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빅 데이터 전문가 아다지오님과 함께

#지관서가 인터뷰 03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임영수입니다. 서울 동쪽에 살고 있고요. 문화와 관련된 빅데이터 분석 및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문화와 관련된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데이터 관련된 일을 하다 보면, 해당 분야의 경험과 이해가 매우 중요해요. 제가 빅데이터로 온 이유도 문화 분야의 데이터를 보다 잘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예를 들어, 문학/무용/연극/음악/전시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다양한 원로 예술인들의 구술 채록(말씀을 영상과 책자로 기록)이 있어요. 구술 채록은 원로 예술인들의 체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증언을 기록해요. 문자로 남겨지지 않은 예술 사료를 확보하는 데 의미 있는 사업이에요. 그런데 구술 채록의 양이 1명당 8시간 분량의 말씀이라 그 내용을 이해하고 분석하는데 한계가 있어요. 제가 참여했던 과제는 구술 채록에서 등장하고 언급된 수많은 예술인의 인물 간 관계망 네트워크를 데이터로 구축하였어요. A와 B는 친족관계이고, B와 C가 함께 공연하였고, C는 A와 학연 관계가 있다는 등의 복잡하고 다양한 예술계의 인물관계를 데이터로 확인하고 분석할 수 있어요. 파편적으로 존재하는 데이터였지만, 그것을 연결해서 개인의 삶과 족적뿐 아니라 사회적 의미와 인과성을 밝힐 수 있는 뜻 깊은 기회였어요.

결과물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도 많이 배우는데, 이 역시 많은 교수님과 박사님들의 노고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과제였어요.


원래 대학 전공은 수학과 컴퓨터였어요. 하지만 프로그램 코딩하는 것보다 춤추는 것을 더 좋아해서 틈틈이 자원봉사 하면서 문화예술계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을 키웠지요. 계속 두드리고 도전했더니 결국 문이 열렸고, 친구들이 은행이나 증권, 컴퓨터 관련 업종으로 취직할 때 저는 문화예술 행정대학원으로 진학을 했어요.

결국 세종문화회관 인턴십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문화계에서 일을 시작하였어요. 그리고 2002년부터 2018년까지 17년간을 국립정동극장,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립현대무용단, 유니버설발레단 등 문화예술계에서 일했어요.

그러다 2018년 10월 우연한 기회에 예술경영 데이터마케팅 수업을 듣게 되었고, 무언가 뒷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으로 '아!! 내가 할 일이다'라는 직감이 왔어요. 그리고 또다시 문을 두드려서... 제가 수강했던 그 데이터마케팅 회사에 경험을 쌓기 위해 들어갔어요. 처음에는 무급이었고, 책상만 마련해주셨어요. 한 달이 조금 지나면서 몇 개의 프로젝트에 발을 담그게 되고 자연스럽게 직원으로 정식 계약하게 되었어요. 운이 좋았어요.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데이터와 동떨어진 생활을 하던 제가 하루 종일 데이터만 보는 일을 하게되었으니, 그때부터 제대로 좌충우돌 도전기가 시작되었지요. 결코 편한 길은 아니었어요.


MBTI로 말하면 예전에는 E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땐 같기도 해요. 나이가 들면서 점점 I로 변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했는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에너지 소모가 엄청 많은 일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예전보다는 친한 사람들 위주로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네 맞아요.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합니다. 알고 지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저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요. 제가 빅 데이타 쪽으로 직종을 바꾸면서, 최근엔 제가 하는데이터 관련 직종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움을 얻기도 합니다.


아버지가 장남이신데, 딸만 다섯 두셨어요. 저는 둘째 딸이에요. 어머니가 우리 집에서 아들처럼 하고 싶은 것 자유롭게 다 하면서 자란 것은 내가 유일하다고 말씀하세요. 100% 동의하지 않지만 생각해 보면 제가 살사댄스를 배우고 싶다고 했을 때도, 저만 허락해 주신 것 같기도 해요. 제가 하고자 했던 것은 늘 믿고 맡겨주셨던 것 같아요.

