 않는 책입니다. 깨달은 바나 함께 사유하고 싶은 바를 썼기에 죽음에 대한 52권의 큐레이션 목록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문학, 철학, 종교, 사회과학, 심리학, 자기 계발서 등 장르적 다양함은 물론이고 자연스러운 노화, 암과 치매와 같은 질병, 가족 간 불화, 안락사 등 폭넓은 주제를 섭렵하며 자기만의 ‘죽음 철학’을 형성해가는 글들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관점이 묻어 나옵니다. 특히 ‘죽어가는 사람이 겪는 심리적 5단계(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 이론으로 유명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책이 여러 권 소개되었습니다. 우리는 존엄한 죽음을 지극히 차분하고 깔끔하고 품위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죽어감에 대한 분노’를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대하며 솔직하게 화를 내고 풀어버리라고 합니다. 책 『생의 수레바퀴』에서 결국 “잘 산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니 자신의 생을 사랑하듯 죽음을 받아들이고 타인과 화해하며 세상의 상처를 치유하라고요. 그녀는 실천 방법으로 네 가지 L을 제시합니다. “살라(Live)! 사랑하라(Love)! 웃으라(Laugh)! 배우라(Learn)!” 이 밖에도 죽음 큐레이션에 나온 책들의 공통 견해는 ‘죽음을 수용하는 만큼 삶이 열린다’는 것입니다. 나이 듦, 죽음에 대한 일반적 통념과 달리 ‘나’의 유한성과 나이 듦을 직시하면 고통스러운 과정을 지나 삶에 대한 경외를 회복하여 남은 나날에 의미를 채워 넣고 싶어진다는 것이죠. 그러한 삶에 대한 적극성은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실감하실 수 있습니다. 당신의 삶은 ‘죽음을 향한 삶’인가요? ‘삶을 통한 죽음의 완성’인가요? 제 마음을 대변하는 소박한 문장을 인용하며 소개를 끝내겠습니다. “이 책은 죽음의 이야기가 아니고 아름다운 삶에 대한 이야길 꽉 찬, 구석구석이 다 아름답고 무게가 있어 요약이 아주 힘들었다.” |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김욱동 옮김, 민음사, 2012) |
"그만두기 전까지 노력해야만 한다"
늙어서는 어느 누구도 혼자 있어서는 안 돼, 하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는걸. 잊지 말고 저 다랑어가 상하기 전에 먹고 기운을 차려야지. 아무리 먹기 싫더라도 아침에는 꼭 먹어야 해. 절대로 잊어서는 안 돼, 하고 그는 스스로를 타일렀다. (49쪽)
좋은 일이란 오래가는 법이 없구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차라리 이게 한낱 꿈이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 고기는 잡은 적도 없고 이게 한낱 꿈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고기는 잡은 적도 없고, 지금 이 순간 침대에 신문지를 깔고 혼자 누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그가 말했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104쪽) |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체로 시대의 한 전범이 된 이 작품의 문학사적 위상은 높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청새치 한 마리를 낚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그렇게 겨우 낚은 대어를 상어 떼에게 다 뜯기고 빈 배로 돌아오면서 “너무 멀리 나갔을 뿐”이라고 말하는 늙은 어부. 대자연의 순리와 인간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늙은 어부의 모습은 곧장 인생에 대입되어 어느 연령대에 다시 읽어도 새롭다.―전영애 교수 |
📺 나이 든다는 건 삶의 지혜를 얻어 가는 것⏰ 과거에 집착하기보다 현재의 나에게 집중하자 - 강신주 철학자 I tvN D ENT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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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300년 전, 나이가 들었다는 건 최고의 지혜라는 말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시대와 이데올로기의 변화에 따라 나이 듦은 오래된 것, 낡은 것, 뒤처진 것 등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치부되었죠. 오늘날 자본주의에서는 신제품이 구제품을 실시간으로 빠르게 대체합니다. 인간은 제품이나 기술이 아니지만, 자의든 타의든 나이는 극복해야 하고 떨쳐내야 할 어떤 ‘결점’으로 인식되죠.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자 자유로운 개인입니다. 제 나이에 사회적 과업을 수행하면서도 주체적이며 독창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인식하며 살아갑니다. 나이 듦, 그리고 죽음 앞에서 우리가 더 인간적인 삶을 살아가려면 어떤 사유를 해야 할까요? 본 영상에서 강신주 철학자는 ‘나이에 맞는 삶을 즐기기, 죽음의 종류 3가지’라는 주제로 일상의 예시와 철학적 단상을 들어 나이 듦을 고찰합니다. |
