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아티스트 : 강상중 (지은이), 노수경 (옮긴이)
출간일(출시일) : 2017-09-01
ISBN13 : 9791160943030
출판사(제작사/출시사) : 사계절
요약 : 전작 『구원의 미술관』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등을 통해 시대와 마음의 병을 탐구해온 강상중이 이번에는 좀 더 우리 일상 가까이로 시선을 옮겼다. 바로 현대인이라면 누구도 비껴갈 수 없는 주제인 직업 혹은 일에 관한 이야기다.
책소개 : 전작 『구원의 미술관』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등을 통해 시대와 마음의 병을 탐구해온 강상중이 이번에는 좀 더 우리 일상 가까이로 시선을 옮겼다. 바로 현대인이라면 누구도 비껴갈 수 없는 주제인 직업 혹은 일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명사들을 초청해 일에 대한 철학을 들어보는 일본 NHK TV 프로그램 〈직업 특강〉에서 저자가 ‘인생 철학으로서의 직업론’이란 제목으로 이야기했던 내용을 수정 및 보완한 것이다.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직하면 굳이 일의 의미를 묻지 않아도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던 시대는 지나갔다. 저자는 직업의 안정성, 나아가 삶의 안정성까지 위협받고 있는 이 역경의 시대에 ‘나’를 지키며 일하기 위해서는 나에게 일이란 무엇인지, 나는 왜 이 일을 하는지, 일을 통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과거 자신이 재일 한국인 2세로서 겪었던 차별과 좌절이 천직을 찾는 바탕이 되었던 과정, 힘들었던 시기에 읽었던 책들과 귀감으로 삼았던 역사 속 리더들을 찬찬히 소개하며 ‘일’이 단지 먹고살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 자기 인생을 만들어가는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이 책은 재일 한국인 2세로서 도쿄대학 교수가 된 강상중이 처음으로 말하는 직업론으로 취업 때문에 고민하는 청년들, 자아실현은커녕 격무에 시달리며 ‘나’를 잃어가는 직장인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들려줄 것이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 내일을 알 수 없는 역경의 시대, 어떻게 일할 것인가
재일 한국인 2세 최초로 도쿄대학 정교수가 된 입지전적 인물인 강상중은 이 책에서 본격적으로 자전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동안 여러 저작을 통해 자신의 출신으로 인한 좌절과 방황을 단편적으로 언급하긴 했으나, 유년기의 가정환경부터 청년기의 혼란과 각성을 거쳐 정치학자이자 사회를 향해 발언하는 지식인으로 자리 잡기까지의 전 과정을 보여준 적은 없었다. 이 책은 ‘미니 자서전’이라 해도 좋을 만큼 상당 분량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녹아 있다. 이 책이 NHK 방송 프로그램을 옮긴 것임을 감안한다면, 이미 10여 년 전 ‘성공 신화’의 하나로 주목받은 인물의 일대기를 일본의 국영 방송에서 새삼스럽게 재조명한 이유를 주목해볼 만하다.
반세기 전 저자가 겪은 정체성의 위기, 계속되는 실패와 출구 없는 방황을 지금의 일본 사회가 비로소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한국 사회 역시 다르지 않다. 모든 경제지표가 하강곡선을 그리는 내리막 세상, 심각한 취업난과 증가하는 비정규직 일자리, 세상을 하루아침에 뒤집어놓는 전 세계적 금융 위기나 거대한 자연재해…….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그야말로 내일을 알 수 없는 역경의 시대, 불확실성의 시대이다. 위기에 처한 일본 사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삶 자체가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이었던 ‘자이니치’의 이야기에 다시 한 번 귀를 기울였고, 저자는 자신이 맞닥뜨렸던 역경을 자이니치의 울타리를 넘어 동시대를 사는 이들의 보편적인 고민으로 확장해 ‘일’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냈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저자는 구체적인 하우투how to를 제시하기보다는 ‘인생 철학으로서의 직업론’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주어진 한계를 극복하고 자기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방식으로서의 ‘일’ 혹은 ‘직업’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의 이야기는 일을 찾기 위해, 지속하기 위해, 혹은 떠나기 위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인생’이라는 긴 안목에서 자기 일을 바라볼 수 있는 단단한 삶의 철학을 제공할 것이다.
