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위치 : 문학044
저자/아티스트 : 피에르 아드리앙 (지은이), 백선희 (옮긴이)
출간일(출시일) : 2019-10-08
ISBN13 : 9791161110479
출판사(제작사/출시사) : 뮤진트리
목차 :
프롤로그 • 009
1부 • 025
2부 • 103
에필로그 • 251
감사의 말 • 267
참고문헌 • 269
요약 : 한없이 예민하고, 즐겁기 보다는 번민하는 쪽을 택한 젊은 작가의 이야기를 타고 파졸리니와 이탈리아가 새롭게 다가오는, 한 편의 내면 일기 같은 글이다.
책소개 : 불안증으로 일상이 힘든 스물세 살의 피에르 아드리앙은 책을 통해 그에게 고통스러운 감동을 준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의 흔적을 좇아 이탈리아로 떠난다. 시인・소설가・시나리오 작가・영화감독・배우・정치 사회적 아웃사이더, 그 어느 이름으로도 빛나는 파졸리니. 그를 ‘정신적 스승’으로 삼은 아드리앙은 그의 작품 속 수많은 문장을 가슴에 담고 그가 사랑했던 이탈리아의 길을 걷는다.
모든 클리셰를 거슬러 산 파졸리니의 민감한 삶을 가까이에서 느낄수록, 그는 앞으로 살면서 파졸리니에게 기댈 수밖에 없으리라는 걸 깨닫는다. 한없이 예민하고, 즐겁기 보다는 번민하는 쪽을 택한 젊은 작가의 이야기를 타고 파졸리니와 이탈리아가 새롭게 다가오는, 한 편의 내면 일기 같은 글이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 오늘의 청춘이 40년 전 죽임을 당한 파졸리니에게 묻는다.
아무 것도 감추지 않는 그의 글에서
청춘은 오늘의 지성에게 기대했던 삶의 규칙을 발견한다.
그리고 파졸리니의 이야기에 씌워진 베일을 벗긴다.
스물세 살의 프랑스 대학생인 피에르 아드리앙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매혹적인 작가,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의 흔적을 좇아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다. 파졸리니의 모든 작품을 읽었고 그에 대해서라면 공부를 꽤나 많이 했다고 자부하는데 뭔가 충분치 않아서다. 파졸리니의 ‘의미심장한 순간들’을 머금은 땅을 직접 몸으로 느끼고 싶고, 그래야만 파졸리니에 대한 자신의 퍼즐을 제대로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2015년 1월 한겨울, 아드리앙은 소형 피아트로 파졸리니가 어린 시절부터 10년쯤을 살았던 알프스 남부 시골 마을 프리울리, 시인 에즈라 파운드를 만나러 갔던 베네치아, 어머니와 함께 이주해서 죽을 때까지 산 로마를 여행한다. 파졸리니가 살해된,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그 죽음의 해변, 오스티아도 여정에 포함된다. 특히 로마는 곳곳에 파졸리니의 흔적이 배어있는 곳이라 보다 섬세한 탐색을 해야 하지만, 그는 로마면 충분하다는 주변인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파졸리니의 삶과 책의 세계가 뒤섞여 있는’ 프리울리에 더 마음이 끌린다. 그렇게, 그의 작품의 배경이 된 곳들을 여행하고 그를 아는 사람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그와 참으로 동떨어진, 파리에 사는 스물세 살의 대학생인 나는 왜 이제는 그가 없는 이곳에서 아직도 그를 찾고 있을까? 일평생 떼밀리고 뒤흔들린 한 인간에 대한 매혹, 책을 통해 내 안에 고통스러운 감동을 안긴 한 시인에 대한 매혹 때문만은 아니다. 다른 뭔가가 있다. 어쩌면 파졸리니가 탁월하게 묘사한, ‘사는 고통’에 고문당하는 ‘삶의 욕구’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드리앙이 처음 찾아간 곳은 황량한 1월의 바닷가 오스티아다. 로마의 서쪽, 지중해 연안에 있지만 볼거리 하나 없는 그곳 오스티아에서 그는 한 남자의 죽음의 흔적을 찾는다. 파졸리니는 이곳에서 쫓기는 짐승처럼 죽었다. 그리고 1975년 11월 2일 일요일 아침에 쓰레기 같은 시체의 잔해로 발견되었다. 누가 파졸리니를 죽였을까? 당시 이탈리아를 발칵 뒤집어놓은 이 사건은 오늘날까지 미스터리로 남겨진 채, 해결할 수 없는 논쟁들에 물든 이탈리아의 암울한 시절의 불가사의로 정리되었다.
