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사방에서 도파민이 넘쳐난다. 그래서 우리는 즉각적인 만족에 길들어져 있다. 우리가 뭔가를 사고 싶으면, 그다음 날 문간에 그게 떡 하니 놓여있다. 우리가 뭔가를 알고 싶으면, 곧바로 화면에 답이 나타난다. 결국 우리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해서 알아내거나, 답을 찾는 동안 좌절하거나, 자신이 바라는 걸 기다려야 하는 습관을 잃고 있다. 『도파민네이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행복은 고통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의미 있는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고통은 삶 속에서 우리를 각성하게 하며, 그것을 견디는 것이 곧 삶의 의미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힘든 훈련 끝에 얻은 성취감, 기다림 끝에 만난 기쁨, 노력 끝에 쟁취한 목표, 이런 순간이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해주지 않았나요? 우리는 삶에서 피할 수 없는 불편함과 마주해야 합니다. 좌절하고, 실패하고, 원하는 것이 바로 이루어지지 않는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성장하고, 더 깊은 만족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고통을 피할수록 행복은 멀어진다 고통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우리 몸과 마음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음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적절히 작동할 때, 우리는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기회를 얻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고통을 무조건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회피하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거 사회에서는 직접적인 고통이 지배의 도구였습니다. 중세의 고문과 처벌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근대 사회에서는 규율을 통해 개인을 통제했고, 현대는 성과사회로 외부의 억압 없이도 스스로를 착취하는 방식으로 변화해 왔습니다. 우리는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경쟁하고, 스스로를 몰아붙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고통을 직면하기보다 회피하는 데 몰두합니다. 고통은 약함의 징후로 여겨져 숨겨야 할 것으로 취급되고, 작은 불편에도 예민해지며, 이를 피하려는 욕망이 점점 커집니다. 우리는 술, 약물, SNS, 쇼핑, 영상 시청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고통을 잊으려 하지만, 이러한 회피는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중독의 그늘 속에서 더 깊은 고통의 늪에 빠지는 사례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고통을 마주할 때 행복이 찾아온다 행복은 고통이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오히려 고통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의미 있는 방향으로 전환할 때 깊은 만족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도전과 실패, 좌절과 극복의 과정 속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더 깊은 기쁨을 경험하게 됩니다. 고통은 우리 삶의 지속적인 동반자입니다. 그것을 피하려 애쓰기보다, 고통이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를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태도를 가질 때, 진정한 행복에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지금 피하고 있는 고통은 무엇인가요? 혹시 그 고통을 받아들이고 마주하면, 더 깊은 행복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추천 도서를 통해 행복과 고통의 의미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
이번 호에는 이현우 서평가의 선정 도서와 추천사가 함께 실립니다. |
📚 『도파민네이션』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흐름출판, 2022 |
행복과 고통의 역설 왜, 우리는 전에 없던 부와 자유를 누리고 기술적 진보, 의학적 진보와 함께 살아가면서 과거보다 불행하고 고통스러워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모두 너무나 비참한 이유는, 비참함을 피하려고 너무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이다.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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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자인 저자는 중독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이며, 현대사회를 중독사회라고 진단한다. 중독을 권장하고 부추기는 사회다. 신경생리학적으로 말하자면, 우리의 중독은 쾌락을 관장하는 신경물질, 도파민 때문에 빚어진다. 저자가 '도파민네이션'이라고 부르는 도파민 중독사회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쇼핑, 술담배나, 커피, 그리고 일과 게임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의 주변은 중독의 대상들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과도한 중독은 결국 개인의 건강을 파괴하며 사회를 불건강하게 만든다. 어떻게 중독에서 벗어날 것인가. 저자는 쾌락의 원리를 이해하고 고통과 화해하라고 제안한다. 쾌락으로 병든 사회에 대한 경고이자 처방이다. 이현우 서평가 |
📚 『고통 없는 사회』 한병철 지음, 이재영 옮김, 김영사, 2021 |