일이란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이자 ‘나다움’의 표현이다
좋은 대학을 나와 ‘평생 직장’에서 일하는 명확한 목표가 사라진 오늘, 우리는 스스로 일의 의미를 묻고 찾고 발견해나가야 한다. 저자는 크게 두 가지로 ‘일’을 정의한다.
첫째, 일이란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이니치 커뮤니티를 벗어나 일본 사회에 ‘나의 자리’를 만들고 싶었던 그는 직업을 찾아 자기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에 강한 동경을 품고 있었다. ‘일하는 것’이 곧 ‘한 사람 몫의 사회인이 된 증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그는 독자들에게 중립적인 뉘앙스의 ‘시고토仕事(일이나 직업)’를 넘어 천직, 사명이라는 의미까지 포함한 ‘calling’의 개념을 제안한다. 개인의 생계 수단이 아니라 사회와의 관계 맺기라는 관점에서 일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꼭 기업에 취직하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경로로 사회에 참여해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고, 다양한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자기 자리를 만들어가는 넓은 의미의 ‘일하기’를 시작해볼 수 있다.
둘째, 일은 ‘나다움’의 표현이다. 사회에 내가 있을 자리가 마련되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거기에 있는 모두와 동일하지 않은 나, 자기만의 개성과 장점을 내세우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나다움의 표현’은 다른 사람들의 승인 혹은 인정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많은 직장인들이 갈등을 겪거나 상처를 입는다. 저자는 ‘나다움’에는 두 가지가 있다며, 스스로가 알고 있는 ‘나다움’과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의 ‘그다움’을 모두 살피기를 권한다. ‘이런 일은 내게 어울리지 않아’라며 내가 아는 ‘나다움’만을 고집하다가 자기 자리까지 잃지 말고, ‘그냥 한번 해보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도해본다면 뜻밖의 영역에서 ‘나다움’을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저자는 ‘나다움’이나 ‘자아실현’이라는 말에도 너무 짓눌리지 말 것을 당부한다. 더 나아지고자 하는 마음, 즉 향상심向上心을 갖는 것은 좋지만 자아실현의 압박에 시달리며 스스로를 궁지로 내몰기보다는 자신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를 찾을 때 나를 망가뜨리지 않고 좋은 모습으로 오래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이 생각하고, 널리 보고, 끊임없이 배우라
강상중은 역경의 시대에 일과 마주하는 세 가지 자세를 말한다. “일의 의미를 생각하라, 다양한 관점을 가져라, 인문학에서 배우라.” 이 세 가지를 종합하는 근본적인 가르침은 바로 셋째 ‘인문학에서 배우라’이다. 인문학, 특히 고전과 역사는 긴 시간을 다루기 때문에 ‘이 사회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현재를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역사적 경험에서 당면한 위기를 돌파해나갈 지혜를 구하고, 시대의 흐름을 읽어 지금 이것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혹은 다음 시기에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 등을 판단하는 창조성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인문학은 오랜 시간 ‘삶의 의미’를 탐구해온 분야이기 때문에 쉴 새 없이 동요하는 우리의 삶과 일에서 ‘의미’를 찾는 데 도움을 준다.