파졸리니가 살해된 자리에 서서 아드리앙은 파졸리니라는 대상과 접촉한 날들을 되새겨본다. 여러 얼굴을 떠올리고, 발송한 수십 통의 메일을, 주소 하나, 전화번호 하나를 얻어내기 위해 파리나 대학 연구실에서 가진 만남들을 떠올린다. 삼키듯 읽은 파졸리니의 책들, 첫 감동들. 그는 파졸리니의 목소리를 듣고 모습을 보기 위해 비디오 자료들을 샅샅이 뒤졌고, 그저 파졸리니라는 이름을 들으면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달뜬 마음으로, 죽을 것 같은 갈증을 품고 그의 책에 달려들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사람들은 아드리앙에게 파졸리니를 더 잘 알기 위해 프리울리 지역을 꼭 볼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그는 자신이 대부분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낼 거라는 걸 안다. 알프스 남부 지역의 시골 마을 프리울리. 그곳은 파졸리니의 어머니 수산나의 고향이자, 파졸리니가 열아홉 살 때부터 10여 년을 지낸 곳이다. 1922년 볼로냐에서 출생한 파졸리니는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여러 곳으로 옮겨 다니며 성장했고, 전쟁 중 가족과 함께 프리울리 지방의 카사르사로 이주하여 그곳에 사는 동안 프리울리 방언을 연구하고 그 언어로 수많은 시를 썼다.
그곳을 흐르는 탈리아멘토 강은 이 지역을 두 개의 방언으로 갈라놓는데, 소박하고 아름다운 그곳에서 목가적 삶의 순수성을 배운 파졸리니의 글은 방언을 발견하면서 폭발한다. “시인이 방언을 말하기 시작하면 그 방언은 언어가 된다”고 주장한 파졸리니는 프리울리 방언으로 내뱉는 모든 단어들로 시를 창조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파졸리니는 농부, 촌놈,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의 삶에 무한한 애정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의 생각은 시집 《무언가에 대한 꿈》에 담긴다.
“파졸리니의 가장 강력한 시들은 프리울리에서 쓰였다. 자신의 현실을 표현한 소설 몇 편, 편지들, 성인이 되어가는 소년의 감수성, 이 모든 것도 알프스 남부 지역에 우뚝 솟아 바다로 이어지는 이 시골에서 쓰이고 형성된다. 나는 그 삶의 조각들을 모으고 싶었다. 어쩌면 헛된 시도일지도 모른다.”
아드리앙은 프리울리에서 파졸리니 연구센터를 관리하며 파졸리니를 추모하고, 파졸리니 연구자들을 돕고 파졸리니가 잘못 해석되지 않도록 애쓰는 사람들을 만난다. 파졸리니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탈리아의 체 게바라처럼 여기는 이들이 그들의 경계 대상이다. “연구단체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어요! 그렇지만 잘못된 해석을 경계해야 해요. 파졸리니를 제멋대로 생각하고 그의 생각을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는 바꿀 수 없는 인물인데 말이에요.”
전쟁 동안 베르수타에서 어머니와 함께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이들과 축구를 즐겼던 파졸리니는 1950년, 어머니와 함께 카사르사를 완전히 떠난다. 그는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되고, 동성애 성향 때문에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카사르사에서 배척당하고, 그가 가입한 공산당에서도 축출된다. 그리고 로마행 기차에 오른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뿌리를 되돌아본다.