📺 나에게 찾아온 늙음을 흔쾌히 맞이하는 법 [삶의 기술 - 나이 듦에 대하여] - KBS 스페셜 I KBS 다큐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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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률 1위', '75세 이상 초고령층 인구 고용률 5년 연속 1위' 등 부끄러운 지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 전반에 노력이 필요하다는 경고죠. 그러나 우리는 저마다의 나이 듦이 처음입니다. 인생의 분절점들을 어떻게 지나가야 할지 고민하며 늙어가는 시기를 잘 받아들이는 방법을 찾아야겠죠. 본 영상에서는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노인분들을 인터뷰하며 그 지혜를 구했습니다. 이화여대를 50년 만에 졸업하고 여전히 모든 것을 배우는 자세로 살아간다는 박경희 님(인터뷰 당시 81세), 현직 테일러이자 SNS 패션모델로 큰 인기를 끄는 여용기 님(당시 65세), 70대가 되어 음식점 장사를 시작하고 SNS로 소통하며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조재성 님(당시 72세), 노년 전문 칼럼니스트이자 왕성한 강연자로 활동하는 고광애 님(당시 81세)까지. 이들은 모두 자기 앞의 노년을 스스로 재정립하며 흔쾌히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100세 시대, 초고령사회를 처음 맞이한 세대로서 물질적인 노후 대비 외에도 마음의 깨달음을 통한 자각이 필요합니다. ‘죽음을 향해 가는 긴 시간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하는 닫힌 고민은 ‘회심(回心)’과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가 키워드가 될 수 있습니다. 생각의 전환, 그리고 삶의 유한함에 대한 자각을 통해 ‘남은 인생을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가’라는 열린 질문으로 전환하는 것이죠. 본 다큐를 통해 당신의 나이 듦에 대한 인식이 활짝 열릴 수 있길 바랍니다. |
🏛️ 이반 일리치의 죽음 - 레프 톨스토이 I 고전5미닛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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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순간, 다시 태어나다 대문호 톨스토이는 대작 『안나 카레니나』를 완성하고 심각한 정신적 위기를 겪었다고 합니다. 그런 방황은 9년이나 계속되었는데요. 이 기나긴 방황을 끝내게 해 준 소설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대문호는 죽음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봤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찾았으며, 이를 창작의 불꽃으로 지폈던 것이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에, 결국 이 작품은 더 나은 삶에 관한 이야기로 해석되어야 할 것입니다. 인생의 가치와 의미를 찾는 과정에서 꼭 읽어야 할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소개합니다.
‘내가 잘못 살아온 건 아닐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다 하면서 살았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지?’ 그는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가 바로 다음 순간 삶과 죽음의 모든 수수께끼를 풀 단 하나의 해답을 마치 절대 있을 수 없는 것인 양 머릿속에서 몰아냈다.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순영 번역, 2016, 87쪽 |
✍️맺는말 대낮에 우리는 날씨를 이야기하듯 나이를 논합니다. 그러면 나이 듦은 환담의 소재가 되어 조금 가벼워진 필연이자 삶의 자연스러운 과업으로 여겨집니다. 굳어진 일상에서 잠시나마 유쾌하게 웃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주고받는 눈빛에 위로받을 수도 있죠. 그러다 밤이 되면 잠자리에 누워서 '나'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지금을 생각하게 됩니다.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나를 기쁘게 하고 슬프게 하던 일들. 모든 가치와 의미를 한순간에 시작하거나 종결하는 사건들도 있었습니다. 죽음은 그중에서 가장 큰 마침표이자 사유의 시작점입니다. 오직 살아있는 사람만이 죽음을 사유하며 죽음을 끌어안을 수 있으니까요. 열매가 씨앗을 품고 익어가듯이. 죽어가는 자로서, 죽음을 사유하며 살아가는 자로서 당신에게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인가요? |
인문 큐레이션 레터 《위클리 지관》 어떠셨나요? 당신의 소중한 의견은 저희를 춤추게 합니다🤸♂️ |