고통의 존재론 기쁨이 커질수록 그 안에 숨어 있는 슬픔도 더 순수해진다. 슬픔이 깊을수록, 그 안에 머물러 있는 기쁨도 더 간절히 부른다. 슬픔과 기쁨은 서로의 안으로 들어가 유희한다. 멂이 가까워지게, 그리고 가까움이 멀어지게 함으로써 기쁨과 슬픔이 서로 어울리도록 조율하는 유희 자체가 고통이다. 그래서 가장 높은 기쁨과 가장 깊은 슬픔은 각각 나름의 방식으로 고통스럽다. (p.72) |
행복에 대한 욕구와 갈망은 고통에 대한 부정과 거부로 귀결되기 싶다. 하지만 행복을 가짜 만족과 혼동하지 않기 위해서는 고통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현대사회에 만연한 고통공포가 오히려 만성 마취를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고통에 대한 직시와 인내가 결여될 때 우리는 오히려 삶의 활력과 의미를 상실한다. 고통을 제거한 진통의 정치는 탈민주주의를 향하며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린다. 진정한 행복을 찾고자 한다면, 우리는 행복과 고통은 과연 양랍할 수 없는 것인가, 진정한 행복은 고통을 배제하는가, 라는 질문을 통과해야 한다. 이현우 서평가 |
📚 『서바이벌리스트 모더니티』 김홍중 지음, 이음, 2024 |
1장. 나목의 사상 - 박수근과 박완서의 경우 이렇게 아버지가 살해한 그 시체가 묻혀 있을지도 모르는 집에서, 화자의 가족은 반공주의 국가, 발전주의 사회를 살아 나갔던 것이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 동생을 죽여야, 망각해야, 부정해야, 삭제하여야 비로소 형의 가족이 살아 나갈 수 있었던 비밀. 20세기 한국사회에서의 생존이란 바로 이런 것이었다. (p.32) |
막스 베버에 따르면 근대는 합리화의 과정이자 탈주술화의 과정이다. 그러나 여전히 무속과 주술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듯 보이는 한국사회의 현실은 과연 한국의 근대를 보편적 척도로만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한다. 사회학자 김홍중은 한국 근대의 간판 사상을 '생존'의 사상으로 규정지으며 해방 이후 현재까지 한국사회의 모더니티를 재검토, 재해석하고자 한다. 우리는 과연 생존주의라는 주술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저자와 함께 성찰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현우 서평가 |
📚 『운명』 임레 케르테스 지음, 유진일 옮김,민음사, 2016 |
내가 나아갈 길 저만치에 행복이 피해 갈 수 없는 덫처럼 숨어서 나를 기다리고 있음을 나는 안다. 가스실 굴뚝 옆에서 고통스러운 휴식시간에도 행복과 비슷한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내게 수용소에서의 역경과 끔찍한 일들에 대해서만 묻는다. 나에게 이러한 경험들이 가장 기억할 만한 일들로 남아 있는데 말이다. 그래, 사람들이 나중에 묻는다면 그때는 강제 수용소의 행복에 대해 얘기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이 묻는다면, 그리고 내가 잊지 않는다면 말이다. (p.284) |
『운명』의 원제는 '운명 없음'이다. 『운명』은 헝가리 작가 임레 케르테스의 대표작으로 홀로코스트 생존 경험담을 담고 있다. 아우슈비츠와 부헨발트 등의 강제수용소를 거치면서 열네 살 주인공이 겪은 고통의 경험은 오히려 담담하게 기술된다. 기적적으로 고향 부다페스트로 생환하지만 그는 몸도 마음도 노인처럼 변해버렸다. 그렇지만 자신의 경험을 운명으로 치부하고 망각하라는 주위의 충고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만약 운명이 있다면 자유란 없으며, 반대로 자유가 있다면 운명이란 없다는 생각으로 맞선다. 심지어는 수용소의 행복도 가능했다고 말한다. 인간성 말살 체험에 어떻게 응전할 것인가 되새겨보게 한다.이현우 서평가 |
📺 장 자크 루소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I 고전5미닛 (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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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협찬 콘텐츠로 2025.4.30까지 시청 가능합니다. |
📺 행복이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유독 한국 사람이 행복감이 낮은 진짜 이유 I 지식인사이드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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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삶이 더 나아지고 싶다면 고통을 선택해야한다? I 장동선의 궁금한 뇌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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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읽는 게 행복에 도움이 될까요? 독서가 우리 인생에 꼭 필요한 이유 I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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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큐레이션 레터 《위클리 지관》 어떠셨나요? 당신의 소중한 의견은 저희를 춤추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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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사방에서 도파민이 넘쳐난다. 그래서 우리는 즉각적인 만족에 길들어져 있다. 우리가 뭔가를 사고 싶으면, 그다음 날 문간에 그게 떡 하니 놓여있다. 우리가 뭔가를 알고 싶으면, 곧바로 화면에 답이 나타난다. 결국 우리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해서 알아내거나, 답을 찾는 동안 좌절하거나, 자신이 바라는 걸 기다려야 하는 습관을 잃고 있다. 『도파민네이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행복은 고통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의미 있는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고통은 삶 속에서 우리를 각성하게 하며, 그것을 견디는 것이 곧 삶의 의미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힘든 훈련 끝에 얻은 성취감, 기다림 끝에 만난 기쁨, 노력 끝에 쟁취한 목표, 이런 순간이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해주지 않았나요?