파졸리니의 로마 시절은 전통과 현대사회의 규범들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는 도시에서 한 시인이 겪은 변화의 시간이다. 로마에서도 그는 변두리의 언어를 발견하는 일에 몰두한다. 그곳에서 파졸리니는 빈민촌의 아이들과 노동자들의 삶을 탐색하고 그들을 이해하며 그들의 모습을 소설에 시나리오에 영화에 담기 시작한다.
아드리앙은 파졸리니가 영화 <마태복음>을 만든 것은 그가 가난한 이들과 농민 편이고 바리새인의 적인 그리스도를 옹호하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한다. 그의 영화들은 다양한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며 큰 성공을 거두지만 동시에 사회의 어두운 면을 가감 없이 그대로 드러내어 많은 논란을 일으킨다.
로마에서 아드리앙은 파졸리니와 몇몇 영화를 함께했던 조감독을 만나 영화 <분노> <맘마 로마>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듣는다. 아드리앙이 그에게 파졸리니의 어떤 면을 좋아하느냐고 묻자 그는 “나는 그를 소설가보다는 시인으로 좋아한다오. 하지만 이 나라의 현실적 삶을 통찰력 있게 설명한 위대한 해설가로서의 면모도 좋아하지”라고 답한다.
소비사회와 부르주아들의 천박함을 경멸하고, 성적으로 다르다는 것 때문에 배척당하는 괴로움을 책과 영화에 표현하고,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하기를 꿈꾸었으며, 이탈리아 정치・사회의 부패를 걱정했던 파졸리니. 그가 죽은 지 40여 년이 지났지만, 파졸리니의 글은 지금도 여전히 시사성을 띤다. 파졸리니는 1970년대 초 로마에서 친구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인간 조건에서 지성은 오직 우리가 위험에 처해 있을 때, 진실 속에 있다는 확신인 의심으로 번민할 때만 얻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해. 그러니 자네는 자네 자신에게 가차 없이 엄격한 태도를 취해야 할 거야. 내가 자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니 부디 자네가 잘되길 빌겠네.”
파졸리니의 흔적을 따라가면서 아드리앙은 그와 나란히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40년 전 그의 울림이 지금 21세기 청춘에게 여전히 유효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그 '평행의 길'에서 우리는 피에르 아드리앙과 피에르 파졸리니, 두 '피에르'의 감정이 하나로 포개지는 것을 목도한다. 그런 점에서 이 이야기는 파졸리니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여행기이자, 그의 몸속으로 파고드는 듯한 취재이고, ‘영혼의 안내자’를 찾아 나선 탐색이기도 하다. 영화감독으로서의 파졸리니 뿐만 아니라,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불행한 사랑을 시와 소설과 그림과 편지에 열정적으로 담아냈던 ‘작가’ 파졸리니가 새롭게 다가오는 책이다.
“나는 파졸리니에게서 자기번민 그리고 그를 경멸하는 이들에게 내맡겨진 작가를 보았다. 순수와 죄악에 줄곧 유혹당하는 인간을 보았다. 또한 그의 숱한 시적 호소에서 나 자신을 보았다.”
1991년생인 저자는 파졸리니에 대한 깊은 애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이 책으로 문단으로부터 “참신하고 열정적인 첫 책”으로 “고통이 글로 변화되는 신비로운 용광로를 제대로 포착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피가로 리테레르>의 편집장인 브뤼노 코르티는 “피에르 아드리앙, 이 이름을 잘 기억해두시라. 앞으로도 계속 우리를 놀라게 할 인물이다”고 말했고, <르 푸엥>의 편집부국장이자 문화면을 책임지고 있는 크리스토프 오노디비오는 반색하며 이 책에 대해 “《파졸리니의 길》은 청년들의 심장 속에서 문학이 죽지 않았다는 걸 입증해 보여준다”고 평했다.
그런 호평들을 뒷받침하듯, 이 책 《파졸리니의 길》은 2015년에 르노도 상과 데상브르 상 후보에 올랐고, 2016년 되마고 상과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주는 프랑수아-모리악 상을 수상했다.