물론 제가 평소에 술을 안 먹고 집에 늦게 오거나 하는 일이 없다 보니 그런 부분에 대한 믿음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학교 공부를 할 때도 그랬지만, 회사를 이직하거나 할 때도 한 번도 반대하지 않으시고 제가 하고자 하는 대로 맡겨주셨습니다.


2010년 “리스펙트”를 읽었어요. 노란색 커버의 책이었는데, 색연필로 줄 쳐가며 읽은 기억이 있어요. 내가 상대방을 존중해야 그 사람이 마음이 열리고 나도 존중받을 수 있다, 나이와 직위에 상관없이 존중해야 한다, 는 메시지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그 후로 사회에서 잘 풀리지 않거나 이해할 수 없었던 인간관계에 있어서 태도를 바꾸게 되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사회나 직장 내에서 만나는 분들, 인턴분들을 대할 때도 그 책의 교훈을 늘 염두하고 있습니다.

또 한 권은 “모두 거짓말을 한다”라는 작품이에요. 이 책은 제가 데이터 분야로 넘어오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진실을 말하지 않아요. 진실을 알고 싶으면 구글을 찾습니다. 사람과 사람과의 이해와 소통이 빠진 정보와 데이터가 과연 진실성이 있을까요? 정보는 ‘동반자’가 될 수 없습니다.

지식인에 질문을 하면 초등학생들도 대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해결은 정보와 데이터가 아닙니다. 데이터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똑같은 정보와 데이터를 가지고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을 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투기가 총알을 맞은 부분을 분석하는데 그것을 취약한 부분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한 편으로는 내구성이 강한 부분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데이터는 활용하는 주체의 의도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문화 데이터는 더욱더 그 분야를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들에 의해 분석되어야 합니다. 저희끼리는 그것을 ‘도메인’이라고 하는데, 그 도메인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는 사람들이 데이터를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이번 학기에 강의하는 수업은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예술경영>이에요. 제목 그대로 문화예술 분야에서 발 빠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이해하는 과목이에요. 왜 문화예술계 종사하는 예술가와 관계자들이 인공지능과 데이터를 공부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요. 간혹 "이제부터라도 프로그램 코딩이나, 데이터 분석하는 기술을 배워야 하나요?"라고 질문하세요. 현실은 기술이 아닌 그 (문화) 분야의 데이터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문해력이 더 중요하거든요. 일단 관심을 가지고 많이 접해봐야 해요. 아침에 뜨는 관련 기사들도 찾아 보고요.


간혹 논문을 요약 발표하는 과제가 있어요. 단순히 요약만 해서 발표하는 학생이 있는 반면, 논문의 요지를 이해하고 관련 다른 자료들과 비교하면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학생들이 있어요. 그러면 수업이 끝나더라도 붙잡고 커피 한잔 하면서 이야기 더 나누고 싶어져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수업을 가르치던 초기에는 제가 무엇인가를 가르친다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가르치면서 저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 배움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의 문화와 생각을 이해하고 배울 기회가 됩니다.

특히 공부하는 사람들의 경우엔 일반 사회인들과 고민하는 지점이 다릅니다. 이들을 통해 저도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삶의 시야를 넓힐 수 있습니다.



MZ세대의 상징인 문구가 있잖아요. “이걸요? 제가요? 왜요?”  기성세대는 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고 MZ세대가 경우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젊은 세대들이 거부하기 위해서 이런 질문을 한다기보다는 어떤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충분히 공감하고, 공감받고 싶어서인 것 같습니다. 기성세대는 이것이 하기 싫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이지만, 사실은 자신을 이해시켜달라는 의미거든요.

MZ세대가 현명한 걸 수 있습니다. 지금 세대는 자신이 할 일에 대한 이해와 확신이 있어야 착수할 수 있거든요. 결국 소통을 통해 그들을 이해시켜야 하는 것입니다. 소통의 능력은 MZ세대뿐 아니라, 기성세대들에게도 꼭 필요한 자질이고요.


나이는 이미 기성세대인데 생각은 중간 세대인 거 같아요. 저 역시 납득이 되어야 일에 동기부여가 생기고 일을 몰두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일을 직원들에게 오더하기 전에 설명을 해주려고 해요. 반대로 저 역시 왜 이 일을 하는지도 잘 묻는 편이고요.