우리는 삶에서 피할 수 없는 불편함과 마주해야 합니다. 좌절하고, 실패하고, 원하는 것이 바로 이루어지지 않는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성장하고, 더 깊은 만족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고통을 피할수록 행복은 멀어진다
고통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우리 몸과 마음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음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적절히 작동할 때, 우리는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기회를 얻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고통을 무조건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회피하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거 사회에서는 직접적인 고통이 지배의 도구였습니다. 중세의 고문과 처벌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근대 사회에서는 규율을 통해 개인을 통제했고, 현대는 성과사회로 외부의 억압 없이도 스스로를 착취하는 방식으로 변화해 왔습니다. 우리는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경쟁하고, 스스로를 몰아붙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고통을 직면하기보다 회피하는 데 몰두합니다. 고통은 약함의 징후로 여겨져 숨겨야 할 것으로 취급되고, 작은 불편에도 예민해지며, 이를 피하려는 욕망이 점점 커집니다. 우리는 술, 약물, SNS, 쇼핑, 영상 시청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고통을 잊으려 하지만, 이러한 회피는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중독의 그늘 속에서 더 깊은 고통의 늪에 빠지는 사례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고통을 마주할 때 행복이 찾아온다
행복은 고통이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오히려 고통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의미 있는 방향으로 전환할 때 깊은 만족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도전과 실패, 좌절과 극복의 과정 속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더 깊은 기쁨을 경험하게 됩니다. 고통은 우리 삶의 지속적인 동반자입니다. 그것을 피하려 애쓰기보다, 고통이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를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태도를 가질 때, 진정한 행복에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지금 피하고 있는 고통은 무엇인가요? 혹시 그 고통을 받아들이고 마주하면, 더 깊은 행복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추천 도서를 통해 행복과 고통의 의미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행복과 고통의 역설
왜, 우리는 전에 없던 부와 자유를 누리고 기술적 진보, 의학적 진보와 함께 살아가면서 과거보다 불행하고 고통스러워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모두 너무나 비참한 이유는, 비참함을 피하려고 너무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이다. (p.64)
고통의 존재론
기쁨이 커질수록 그 안에 숨어 있는 슬픔도 더 순수해진다. 슬픔이 깊을수록, 그 안에 머물러 있는 기쁨도 더 간절히 부른다. 슬픔과 기쁨은 서로의 안으로 들어가 유희한다. 멂이 가까워지게, 그리고 가까움이 멀어지게 함으로써 기쁨과 슬픔이 서로 어울리도록 조율하는 유희 자체가 고통이다. 그래서 가장 높은 기쁨과 가장 깊은 슬픔은 각각 나름의 방식으로 고통스럽다. (p.72)
1장. 나목의 사상 - 박수근과 박완서의 경우
이렇게 아버지가 살해한 그 시체가 묻혀 있을지도 모르는 집에서, 화자의 가족은 반공주의 국가, 발전주의 사회를 살아 나갔던 것이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 동생을 죽여야, 망각해야, 부정해야, 삭제하여야 비로소 형의 가족이 살아 나갈 수 있었던 비밀.
20세기 한국사회에서의 생존이란 바로 이런 것이었다. (p.32)
내가 나아갈 길 저만치에 행복이 피해 갈 수 없는 덫처럼 숨어서 나를 기다리고 있음을 나는 안다. 가스실 굴뚝 옆에서 고통스러운 휴식시간에도 행복과 비슷한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내게 수용소에서의 역경과 끔찍한 일들에 대해서만 묻는다. 나에게 이러한 경험들이 가장 기억할 만한 일들로 남아 있는데 말이다. 그래, 사람들이 나중에 묻는다면 그때는 강제 수용소의 행복에 대해 얘기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이 묻는다면, 그리고 내가 잊지 않는다면 말이다. (p.284)
『운명』의 원제는 '운명 없음'이다. 『운명』은 헝가리 작가 임레 케르테스의 대표작으로 홀로코스트 생존 경험담을 담고 있다. 아우슈비츠와 부헨발트 등의 강제수용소를 거치면서 열네 살 주인공이 겪은 고통의 경험은 오히려 담담하게 기술된다. 기적적으로 고향 부다페스트로 생환하지만 그는 몸도 마음도 노인처럼 변해버렸다. 그렇지만 자신의 경험을 운명으로 치부하고 망각하라는 주위의 충고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만약 운명이 있다면 자유란 없으며, 반대로 자유가 있다면 운명이란 없다는 생각으로 맞선다. 심지어는 수용소의 행복도 가능했다고 말한다. 인간성 말살 체험에 어떻게 응전할 것인가 되새겨보게 한다.이현우 서평가
*유료 협찬 콘텐츠로 2025.4.30까지 시청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