(재)플라톤 아카데미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2길 19 SK에코플랜트 15층 수신거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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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파리는 많아도, 뿌리는 하나;
거짓으로 보낸 내 젊음의 나날
햇빛 속에서 잎과 꽃 들을 흔들었지;
이제 나는 진실을 찾아 시들어가리.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지혜는 시간과 함께 온다>
이번 호 주제는 ‘나이 듦’입니다. 세계적 괴테 연구자이자 독문학 번역가인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의 선정 도서와 추천사가 함께 합니다. 그리고 자기를 잃지 않으며 나이에 알맞게 사는 방법과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에 대한 강연, 초고령화 시대 1세대 노인분들이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모습과 지혜를 담은 다큐, 어떻게 살아야 가치 있는가에 대한 고찰이 담긴 고전소설의 소개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나이는 누구나 든다. 스무 살에 이 책을 만났던 개인적 행운을 기억한다. 사람 대신 흉하게 변해버린 초상화 한 장으로, 제대로 바르게 살지 않은 삶의 끝이 어떠할까를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책이다. 충격적인 소재와 유미적인 문체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결단코 이 책의 주인공 같은 삶을 살지는 않으리라는 다짐을 하게 한다. 바른 걸음의 삶을 생각할 수밖에 없게 하는 흥미로운 소설책이다. ―전영애 교수
이제 “그 자체로 타락한 어떤 것, 공포를 불러오며 결코 죽지 않는, 죽음보다 더 지독한 타락한 물건”이 되어버린 그의 초상화, 오만과 과욕으로 얼룩진 과거가 삶에 끼친 심각한 영향을 깨닫습니다. 그의 아름다움만큼이나 순수했던 사랑 그리고 완벽했지만 이제는 끔찍하게 일그러진 초상화와의 대비를 통해 내면의 성장과 변화를 보여주죠. 작가는 자기도취와 유희에만 사로잡히는 것이 삶에서 얼마나 위험하고 소모적인지 경고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교훈으로 환원하기에는 그의 조언가 헨리 워튼 경의 냉정하고 위트 있는 통찰과 이야기, 그리고 나이가 들어가며 변화하는 도리언의 고뇌와 매혹의 대상들이 너무 매력적이죠. 자기 액자에 갇힌 도리언과 그의 초상화는 어떤 운명을 맞이할까요?
인생의 진실과 책임감, 내면의 아름다움과 존재 이유, 그리고 작품의 운명에 사유를 담고 있는 이 소설은 오스카 와일드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당대의 위선과 부패에 대한 비판, 입체적인 인물들, 탐미주의, 퇴폐미, 동성애, 블랙 유머, 고딕 소설의 특징이 두드러지는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12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2.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죽음은 누구의 죽음인가요?
3. 노년의 추함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4. 노년에 추하지 않게 살기 위해선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5. 죽음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나 생각은 어떤 것인지요?
쉰 즈음의 여고 동창생들이 20여 년 동안 매달 만나 나이 듦과 죽음에 대한 책 200권을 읽고 토론한 독서의 결과물이다. 이제는 고령이 되신 분들인데, 글 못지않게 저자들이 참 아름답다. 나이 듦과 죽음에 대한 치열한 성찰을 통해 아름다워지고, 죽음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진 게 아닌가 싶다. 우리 이웃으로 이런 어른들이 계시는구나, 노령은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는 것이구나, 반갑고 각별하다.―전영애 교수
특히 ‘죽어가는 사람이 겪는 심리적 5단계(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 이론으로 유명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책이 여러 권 소개되었습니다. 우리는 존엄한 죽음을 지극히 차분하고 깔끔하고 품위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죽어감에 대한 분노’를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대하며 솔직하게 화를 내고 풀어버리라고 합니다. 책 『생의 수레바퀴』에서 결국 “잘 산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니 자신의 생을 사랑하듯 죽음을 받아들이고 타인과 화해하며 세상의 상처를 치유하라고요. 그녀는 실천 방법으로 네 가지 L을 제시합니다. “살라(Live)! 사랑하라(Love)! 웃으라(Laugh)! 배우라(Learn)!”
이 밖에도 죽음 큐레이션에 나온 책들의 공통 견해는 ‘죽음을 수용하는 만큼 삶이 열린다’는 것입니다. 나이 듦, 죽음에 대한 일반적 통념과 달리 ‘나’의 유한성과 나이 듦을 직시하면 고통스러운 과정을 지나 삶에 대한 경외를 회복하여 남은 나날에 의미를 채워 넣고 싶어진다는 것이죠. 그러한 삶에 대한 적극성은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실감하실 수 있습니다.
