止觀의 계절서재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권의 책이 우리 곁에 도착합니다.
봄바람에 첫 페이지가 열리고, 여름 한낮의 그늘 아래서 문장이 익어갑니다.
가을이면 밑줄 친 한 줄이 낙엽처럼 가슴에 내려앉고, 겨울밤 고요 속에서 비로소 그 뜻이 온전히 스며듭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자기 안의 계절을 한 바퀴 돌아 만나는 일입니다.
비영리 재단법인 止觀이 기획한 독서문화 확산 사업인 《止觀 의 계절서재》는 5인의 전문가가 인생테마를 주제로 인문 도서를 선정하고 소개합니다.
2026년 그 계절의 길목에서 독서의 방향을 잡아준 자문위원은
이현정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 이현우 서평가(로쟈), 전병근 지식큐레이터,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성해영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한충수 철학과 교수 가 참여했습니다.
『승리는 언제나 일시적이다』, 로버트 자레츠키 지음, 윤종은 옮김
조회수 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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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2023-09-03 12:53
마음의 타락은 우리가 숨 쉬는 공기가 오염으로 변질되는 것보다 훨씬 무서운 역병이다. 후자는 살아 있는 동물이 가진 동물로서의 본성을 오염시키지만, 전자는 인간이 가진 인간성을 오염시킨다. (101p)
최선재2023-09-16 15:48
카뮈는 짧은 생애 동안 그 사랑을 제대로 정의하지 못했으며, 더 오래 살았다 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런 일은 누구도 해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뮈는 그의 어머니가 그랬듯 사랑은 멀리 있는 듯 보여도 늘 곁에 있음을 알았다. 사고로 죽기 얼마 전, 카뮈는 어머니의 사랑이 침묵 속에서도 “끊임없이 내게 말을 걸었다”고 썼다. 이렇듯 사랑이 침묵 속에서도 늘 그의 곁을 지키지 않았다면, 이 특별한 최초의 인간은 최후의 인간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언젠가 카뮈는 부조리는 왕이지만 “사랑이 우리를 부조리에서 구한다”고 말했다. 이 말이 항상 사실이기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겠지만, 그렇다 해도 우리는 결코 절망에 빠져서는 안 된다.
- 〈후기. 《최후의 인간》부터 《최초의 인간》까지〉, 265쪽
- 〈후기. 《최후의 인간》부터 《최초의 인간》까지〉, 265쪽
초여름2023-10-11 22:25
이런 상황에서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몽테뉴에게 답은 에세이를 쓰는 것이다. 그는 정신이 발을 디딜 "굳건한 발판"을 찾을 수 있다면 에세이를 쓸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런 상황이라면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세상도, 몽테뉴 자신도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만큼 같은 상태를 길게 유지할 수 없다.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현상학적 혼란에 삼켜지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바다 위에서 섬처럼 가만히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코르크처럼 휩쓸리는 처지에 놓인다. 그러므로 에세이를 쓰는 행위는 닻을 내리고 배를 묶을 곳을 찾는 시도라기보다는, 현재가 과거로 바뀌는 순간을(그리고 그 순간의 자신을) 포착하려는 끝없는 시도다. - p.132
박상미2023-10-15 11:18
독서기록

필명 '로쟈'로 알려진 이현우 서평가의 선정 도서와 추천사입니다.
📚 『승리는 언제나 일시적이다』, 로버트 자레츠키 지음, 윤종은 옮김, 휴머니스트,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