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78] 행복으로 가는 길

김은희
2025-02-17



“오늘날 물질과 행복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현대 문명의 풍요로움이 어떤 정형화된 행복을 가져다주었지요.  (.....)  실비와 제롬이 행복해지고자 하는 순간, 자신들도 모르게 벗어날 수 없는 사슬에 걸려든 겁니다. 행복은 계속해서 쌓아 올려야 할 무엇이 되고 만 것이지요. 우리는 중간에 행복하기를 멈출 수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 조르주 페렉의 인터뷰 기사 중 -

행복은 어디에서 올까? 언제쯤 행복해질까? 많은 사람들이 종종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질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행복이 대단한 무언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로또 1등 당첨, 꿈꾸던 해외여행, 멋진 집, 화려한 성취, 이 모든 것들이 행복을 가져다줄 거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면서 점점 깨닫게 됩니다. 행복은 거창한 것에서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물건이 주는 행복은 지속될까?

우리는 새로운 물건을 가질 때마다 순간적인 기쁨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조르주 페렉 『사물들』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그 안에 자리한 사물들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행복의 본질을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입니다. 페렉은 단순히 사물을 소비하는 행위를 넘어, 사람들이 사물을 통해 자신을 규정하고자 하는 심리와 그 속에 숨겨진 욕망을 깊이 있게 들여다봅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사물 자체가 아니라, 그 사물이 품고 있는 기억과 감정이 아닐까요?

손 편지가 전해주는 행복

어느 날 문득, 기대감 없이 책상 서랍을 열었는데 오래된 손 편지가 눈에 띕니다. 예전에 친구가 장난삼아 적어준 포스트잇, 몇 년 전의 다이어리 한 권, 아이가 어릴 적 적어준 생일카드. 그것을 펼쳐보는 순간, 우리는 과거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그 속에는 잊고 있던 순간들의 온기가 남아 있습니다. 손으로 쓴 필체에는 시간이 쌓여 있고, 기억이 묻어 있습니다.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는 손 편지가 낯설고 드물지만, 가장 오래 간직되는 것은 빠르게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아니라 한 장의 손 글씨 쪽지이곤 합니다. 손 편지는 단순한 종잇조각이 아니라, 그 순간을 온전히 간직할 수 있는 작은 타임캡슐 같은 것이니까요. 오가와 이토 『츠바키 문구점』로 손 편지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껴보세요. 

식물 한 그루가 가르쳐주는 것

김금희 작가의 『식물적 낙관』에서는 식물을 키우는 과정에서 배우는 삶의 교훈을 이야기합니다. 식물은 말하지 않지만, 매일 조금씩 변화합니다. 아침마다 물을 주고, 잎이 늘어지면 걱정하고, 새싹이 돋으면 기뻐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소소한 행복을 배웁니다. 식물은 즉각적인 반응을 주지는 않지만, 시간을 들여 보살피면 반드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치 우리의 일상 속 작은 노력들이 쌓이고, 결국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말이죠.

결국,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김익한 『하루 한 장, 작지만 큰 변화의 힘』에서도 이와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하루 한 장씩 일기를 쓰거나 계획을 세우는 것이 당장은 대단한 변화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우리는 그 작은 습관들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행복이란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작은 습관과 일상의 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감정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늘 행복을 찾아 어딘가로 떠나야 할 것 같고, 뭔가를 더 가져야만 만족할 것처럼 여깁니다. 하지만 사실 행복은 우리 주변에 항상 있습니다. 익숙한 공간 속에서, 사물과 식물에 담긴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 안에 스며드는 행복을 느끼는 것. 그것이 삶의 행복들 아닐까요?


이번 호에서는 행복과 사물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게 만드는 서울대 인류학과 이현정 교수의 추천 책 4권을 소개해 드립니다.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 김금희의 『식물적 낙관』, 오가와 이토의 『츠바키 문구점』, 그리고 김익한의 『하루 한 장, 작지만 큰 변화의 힘』,입니다. 이 책들을 통해 우리가 지나치는 사소한 것들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법을 함께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 『사물들』 조르주 페렉 지음, 김명숙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그들은 지나치게 빨리 가고자 했다. 세상의 물건이란 물건은 모두 그들의 것이어야 했고, 소유의 기호들을 계속 늘려야 했다. 그들은 추구해야만 했다. 차츰 부자가 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부자였던 것처럼 살 수는 없었다. 그들은 안락한 가운데 미를 추구하며 살고 싶었다. 그들은 목청을 높이며 감탄하곤 했는데, 이것이 바로 부자가 아니라는 제일 확실한 증거였다. 몸에 배서 너무나 당연한 것, 몸의 행복에 따르기 마련인, 드러나지 않고 내재하는 진정한 즐거움이 그들에게는 부족했다. 그들의 즐거움은 머리로만 느끼는 것이었다. 그들이 사치라 부르는 것은 지나칠 정도로 돈을 전제한 것이었다. 그들은 부(富)의 기호에 쓰러질 지경이었다. 그들은 삶을 사랑하기에 앞서 부를 사랑했다. (p.28)