저자는 비즈니스 퍼슨이 일상에서 인문 지식을 얻기 위한 탄력적인 독서법과 역경의 시대에 흔들리지 않는 바탕이 될 다섯 권의 책, 그리고 자기만의 창조성과 추진력으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나간 5인의 역사 속 리더를 소개한다. 특히 ‘말린 것’과 ‘날 것’이라는 개념을 통해 고전과 역사 읽기를 강조하는데, ‘말린 것’은 오랜 시간 충분한 검증을 거친 안전하고 영양가도 높은 것(고전과 역사), ‘날 것’은 맛있고 신선하지만 가끔 배탈이 나기도 하는 최신의 것(신서, 일간지, 잡지 등)을 가리킨다. 어떤 영역에서든 ‘말린 것’과 ‘날 것’을 적절히 튜닝해내는 능력, 즉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의 심층을 재빠르게 읽어내고 그것을 자기 안에 비축해둔 말린 지식과 연결 짓는 능력이 필요하다. 쉴 새 없이 맞닥뜨리는 ‘날 것’의 홍수 속에서 내적 균형을 잡아줄 ‘말린 지식’으로서 저자가 권하는 다섯 권의 책과 다섯 명의 인물 이야기는 일 혹은 직업이라는 장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이들에게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주요 내용
야구 선수를 꿈꾸던 재일 한국인 소년
강상중의 어린 시절 꿈은 뜻밖에도 야구 선수였다. 고등학교 2학년 무렵까지는 야구 이외에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야구에만 매달렸다. 야구가 좋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당시 인기 있었던 재일 한국인 야구 선수 하리모토 이사오(한국 이름 장훈)의 활약을 보며 출신과 상관없이 오직 실력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은 야구뿐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폐품 회수업을 하던 저자의 부모님 역시 아들이 공부로 출세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생각으로 야구 선수가 되길 기대했다. 그러나 그는 야구 선수를 직업으로 삼기에는 실력도 담력도 모자랐기에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고, 그 일을 계기로 자이니치라는 자신의 현실을 직면하면서 정체성의 위기를 겪게 된다.
저희 집에서 ‘공부’는 그다지 장려되지 않았습니다. 놀라실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공부하려고 밤늦게까지 깨어 있으면 어머니는 얼른 자라며 스탠드를 꺼버리곤 하셨습니다. 당시에는 어머니가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어머니는 제가 좋은 학교에 진학한다 해도 결국 좋은 회사에 취직하진 못할 거라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럴 거라면 애초에 공부 따위 안 시키는 편이 낫겠다는 것이었겠지요. 어머니의 생각이 옳았는지 어땠는지는 제쳐두고서라도 당신의 아들이 상처받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는 어머니의 자식 생각은 지금 돌이켜봐도 가슴 한 편이 아려옵니다. _ 70쪽
나가노 데쓰오에서 강상중으로
와세다대학에 합격해 구마모토에서 도쿄로 상경한 강상중은 화려한 도시, 세련된 친구들, 학생운동의 열기에 주눅이 들어 도서관에 틀어박혔다. 급격히 성장하던 일본 사회의 한 구석에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하던 중 대학 3학년 여름 부모님의 뿌리인 한국을 방문한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친척들과 지인들의 ‘인정’에 마음이 녹은 그는 ‘일본인이든 한국이이든 상관없잖아. 그런 것들을 초월한 지평에 이르고 싶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일본으로 돌아와 일본 이름 ‘나가노 데쓰오’를 버리고 한국 이름 ‘강상중’을 쓰기로 마음먹는다.
제 뿌리가 한국에 있다는 생각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일본 이름인 나가노 데쓰오가 가짜 이름이고, 강상중이 진짜 이름이라는 의식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변하고 싶었습니다. 스스로 변하기 위해 상징적인 행위로 이름을 바꾸려 한 것이지요. 궁극적으로는 어느 쪽 이름이라도 상관없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 원래 강상중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었다면 반대로 나가노 데쓰오라고 바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이는 앞에서 언급한 ‘자연스러움’에 가까운 마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저 이제는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척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있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좀 더 잘 맞는 이름이 우연히 ‘강상중’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로써 저는 이른바 두 번째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_ 86~87쪽
모든 일에는 때가 있나니
그렇다고 해서 그의 두 번째 인생이 순조롭게 풀린 것은 아니다. 국적을 초월하고자 마음먹었지만 현실은 여전히 자이니치였기에 취직이 되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대학원에 진학하고 떠밀리듯 유학길에 오른다. 독일 유학 시절에 만난 그리스인 이민자의 아들 임마누엘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귀국 후 알게 된 도몬 목사에게서는 ‘모든 일에는 때가 있나니’라는 성서의 구절과 함께 초조해하지 말고 ‘지금, 여기’를 열심히 살면서 때를 기다리라는 가르침을 얻는다.