도서위치 : 문학044
저자/아티스트 : 피에르 아드리앙 (지은이), 백선희 (옮긴이)
출간일(출시일) : 2019-10-08
ISBN13 : 9791161110479
출판사(제작사/출시사) : 뮤진트리
목차 :
프롤로그 • 009
1부 • 025
2부 • 103
에필로그 • 251
감사의 말 • 267
참고문헌 • 269
요약 : 한없이 예민하고, 즐겁기 보다는 번민하는 쪽을 택한 젊은 작가의 이야기를 타고 파졸리니와 이탈리아가 새롭게 다가오는, 한 편의 내면 일기 같은 글이다.
책소개 : 불안증으로 일상이 힘든 스물세 살의 피에르 아드리앙은 책을 통해 그에게 고통스러운 감동을 준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의 흔적을 좇아 이탈리아로 떠난다. 시인・소설가・시나리오 작가・영화감독・배우・정치 사회적 아웃사이더, 그 어느 이름으로도 빛나는 파졸리니. 그를 ‘정신적 스승’으로 삼은 아드리앙은 그의 작품 속 수많은 문장을 가슴에 담고 그가 사랑했던 이탈리아의 길을 걷는다.
모든 클리셰를 거슬러 산 파졸리니의 민감한 삶을 가까이에서 느낄수록, 그는 앞으로 살면서 파졸리니에게 기댈 수밖에 없으리라는 걸 깨닫는다. 한없이 예민하고, 즐겁기 보다는 번민하는 쪽을 택한 젊은 작가의 이야기를 타고 파졸리니와 이탈리아가 새롭게 다가오는, 한 편의 내면 일기 같은 글이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 오늘의 청춘이 40년 전 죽임을 당한 파졸리니에게 묻는다.
아무 것도 감추지 않는 그의 글에서
청춘은 오늘의 지성에게 기대했던 삶의 규칙을 발견한다.
그리고 파졸리니의 이야기에 씌워진 베일을 벗긴다.
스물세 살의 프랑스 대학생인 피에르 아드리앙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매혹적인 작가,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의 흔적을 좇아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다. 파졸리니의 모든 작품을 읽었고 그에 대해서라면 공부를 꽤나 많이 했다고 자부하는데 뭔가 충분치 않아서다. 파졸리니의 ‘의미심장한 순간들’을 머금은 땅을 직접 몸으로 느끼고 싶고, 그래야만 파졸리니에 대한 자신의 퍼즐을 제대로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2015년 1월 한겨울, 아드리앙은 소형 피아트로 파졸리니가 어린 시절부터 10년쯤을 살았던 알프스 남부 시골 마을 프리울리, 시인 에즈라 파운드를 만나러 갔던 베네치아, 어머니와 함께 이주해서 죽을 때까지 산 로마를 여행한다. 파졸리니가 살해된,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그 죽음의 해변, 오스티아도 여정에 포함된다. 특히 로마는 곳곳에 파졸리니의 흔적이 배어있는 곳이라 보다 섬세한 탐색을 해야 하지만, 그는 로마면 충분하다는 주변인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파졸리니의 삶과 책의 세계가 뒤섞여 있는’ 프리울리에 더 마음이 끌린다. 그렇게, 그의 작품의 배경이 된 곳들을 여행하고 그를 아는 사람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그와 참으로 동떨어진, 파리에 사는 스물세 살의 대학생인 나는 왜 이제는 그가 없는 이곳에서 아직도 그를 찾고 있을까? 일평생 떼밀리고 뒤흔들린 한 인간에 대한 매혹, 책을 통해 내 안에 고통스러운 감동을 안긴 한 시인에 대한 매혹 때문만은 아니다. 다른 뭔가가 있다. 어쩌면 파졸리니가 탁월하게 묘사한, ‘사는 고통’에 고문당하는 ‘삶의 욕구’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드리앙이 처음 찾아간 곳은 황량한 1월의 바닷가 오스티아다. 로마의 서쪽, 지중해 연안에 있지만 볼거리 하나 없는 그곳 오스티아에서 그는 한 남자의 죽음의 흔적을 찾는다. 파졸리니는 이곳에서 쫓기는 짐승처럼 죽었다. 그리고 1975년 11월 2일 일요일 아침에 쓰레기 같은 시체의 잔해로 발견되었다. 누가 파졸리니를 죽였을까? 당시 이탈리아를 발칵 뒤집어놓은 이 사건은 오늘날까지 미스터리로 남겨진 채, 해결할 수 없는 논쟁들에 물든 이탈리아의 암울한 시절의 불가사의로 정리되었다.
