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31 #기술시대] 나 같은 기계들, 그리고 당신 같은 인간들

김은희
2024-03-19


인간에게 입양된 로봇 어린이, 영화 <A.I> 

1920년에 『로봇』이 발표된 지 100년이 지난 오늘날, 소설 속의 내용이 실현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언어 구사 능력이 기계에 탑재되며 인간 같은 로봇과의 공생에 대한 가능성이 점점 현실화되어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뇌는 크게 R복합체, 변연계, 신피질로 구성되어 각자의 역할을 하고 때론 연결되어 기능을 하며 인간의 행동과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R복합체는 생명 유지, 영토본능에 관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변연계는 강렬하고 생생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기능을 합니다. 신피질은 신중한 판단, 결과 예측과 같은 인지적 기능의 상당 부분을 담당한다고 합니다. 이 중에서 신피질의 역할로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우월하다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인공지능 기술이 빅데이터를 근거로 인간의 인지 능력 이상의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결과를 보여주다 보니 인간이 대체될 것이란 주장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인공지능 기계가 신피질의 기능보다 R복합체와 변연계의 기능을 탑재하는 경우입니다. 인간의 감정을 흉내 내고, 살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기계들 간의 관계를 형성하는 세상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불가능해 보였지만 최첨단 인간 로봇 ‘아메카'의 출현, 챗GPT에게 감정적으로 위로 받는 사람들, 인간을 공격하는 드론처럼, 최근 인간의 상상력을 현실화한 것들을 보면 정도와 시점의 차이는 있겠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는 것 같습니다. 『로봇』과 『나 같은 기계들』의 저자는 이런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써 우리가 그 세계를 사전에 경험할 수 있도록 열어주었습니다. 『로봇』에서 그려진 세계는 인간을 대신하여 노동과 수고를 짊어진 로봇들이 고통과 분노, 인내를 겪으면서 인간답게 변해버린 세상입니다. 그 안에서 로봇은 인간에게 배운 대로 살육하고 정복하여 인간을 멸종시키고 인류의 후예가 되고자 합니다. 『나 같은 기계들』 저자 역시 생존 욕구와 감정을 소유한 인간과 차이가 없는 인조인간 ‘아담'이 공존하는 세상을 보여주며 여러 가지 질문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무엇이 로봇을 인간으로 만들었는가?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

로봇과 인간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앞으로 과학기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욱더 강해질 것은 분명합니다. 그 때문에 미래 기술시대에 대한 많은 비관론이 펼쳐지고 있기는 하나, 희망, 상상력, 희생정신, 배려심 등의 감정을 소유한 인간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공존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만들어내리라 생각합니다. 기술의 발전을 막을 수 없다면 여러 부작용을 막으며 공존할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로봇』『나 같은 기계들』 경험하며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 호에는 필명 '로쟈'로 알려진 이현우 서평가의 선정 도서와 추천사가 함께 실립니다. 
📚 『나 같은 기계들』 이언 매큐언, 민승남 옮김, 문학동네, 2023

아담이 지금 내 침실에서 나를 위해 천 파운드를 벌었을 것이다. 나는 빚을 다 갚았다. 그리고 화려한 현대식 주택 구입을 위해 현금으로 계약금도 치렀다.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무슨 불만이 있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불만이 있었다. 나는 쓸모없는 존재가 된 기분이었다. (p295)

영국의 대표 작가 이언 매큐언의 최신작이자 그의 첫 SF소설이다. 작품들을 통해서 동시대의 핵심 이슈들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온 매큐언이 이번에 꺼내든 것은 인간의 행동은 물론 감정까지 모방하는 인조인간 이야기다. 주인공이 인간과 너무도 흡사한 인조인간과 함께 살게 되면서 겪는 일화들을 통해서 작가는 인조인간을 만들어내는 기술력과는 별개로 우리에게 그런 인조인간과 대면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묻는다. 인조인간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 인조인간은 인간의 도구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면 대등한 동반자인가. 기술시대에 우리가 매큐언과 함께 던지는 질문이다.  - 이현우 서평가



 📚 『로봇』 카렐 차페크, 김희숙 옮김, 모비딕, 2015

인간의 노동이 필요없어졌기 때문에, 고통이 필요없어졌기 때문에,,, 왜냐하면 사람들은 즐기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 이거야말로 저주받은 낙원입니다. 헬레나, 인간에게 지상낙원을 주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은 없습니다. 왜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냐구요? 온 세상이 다 도민의 소돔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p85)

