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는 예술로 인문학을 이야기하는 예술인문학자 이동섭 작가님의 예술인의 인생에 대한 첫번째로 빈센트 반 고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현대인이 반 고흐를 사랑하는 진짜 이유는? “사소한 질문에 대한 옳은 대답은 별 게 아니다. 그러나 옳은 질문은 그 정답을 몰라도 중요한 발견의 지침이 된다.” - 에드워드 윌슨, 『 통섭 』 서양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은 무엇일까요? 전 세계 누구라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로 답하겠죠. 그렇다면 가장 사랑받는 화가는 누구일까요? 1980년대 말에 실행된 조사에서 1위는 빈센트 반 고흐였습니다. 파리 유학시절 오르세 미술관의 반 고흐 그림 앞에서 저는 문득, 이 어긋남의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어느 분야든 대체로 유명도와 인기도는 일치하거든요. 특이하게도 고흐는 그림보다 인간으로 먼저 사랑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몇 년에 걸친 연구 끝에 찾은 이 질문의 답이 곧 현대인이 고흐를 사랑하는 진짜 이유였습니다. |
빈센트 반 고흐, '자화상', 1889, 오르세 미술관 |
반 고흐와 현대인의 공통점 자본주의의 초기를 살았던 19세기 예술가들은 낯선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왕족과 귀족 등 후원자의 자리를 대체해 가던 시장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거나 화가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거나 해결책은 두 가지입니다.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고 시장에서 팔리기를 기대하거나, 구매자의 취향에 부합하는 그림을 (주문받아) 그리는 것.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렸는데 잘 팔리는 것이 가장 좋겠으나, 그런 행운은 아주 소수의 화가만 가졌습니다. 여기서 고흐는 그리고 싶은 것을 그렸고, 곤궁한 생활로 대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그의 선택은 지금의 우리에게 여전히 큰 울림을 줍니다. 왜 그럴까요? 그때와 지금, 시대는 달라도 자본주의는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현대의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하기 싫은 일들을 백만 가지를 해야만 합니다. 그렇게 매일을 살다 보면, 하고 싶었던 일은 어젯밤 꿈처럼 점차 멀어지고 흐릿해지죠. 이런 상황을 겪는 이유는 돈 때문입니다.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돈 없이는 원하는 삶을 살기 힘들어요. 그래서 돈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벌면서 원하는 일을 하고 사는 삶, 그것이 현대인이 바라는 삶일 것입니다. 그것은 역시나 아주 소수만 누리는 행운입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고흐와 같은 질문에 대답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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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해바라기', 1888, 노이에 피나코테크 |
빈센트 반 고흐, ‘구두’, 1886, 반 고흐 미술관 |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부딪힐 때,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충돌하면, 어느 쪽을 선택할까요? 잘하는 일을 해서 돈을 벌고 남는 시간에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답하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어떤 분은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결국 잘하게 될 것이라며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좀 줄어듭니다. 잘하는 일을 하고 살면 인생이 좀 편할 것 같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면 행복할 것 같다는 답에는 웃음과 박수가 터집니다.
우리는 어떨까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인생이 행복할 거라 다들 아시지만, 그러다가 가난할거란 두려움에 주저하게 됩니다. 현대 사회에서 가난은 일종의 죄(게으름에 대한 형벌)로 여겨지니까요. 그러니 좀 가난하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기가 대단히 어려워요. 따라서 가난함을 감수할 만큼 하고 싶은 일이 있을까? 자문(自問)하게 됩니다. 고흐는 행복했다. 갤러리스트와 복음 전도사로 실패한 고흐는 당시 기준으로 아주 늦은 나이에 화가가 되었습니다. 그는 그림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했습니다. 팔리는 그림이 아니라, 그리고 싶은 것을 그렸습니다. 동생 테오의 돈으로 살아가는 부끄러움과 무명 화가로 겪어야 할 가난과 외로움은 감당했습니다. 포기의 상념에 시달렸으나, 꿋꿋하게 그 길을 갔습니다. 고흐는 좋아하는 일을 잘하려고 인생을 바쳤습니다. 그가 죽었고, 그의 편지가 정리되어 출판되고, 그림들이 알려지면서, 마침내 사람들은 고흐의 삶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때 이른 죽음을 슬퍼하며, 그가 남긴 그림으로 애도하며 그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그는 불행한 화가가 아니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열정적으로 했으며, 꽤 자신의 인생을 즐겼던 무척 행복한 화가입니다.