파졸리니가 살해된 자리에 서서 아드리앙은 파졸리니라는 대상과 접촉한 날들을 되새겨본다. 여러 얼굴을 떠올리고, 발송한 수십 통의 메일을, 주소 하나, 전화번호 하나를 얻어내기 위해 파리나 대학 연구실에서 가진 만남들을 떠올린다. 삼키듯 읽은 파졸리니의 책들, 첫 감동들. 그는 파졸리니의 목소리를 듣고 모습을 보기 위해 비디오 자료들을 샅샅이 뒤졌고, 그저 파졸리니라는 이름을 들으면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달뜬 마음으로, 죽을 것 같은 갈증을 품고 그의 책에 달려들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사람들은 아드리앙에게 파졸리니를 더 잘 알기 위해 프리울리 지역을 꼭 볼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그는 자신이 대부분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낼 거라는 걸 안다. 알프스 남부 지역의 시골 마을 프리울리. 그곳은 파졸리니의 어머니 수산나의 고향이자, 파졸리니가 열아홉 살 때부터 10여 년을 지낸 곳이다. 1922년 볼로냐에서 출생한 파졸리니는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여러 곳으로 옮겨 다니며 성장했고, 전쟁 중 가족과 함께 프리울리 지방의 카사르사로 이주하여 그곳에 사는 동안 프리울리 방언을 연구하고 그 언어로 수많은 시를 썼다.
그곳을 흐르는 탈리아멘토 강은 이 지역을 두 개의 방언으로 갈라놓는데, 소박하고 아름다운 그곳에서 목가적 삶의 순수성을 배운 파졸리니의 글은 방언을 발견하면서 폭발한다. “시인이 방언을 말하기 시작하면 그 방언은 언어가 된다”고 주장한 파졸리니는 프리울리 방언으로 내뱉는 모든 단어들로 시를 창조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파졸리니는 농부, 촌놈,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의 삶에 무한한 애정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의 생각은 시집 《무언가에 대한 꿈》에 담긴다.
“파졸리니의 가장 강력한 시들은 프리울리에서 쓰였다. 자신의 현실을 표현한 소설 몇 편, 편지들, 성인이 되어가는 소년의 감수성, 이 모든 것도 알프스 남부 지역에 우뚝 솟아 바다로 이어지는 이 시골에서 쓰이고 형성된다. 나는 그 삶의 조각들을 모으고 싶었다. 어쩌면 헛된 시도일지도 모른다.”
아드리앙은 프리울리에서 파졸리니 연구센터를 관리하며 파졸리니를 추모하고, 파졸리니 연구자들을 돕고 파졸리니가 잘못 해석되지 않도록 애쓰는 사람들을 만난다. 파졸리니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탈리아의 체 게바라처럼 여기는 이들이 그들의 경계 대상이다. “연구단체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어요! 그렇지만 잘못된 해석을 경계해야 해요. 파졸리니를 제멋대로 생각하고 그의 생각을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는 바꿀 수 없는 인물인데 말이에요.”
전쟁 동안 베르수타에서 어머니와 함께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이들과 축구를 즐겼던 파졸리니는 1950년, 어머니와 함께 카사르사를 완전히 떠난다. 그는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되고, 동성애 성향 때문에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카사르사에서 배척당하고, 그가 가입한 공산당에서도 축출된다. 그리고 로마행 기차에 오른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뿌리를 되돌아본다.