임마누엘과 알고 지내면서 ‘자이니치’는 세상 어디에나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그동안 제 눈을 가리고 있던 비늘이 떨어져나간 것처럼 개운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잘 생각해보면 그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특별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자기에게 피를 나눠준 고향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전 세계에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저는 그런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지요. 나만이 국제적인 역학과 차별의 희생자라고, 다소 과장해서 말하자면 전 세계에서 내가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여겼던 것입니다. (중략)
저는 독일 유학에서 돌아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와 세계의 구조를 고찰하고, 그것을 가르치는 일을 하며 살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바로 제가 ‘천직calling’을 의식한 순간이었습니다. 임마누엘과의 만남을 통해 제 고민이 애초에 개인이 마음속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괴로워할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이자 역사의 문제이며 국제 정치의 문제로서 공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일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_ 91~92쪽
‘때’가 기다려준다는 안심, 그것이 있기에 사람은 ‘지금, 여기’를 열심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만약 ‘서두르지 않으면 늦는다’거나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같은 초조함에 휩싸여 행동에 나선다면, 마음이 깃들지 않은 어중간한 상태로 일하게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니 ‘모든 일에는 때가 있나니’라는 말은 유유자적한 듯 보여도 최종적으로는 몹시 냉정하고 침착한 예지인 것입니다. 지금은 불우하더라도 반드시 돌아올 시간을 믿고 기다릴 것, 그저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를 열심히 살면서 ‘그때’를 기다릴 것. 바로 그런 의미가 아닐까요. _ 96쪽
책을 읽는 방법
좌절과 역경의 시간을 책을 읽으며 견뎌냈던 강상중은 일터에서 고민하는 비즈니스 퍼슨에게도 독서를 권한다. 그리고 바쁜 시간을 쪼개어 책을 읽기 위한 탄력적인 독서법을 제안한다.
ㆍ 천천히 시간을 두고 읽는 책: 전문서, 고전, 명저
ㆍ 어느 정도 집중력을 가지고 읽어야 할 책: 일과 관련 있거나 그 주변 영역에 관한 책
ㆍ 짧은 시간에 대략적으로 훑어보는 책: 신서나 소설, 잡지
ㆍ 신문 읽기 : 전국지 하나 + 영자신문 하나 / 전국지 하나 + 지방지 하나
그렇다면 강상중이 생각하는 독서의 효용은 무엇일까?
ㆍ 시대에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얻는다
ㆍ 직접 체험할 수 없는 일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여 삶을 풍요롭게 한다
ㆍ 행간을 추리하거나 자기 입장에서 상상하며 ‘자기 내 대화’를 할 수 있다
비즈니스 퍼슨에게 권하는 다섯 권의 책
ㆍ 『삶의 물음에 ‘예’라고 대답하라』(빅터 프랭클) _ 인간이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이며, 인생은 살아가는 의미와 가치를 찾는 것이라는 메시지. 이 책은 ‘나에게 일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주면서 동시에 우리를 격려한다.
ㆍ 『로빈슨 크루소』(다니엘 디포) _ 외딴 섬에서 마치 경영자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코디네이트했던 로빈슨 크루소는 자본주의 정신의 원형을 보여주는 인물. 개인의 재량과 책임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 그의 문제 해결 능력은 참고할 만하다.
ㆍ 『산시로』(나쓰메 소세키) _ 일본에서 처음으로 정리된 도쿄론. 비즈니스 퍼슨이라면 자기 나라의 수도가 어떤 장소인지, 수도와 지방의 관계는 어떠한지를 파악해두어야 한다. 또한 수도를 중심으로 추구되는 가치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를 생각할 때 참고하기 좋은 책.
ㆍ 『매니지먼트』(피터 드러커) _ 비즈니스 전반에 대한 사고방식의 토대가 완성되는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기본서이자 ‘이노베이션’의 본질적인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책.
ㆍ 『거대한 전환』(칼 폴라니) _ 19세기 초~20세기 초 유럽의 사회경제적 변화를 고찰하는 책으로 사회와 개인, 시장과 국가 사이의 거시적인 상호관계를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시장경제가 초래한 현재의 경제위기나 사회변화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돕는 책.