조르주 페렉의 소설 『사물들』은 스무 살이 갓 넘은 실비와 제롬이 사회에 진입하면서 겪는 꿈과 좌절, 부에 대한 욕망을 절제된 언어와 풍부한 도시적 감수성으로 그려낸다. 이 책은 사회학적 보고서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1960년대 프랑스 사회상을 압축적으로 묘사하는 한편, 갈망하는 사물들을 바라보는 첨예한 시선을 통해 행복에 대한 논의를 펼쳐간다. 현대인이 시달리는 상대적 빈곤감과 소비주의에 대한 마음을 울리는 모험담이자, 모든 욕망하는 인간들에게 던지는 질문들로 가득한 흥미로운 이야기.  이현정 교수
  

📚 『식물적 낙관』 김금희 지음, 문학동네

잘 자라는 일

어떻게 보면 인간관계의 단절은 나이가 드는 과정에서 누구나 맞닥뜨리는 일일 것이다. 늘 유지되리라 믿었던, 식물로 치자면 하던 대로 줄기를 위로 뻗으면 되리라 여겼던 그 무심한 안정을 끊고 들어오는 관계의 파국. 다들 그런 고비를 어떻게들 넘으며 나이들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그렇게 해서 무뎌지고 있는 것일까. (p.59)

김금희 작가의 『식물적 낙관』은 발코니 작은 정원에서 기르는 작고 연약한 식물들에 대한 섬세한 관찰 속에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겪는 성장, 행복과 다정함을 그리는 에세이이다.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에 따라 어우러지는 마음의 굴곡을 보여주는 이 책은 어째서 우리가 마음이 힘들 때 식물들을 찾게 되는지, 그리고 식물들을 통해 어떻게 우리는 담대함과 느긋한 낙관의 자세를 받아들이게 되는지를 조용한 치유의 언어를 통해 가르쳐 준다.  이현정 교수


📚 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위즈덤하우스

설렁 땅에서 꺽였어도, 광합성을 하지 않아도 이 꽃들은 이 모습 그대로 지금도 말짱하게 살아 있다. 죽는다는 것은 영원히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도 작업을 하면서 줄곧 그 사실을 생각했다. “아버지와 함께겠죠.” 한참 사이를 둔 뒤에 쇼타로 씨가 중얼거렸다. 천국에서 온 러브레터를 받고서, 쇼타로 씨의 어머니는 진심으로 기뻐했다고 한다. 그 후로 뭔가를 깨달았는지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말은 하지 않게 됐다. 부적처럼 편지를 가슴에 꼭 껴안고 있었다는 말을 듣고 안도했다. 그리고 그대로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평온한 임종이었다고 한다.

 “그 편지 덕분입니다.”  (p.205)

『츠바키 문구점』은 할머니에 이어서 대필 작업을 이어가는 젊은 여성 포포의 시선을 통해, 일본 가마쿠라 사람들의 다채로운 사연들과 서로 의지하고 도우면서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들의 따뜻한 생활상을 그려낸다. 자신만의 내밀한 상처를 안고서 대필을 의뢰하는 사람들의 진심을 고스란히 전하기 위해, 포포는 필체와 어투, 필기도구의 종류, 편지지와 편지봉투, 우표를 하나하나 고르고 정성스럽게 편지를 마무리한다. 편리한 이메일과 SNS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소설.  이현정 교수


📚 하루 한 장, 작지만 큰 변화의 힘』 김익한 지음, 21세기북스

나를 칭찬하는 습관

내 모습과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나요? 낮은 자존감으로 인한 실행력 저하와 그에 따라오는 낮은 성과의 악순환은 우리를 힘들고 지치게 합니다. 나 자신을 칭찬해줘야 하는 이유지요. 학습된 무기력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장점이 많은 나’로 바라보는 순간, 밝은 기운이 실행력을 향상시켜 ‘해내는 나’, ‘이루며 되어가는 나’로 나가가게 됩니다.  (중략)  자신을 칭찬하는 습관이야말로 자존감 향상의 일등 공신입니다. 칭찬 한마디면 고래도 춤을 춘다는데, 나를 북돋우면 내 안의 긍정성이 더욱 및을 발할 거예요. (p.13)

김익한의 『하루 한 장, 작지만 큰 변화의 힘』은 습관, 태도, 생각, 관계, 성장, 의미, 쉼이라는 7가지 주제를 관통하면서, 365일 매일 읽고 생각할 수 있도록 짧지만 깊이 있는 사유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바쁜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습관화된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고, 나 자신, 타인, 세상과의 관계를 되짚어보며, 나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 가는 방법을 생각해 보게 된다.  이현정 교수





📺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I 고전5미닛 (5:29)

*유료 협찬 콘텐츠로 2025.3.31까지 시청 가능합니다. 


📺  2030세대가 유독 행복감이 낮은 이유 I 최인철의 굿라이프스쿨 (3:11)


📺 심리학자 & 뇌과학자가 말하는 돈과 행복 I 장동선의 궁금한 뇌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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