파졸리니의 로마 시절은 전통과 현대사회의 규범들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는 도시에서 한 시인이 겪은 변화의 시간이다. 로마에서도 그는 변두리의 언어를 발견하는 일에 몰두한다. 그곳에서 파졸리니는 빈민촌의 아이들과 노동자들의 삶을 탐색하고 그들을 이해하며 그들의 모습을 소설에 시나리오에 영화에 담기 시작한다.
아드리앙은 파졸리니가 영화 <마태복음>을 만든 것은 그가 가난한 이들과 농민 편이고 바리새인의 적인 그리스도를 옹호하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한다. 그의 영화들은 다양한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며 큰 성공을 거두지만 동시에 사회의 어두운 면을 가감 없이 그대로 드러내어 많은 논란을 일으킨다.
로마에서 아드리앙은 파졸리니와 몇몇 영화를 함께했던 조감독을 만나 영화 <분노> <맘마 로마>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듣는다. 아드리앙이 그에게 파졸리니의 어떤 면을 좋아하느냐고 묻자 그는 “나는 그를 소설가보다는 시인으로 좋아한다오. 하지만 이 나라의 현실적 삶을 통찰력 있게 설명한 위대한 해설가로서의 면모도 좋아하지”라고 답한다.
소비사회와 부르주아들의 천박함을 경멸하고, 성적으로 다르다는 것 때문에 배척당하는 괴로움을 책과 영화에 표현하고,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하기를 꿈꾸었으며, 이탈리아 정치・사회의 부패를 걱정했던 파졸리니. 그가 죽은 지 40여 년이 지났지만, 파졸리니의 글은 지금도 여전히 시사성을 띤다. 파졸리니는 1970년대 초 로마에서 친구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인간 조건에서 지성은 오직 우리가 위험에 처해 있을 때, 진실 속에 있다는 확신인 의심으로 번민할 때만 얻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해. 그러니 자네는 자네 자신에게 가차 없이 엄격한 태도를 취해야 할 거야. 내가 자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니 부디 자네가 잘되길 빌겠네.”
파졸리니의 흔적을 따라가면서 아드리앙은 그와 나란히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40년 전 그의 울림이 지금 21세기 청춘에게 여전히 유효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그 '평행의 길'에서 우리는 피에르 아드리앙과 피에르 파졸리니, 두 '피에르'의 감정이 하나로 포개지는 것을 목도한다. 그런 점에서 이 이야기는 파졸리니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여행기이자, 그의 몸속으로 파고드는 듯한 취재이고, ‘영혼의 안내자’를 찾아 나선 탐색이기도 하다. 영화감독으로서의 파졸리니 뿐만 아니라,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불행한 사랑을 시와 소설과 그림과 편지에 열정적으로 담아냈던 ‘작가’ 파졸리니가 새롭게 다가오는 책이다.
“나는 파졸리니에게서 자기번민 그리고 그를 경멸하는 이들에게 내맡겨진 작가를 보았다. 순수와 죄악에 줄곧 유혹당하는 인간을 보았다. 또한 그의 숱한 시적 호소에서 나 자신을 보았다.”
1991년생인 저자는 파졸리니에 대한 깊은 애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이 책으로 문단으로부터 “참신하고 열정적인 첫 책”으로 “고통이 글로 변화되는 신비로운 용광로를 제대로 포착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피가로 리테레르>의 편집장인 브뤼노 코르티는 “피에르 아드리앙, 이 이름을 잘 기억해두시라. 앞으로도 계속 우리를 놀라게 할 인물이다”고 말했고, <르 푸엥>의 편집부국장이자 문화면을 책임지고 있는 크리스토프 오노디비오는 반색하며 이 책에 대해 “《파졸리니의 길》은 청년들의 심장 속에서 문학이 죽지 않았다는 걸 입증해 보여준다”고 평했다.
그런 호평들을 뒷받침하듯, 이 책 《파졸리니의 길》은 2015년에 르노도 상과 데상브르 상 후보에 올랐고, 2016년 되마고 상과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주는 프랑수아-모리악 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