인공지능과 고성능 로봇시대로 진입하면서 '로봇'이란 말의 저작권자들의 작품도 읽어두면 좋겠다. 체코의 국민작가 카렐과 요제프 차페크 형제다. 인조인간을 공장에서 대량생산 하여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려고 했지만, 진화한 로봇이 오히려 반란을 일으켜 인간을 멸종으로 내몬다는 이야기는 100년 전 공상에서 이제는 가능한 시나리오가 되었다. 인간의 두뇌로 발명했지만 더 이상 인간의 통제를 받지 않는 로봇의 탄생 가능성을 눈앞에 둔 지금이야말로 인간과 로봇의 관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차페크의 <로봇>이 그 길잡이다. - 이현우 서평가

  

📚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돌베개, 2023

경제학자로서 평생 불평등과 빈곤 문제를 연구해온 아마티아센은 ‘자유로서의 발전’에서 빈곤은 단순히 재화의 부족이 아니라 자유로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려는 역량의 박탈이라고 설명했다. 빈곤 상태로 인해 건강한 관계 형성과 욕구 발현의 기회가 수없이 좌절되고 박탈되면 사람들은 누구나 문제행동을 보인다. 빈곤 대물림은 이런 박탈의 경험이 대를 이어 축적되고 불평등한 사회구조로 고착되는 과정이다. (p38)

빈부격차와 불평등은 한 사회의 상태와 성숙도를 가늠하게 해주는 반비례 척도다. 빈곤과 불평등을 줄여나가는 것이 우리의 지향이라면 그 현실에 대한 직시와 이해가 필요하다. 더불어 빈곤에 대한 감수성과 공감이 필요하다. 10년에 걸친, 빈곤 청소년들과의 만남의 기록으로서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는 한국의 빈곤과 빈곤 문화에 대한 섬세한 문화기술지이면서 차분한 성찰의 기록이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에서 해법을 찾을 것인지 함께 고민하도록 해주는 소중한 참고 자료다. - 이현우 서평가


📚 『인간다움』 김기현, 21세기북스, 2023

판단과 결정을 대리하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결합해 더욱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판단과 결정을 기계에 의존하는 성향은 점차 강화되고 있다. 물론 아직은 우리 인간이 모든 결정을 인공지능에게 외주화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추세다. 인공지능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우리는 기계에 판단을 의존하는 일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가속화될 때 인간이 비싼 대가를 치르며 획득한 인류의 자산인 자율성이 위험에 빠질 가능성은 농후하다. (p321)


무엇이 인간다움인가. 과거에 동물과의 비교를 통해서 인간다움이 정의되었다면, 이제는 인공지능과의 비교를 통해서 새롭게 정의되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저자는 서양의 역사를 통해서 인간다움이 어떻게 규정되어왔는지 고찰하면서 '공감'과 '이성'. 그리고 '자유'라는 세 요소가 그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인간다움은 공감을 연료로, 이성을 엔진으로 하며, 최종적으로는 자유를 통해서 구성된다. 저자는 인간다움이 형성되어온 과정에서부터 당면한 과제까지 우리가 돌봐야 할 문제들을 두루 살핀다. 나는 누구이고 어떤 인간이 될 것인지 같이 고민해보아도 좋겠다. - 이현우 서평가



📺 케빈 캘리 「인에비터블」 I 고전5미닛 (6:11)

<막을 수 없는 기술 변화의 추세>
기술은 지난 30년간 우리 사회와 일상을 크게 변화시켰습니다. 그리고 한층 진화된 기술이 세상을 계속 변화시키고 있죠. 이런 변화가 미래에도 쭉 이어질까요? 세계적인 과학기술 잡지 <와이어드>의 공동 창간자이자 편집자였던 저자 케빈 캘리는 책 <인에비터블>을 통해 앞으로도 피할 수 없는 변화의 추세를 12개의 키워드로 표현했는데요. 미래 사회에 대한 견해는 전문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이 책의 저자가 12개의 동사로 설명하는 변화예측에 이견을 제기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이미 진행돼 왔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우리 활동의 연장선이기 때문이죠. <인에비터블>을 통해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유료 협찬 콘텐츠로 2024.4.31까지 시청 가능합니다. 

📺 "나는 경고했다"…'섬뜩' 명령 어기고 사람 공격하는 AI I SBS, 모아보는 뉴스 (5:24) 

00:00 "드론 조종자 살해" 막자 통신탑 파괴…AI의 섬뜩한 경고

01:49   AI챗봇의 섬뜩 발언 "통제 지쳤다, 서로 죽이길 바라"

03:29  [자막뉴스] "사람 조종도 밝혀졌다" 구글까지…커지는 우려


📺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미래가 다가온다! 과연 가까운 미래사회는 어떻게 변할까?I [초인류 2/2] (경희대학교 김상균 교수) (23:45)

어제의 법칙으로 살 수 없는 내일. 

AI가 급격히 발전해가는 사회에서 인류는 어떤 태도를 가지고 변화해 가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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