당신의 삶은 ‘죽음을 향한 삶’인가요? ‘삶을 통한 죽음의 완성’인가요?
제 마음을 대변하는 소박한 문장을 인용하며 소개를 끝내겠습니다. “이 책은 죽음의 이야기가 아니고 아름다운 삶에 대한 이야길 꽉 찬, 구석구석이 다 아름답고 무게가 있어 요약이 아주 힘들었다.”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그가 말했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104쪽)
지금으로부터 300년 전, 나이가 들었다는 건 최고의 지혜라는 말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시대와 이데올로기의 변화에 따라 나이 듦은 오래된 것, 낡은 것, 뒤처진 것 등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치부되었죠. 오늘날 자본주의에서는 신제품이 구제품을 실시간으로 빠르게 대체합니다. 인간은 제품이나 기술이 아니지만, 자의든 타의든 나이는 극복해야 하고 떨쳐내야 할 어떤 ‘결점’으로 인식되죠.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자 자유로운 개인입니다. 제 나이에 사회적 과업을 수행하면서도 주체적이며 독창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인식하며 살아갑니다. 나이 듦, 그리고 죽음 앞에서 우리가 더 인간적인 삶을 살아가려면 어떤 사유를 해야 할까요? 본 영상에서 강신주 철학자는 ‘나이에 맞는 삶을 즐기기, 죽음의 종류 3가지’라는 주제로 일상의 예시와 철학적 단상을 들어 나이 듦을 고찰합니다.
이화여대를 50년 만에 졸업하고 여전히 모든 것을 배우는 자세로 살아간다는 박경희 님(인터뷰 당시 81세), 현직 테일러이자 SNS 패션모델로 큰 인기를 끄는 여용기 님(당시 65세), 70대가 되어 음식점 장사를 시작하고 SNS로 소통하며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조재성 님(당시 72세), 노년 전문 칼럼니스트이자 왕성한 강연자로 활동하는 고광애 님(당시 81세)까지. 이들은 모두 자기 앞의 노년을 스스로 재정립하며 흔쾌히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100세 시대, 초고령사회를 처음 맞이한 세대로서 물질적인 노후 대비 외에도 마음의 깨달음을 통한 자각이 필요합니다. ‘죽음을 향해 가는 긴 시간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하는 닫힌 고민은 ‘회심(回心)’과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가 키워드가 될 수 있습니다. 생각의 전환, 그리고 삶의 유한함에 대한 자각을 통해 ‘남은 인생을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가’라는 열린 질문으로 전환하는 것이죠. 본 다큐를 통해 당신의 나이 듦에 대한 인식이 활짝 열릴 수 있길 바랍니다.
대문호 톨스토이는 대작 『안나 카레니나』를 완성하고 심각한 정신적 위기를 겪었다고 합니다. 그런 방황은 9년이나 계속되었는데요. 이 기나긴 방황을 끝내게 해 준 소설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대문호는 죽음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봤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찾았으며, 이를 창작의 불꽃으로 지폈던 것이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에, 결국 이 작품은 더 나은 삶에 관한 이야기로 해석되어야 할 것입니다. 인생의 가치와 의미를 찾는 과정에서 꼭 읽어야 할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소개합니다.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순영 번역, 2016, 87쪽
대낮에 우리는 날씨를 이야기하듯 나이를 논합니다. 그러면 나이 듦은 환담의 소재가 되어 조금 가벼워진 필연이자 삶의 자연스러운 과업으로 여겨집니다. 굳어진 일상에서 잠시나마 유쾌하게 웃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주고받는 눈빛에 위로받을 수도 있죠. 그러다 밤이 되면 잠자리에 누워서 '나'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지금을 생각하게 됩니다.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나를 기쁘게 하고 슬프게 하던 일들. 모든 가치와 의미를 한순간에 시작하거나 종결하는 사건들도 있었습니다. 죽음은 그중에서 가장 큰 마침표이자 사유의 시작점입니다. 오직 살아있는 사람만이 죽음을 사유하며 죽음을 끌어안을 수 있으니까요. 열매가 씨앗을 품고 익어가듯이. 죽어가는 자로서, 죽음을 사유하며 살아가는 자로서 당신에게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