그리하여 고흐의 글과 그림은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께 질문합니다. “지금, 원하는 삶을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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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꽃피는 아몬드 나무', 1890, 네덜란드 반 고흐 뮤지엄 |
『 핀센트 판 호흐 』 스티븐 네이페, 그레고리 화이트 스미스 저 , 민음사, 2016 퓰리처 수상작가 두 명이 반 고흐의 출생부터 죽음까지 밀착 취재하여 정리한 책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모국어인 네덜란드어 발음으로 책 제목을 정했다. 특히 부록에 수록된 고흐의 타살에 대한 의견과 근거는 읽어볼 만하다. |
『시지프 신화』 알베르 까뮈 저, 김화영 역, 민음사, 2016 ‘행복한 시지프스를 상상해야 한다’는 까뮈의 색다른 해석으로 2차대전 후의 서구사회를 접근한다. 불행의 대명사인 고흐를 행복한 화가로 볼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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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한병철 저, 김태환 역, 문학과지성사, 2012 ‘모든 시대는 고유한 질병이 있다.’ 라는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피로사회』를 통해 신자유주의 시대의 질병은 미국식 자기 계발서의 특징인 ‘모든 문제를 자기의 문제’ , ‘모든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기 긍정성’으로 진단한다. 그것이 결국 자기 착취와 자발적 자기 감시로 이어진다. 행복은 먼저 자신에게 행복을 허락해야 가능하다. |
📺 빈센트 반 고흐 '자화상' I 고전5미닛 (6:43) |
<전설이 된 미치광이> 모델을 구할 돈이 없어 자신을 그릴 수밖에 없었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고흐는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 중 한 사람입니다. 그를 소개하기 위해서는 사실 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고흐가 그린 자신의 모습, <귀에 붕대를 한 자화상>을 보면 그가 누구인지 가장 잘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땅에 사는 동안 한낱 광인(狂人)에 불과했던 남자지만, 세상을 떠난 뒤 미술사(美術史)의 전설이 된 '빈센트 반 고흐', 그의 작품 『자화상』를 소개합니다. *유료 협찬 콘텐츠로 2023.9.30까지 시청 가능합니다. |
8월 24일 울산시립미술관 지관서가에서 진행되었던 이동섭작가님의 고흐 인생에 대한 강연 내용 후기입니다. 현장 강연에 참석하지 못하신 분들께 뜨거웠던 강연 현장의 열기를 전해드립니다. |
인문 큐레이션 레터 《위클리 지관》 어떠셨나요? 당신의 소중한 의견은 저희를 춤추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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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는 예술로 인문학을 이야기하는 예술인문학자 이동섭 작가님의 예술인의 인생에 대한 첫번째로 빈센트 반 고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현대인이 반 고흐를 사랑하는 진짜 이유는?
“사소한 질문에 대한 옳은 대답은 별 게 아니다.
그러나 옳은 질문은 그 정답을 몰라도
중요한 발견의 지침이 된다.”
- 에드워드 윌슨, 『 통섭 』
서양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은 무엇일까요? 전 세계 누구라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로 답하겠죠. 그렇다면 가장 사랑받는 화가는 누구일까요? 1980년대 말에 실행된 조사에서 1위는 빈센트 반 고흐였습니다. 파리 유학시절 오르세 미술관의 반 고흐 그림 앞에서 저는 문득, 이 어긋남의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어느 분야든 대체로 유명도와 인기도는 일치하거든요. 특이하게도 고흐는 그림보다 인간으로 먼저 사랑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몇 년에 걸친 연구 끝에 찾은 이 질문의 답이 곧 현대인이 고흐를 사랑하는 진짜 이유였습니다.
반 고흐와 현대인의 공통점
자본주의의 초기를 살았던 19세기 예술가들은 낯선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왕족과 귀족 등 후원자의 자리를 대체해 가던 시장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거나 화가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거나 해결책은 두 가지입니다.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고 시장에서 팔리기를 기대하거나, 구매자의 취향에 부합하는 그림을 (주문받아) 그리는 것.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렸는데 잘 팔리는 것이 가장 좋겠으나, 그런 행운은 아주 소수의 화가만 가졌습니다. 여기서 고흐는 그리고 싶은 것을 그렸고, 곤궁한 생활로 대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그의 선택은 지금의 우리에게 여전히 큰 울림을 줍니다. 왜 그럴까요? 그때와 지금, 시대는 달라도 자본주의는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부딪힐 때,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충돌하면, 어느 쪽을 선택할까요? 잘하는 일을 해서 돈을 벌고 남는 시간에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답하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어떤 분은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결국 잘하게 될 것이라며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좀 줄어듭니다. 잘하는 일을 하고 살면 인생이 좀 편할 것 같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면 행복할 것 같다는 답에는 웃음과 박수가 터집니다.
우리는 어떨까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인생이 행복할 거라 다들 아시지만, 그러다가 가난할거란 두려움에 주저하게 됩니다. 현대 사회에서 가난은 일종의 죄(게으름에 대한 형벌)로 여겨지니까요. 그러니 좀 가난하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기가 대단히 어려워요. 따라서 가난함을 감수할 만큼 하고 싶은 일이 있을까? 자문(自問)하게 됩니다.
고흐는 행복했다.
갤러리스트와 복음 전도사로 실패한 고흐는 당시 기준으로 아주 늦은 나이에 화가가 되었습니다. 그는 그림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했습니다. 팔리는 그림이 아니라, 그리고 싶은 것을 그렸습니다. 동생 테오의 돈으로 살아가는 부끄러움과 무명 화가로 겪어야 할 가난과 외로움은 감당했습니다. 포기의 상념에 시달렸으나, 꿋꿋하게 그 길을 갔습니다. 고흐는 좋아하는 일을 잘하려고 인생을 바쳤습니다. 그가 죽었고, 그의 편지가 정리되어 출판되고, 그림들이 알려지면서, 마침내 사람들은 고흐의 삶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때 이른 죽음을 슬퍼하며, 그가 남긴 그림으로 애도하며 그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그는 불행한 화가가 아니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열정적으로 했으며, 꽤 자신의 인생을 즐겼던 무척 행복한 화가입니다.
그리하여 고흐의 글과 그림은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께 질문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모델을 구할 돈이 없어 자신을 그릴 수밖에 없었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