제가 좋아하는 지인이 이미 활동하고 있어 알게 되었는데, 이 곳에서 저의 재능과 열정이 쓰임새가 있을 수 있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잖아요. 코로나가 잠시 사회적 교류를 막았지만, 그 이전에도 취향과 목적에 따라 만나는 시대입니다. 소통과 이해와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끼리 만나는 것이죠.

지관서가는 인문학 베이스로, 삶과 인간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소통이 잘 되는 곳입니다.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상대에 대한 믿음이 있고요.


책을 많이 읽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예전에는 사회생활에 필요한 실용서 위주로 읽었지만, 사회생활을 위해서도 광범위한 저변의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 출발이 인문학이라고 생각해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책을 읽는 분들과는 대화의 질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제 개인적인 이야기로 글을 쓰고 싶어요.

언젠가 지도교수님이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제 커리어를 보면 우리 사회의 트랜드를 보는 것 같다고요. 제가 수학을 전공하다가 문화 쪽 일로 넘어와서, 이제는 빅 데이타 관련 일을 하고 있잖아요. 제 개인적인 이야기도 다른 분들께 영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문화와 관련된 데이터 마케팅 개론서를 써보고 싶어요. 해외에는 잘 정리된 책들이 많거든요. 한국의 문화 예술 산업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상품을 마케팅하는 기업의 입장, 그리고 자기 작품과 예술 세계를 알려야 하는 크리에이터 입장, 이렇게 두 가지 시각으로 정리해 보고 싶습니다.



이건 활동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연말에 지관서가 매니아분들과 연말에 다 같이 모여 서로 격려하고 다독이던 자리가 가장 인상 깊었어요.

한해 마지막에 너 참 수고했어, 열심히 살았어, 라고 격려받았던 기억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마음이 무척 따뜻해지는 경험이었어요. 앞으로도 서로를 위로하고 힘을 주는 모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서슴없이 내 일처럼 생각해 주고 도와주는 사람들이요. 다들 다른 분야에서 바쁜 일상을 살면서도 누군가 도움을 청하면 자기일처럼 정보를 찾아주거나 도움을 주기 위해 애써주는 사람들이요.

10년의 제 모습이 지금의 제 모습과 다르거든요.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성격이지만, 이제는 좀 쉬고 싶기도 하고, 10년 뒤엔 어떤 모습일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 하는 문화와 데이터와 관련한 된 일을 바탕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을 것 같아요. 데이터 쪽 일을 하게 되면서 문화업계에서 진로를 바꾼 것 같지만, 사실 여전히 문화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거든요. 10년 뒤에 내가 혹여 카페를 하고 있다고 해도, 예전에 저희 경험들이 반영된 모습일 것 같아요.


저희 회사 대표님이 사회공헌에 관심이 많으세요. 관련해서 사단법인 C.O.D.E라는 곳이 있는데, 본인이 가진 능력을 가지고 사회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를 가진 곳입니다. 코로나나 장애인 문제와 같은 어떤 사회적 이슈가 터졌을 때 그 분야의 각 전문가가 모여서 해결방법을 찾아 가는 곳이에요.

작은 바람이 있다면 지관서가의 인문학적 기반과 데이터의 시너지를 통해 사회에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개인적인 욕구나 이익보다는 일에서 느끼는 보람과 의미가 중요한 걸 느낍니다. 무언가

내가 도움이 되는 일을 했을 때의 보람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능력, 회사의 서비스 등을 가능한 한 사회를 위해 쓰일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일이 일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기계적으로요. 그러다 보면 생각은 최소한으로 하게 되더라고요. 나는 점점 없어지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앞으로 주변을 정리하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양보다 질을 추구하려고 해요.

잦은 모임과 만남을 지양하고, SNS도 한동안 쉬면서, 내 안의 에너지를 충전하려고 해요.

그리고 데이터 분야에서 내가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내실을 키우려 해요. 이 분야가 아는 만큼 보이더라구요.

앞으로 단순지만 더 치열하게 살아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