강상중의 롤 모델, 5인의 역사 속 리더
ㆍ 벤저민 프랭클린 _ 필요한 모든 기술과 지식을 독학으로 익히고 자기 삶을 철저한 규율에 따라 통제했던 셀프메이드의 모범이자, 일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자 했던 바람직한 자본주의 정신의 체현자.
ㆍ 이시바시 단잔 _ 시류를 정확하게 읽고, 스스로 쌓은 다방면의 지식을 조합하여 합리적인 비전을 만들어냈던 일본의 언론인이자 정치인. 낮에는 경제지의 저널리스트로 활약하고, 밤에는 독학으로 고전을 공부하며 ‘날 것’과 ‘말린 것’ 사이를 부지런히 왕복했던 인물.
ㆍ 혼다 소이치로 _ 좋은 엔진을 만들어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평생 기술자이기를 고집했던 기업가. 보통의 재벌들과 달리 돈이 아닌 기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다수파에 서기보다는 자기만의 길을 걸은 셀프메이드 맨.
ㆍ 스티브 잡스 _ 이전까지 세상에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것을 구상해내는 힘과 명확한 비전을 가졌던 이노베이터이자 혁명가. 그 기초가 되는 인문 지식을 소중히 여겼던 사람.
ㆍ 김대중 _ 국민의 반 발짝 앞을 걸으며 가끔 뒤돌아보고, 모두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면 반 발짝 뒤로 가서 함께 걸으며 설득했던 리더. 또한 역사의 마디가 되는 지점이나 전환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결단을 내렸던 정치가.
저자/아티스트 : 강상중 (지은이), 노수경 (옮긴이)
출간일(출시일) : 2017-09-01
ISBN13 : 9791160943030
출판사(제작사/출시사) : 사계절
요약 : 전작 『구원의 미술관』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등을 통해 시대와 마음의 병을 탐구해온 강상중이 이번에는 좀 더 우리 일상 가까이로 시선을 옮겼다. 바로 현대인이라면 누구도 비껴갈 수 없는 주제인 직업 혹은 일에 관한 이야기다.
책소개 : 전작 『구원의 미술관』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등을 통해 시대와 마음의 병을 탐구해온 강상중이 이번에는 좀 더 우리 일상 가까이로 시선을 옮겼다. 바로 현대인이라면 누구도 비껴갈 수 없는 주제인 직업 혹은 일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명사들을 초청해 일에 대한 철학을 들어보는 일본 NHK TV 프로그램 〈직업 특강〉에서 저자가 ‘인생 철학으로서의 직업론’이란 제목으로 이야기했던 내용을 수정 및 보완한 것이다.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직하면 굳이 일의 의미를 묻지 않아도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던 시대는 지나갔다. 저자는 직업의 안정성, 나아가 삶의 안정성까지 위협받고 있는 이 역경의 시대에 ‘나’를 지키며 일하기 위해서는 나에게 일이란 무엇인지, 나는 왜 이 일을 하는지, 일을 통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과거 자신이 재일 한국인 2세로서 겪었던 차별과 좌절이 천직을 찾는 바탕이 되었던 과정, 힘들었던 시기에 읽었던 책들과 귀감으로 삼았던 역사 속 리더들을 찬찬히 소개하며 ‘일’이 단지 먹고살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 자기 인생을 만들어가는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이 책은 재일 한국인 2세로서 도쿄대학 교수가 된 강상중이 처음으로 말하는 직업론으로 취업 때문에 고민하는 청년들, 자아실현은커녕 격무에 시달리며 ‘나’를 잃어가는 직장인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들려줄 것이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 내일을 알 수 없는 역경의 시대, 어떻게 일할 것인가
재일 한국인 2세 최초로 도쿄대학 정교수가 된 입지전적 인물인 강상중은 이 책에서 본격적으로 자전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동안 여러 저작을 통해 자신의 출신으로 인한 좌절과 방황을 단편적으로 언급하긴 했으나, 유년기의 가정환경부터 청년기의 혼란과 각성을 거쳐 정치학자이자 사회를 향해 발언하는 지식인으로 자리 잡기까지의 전 과정을 보여준 적은 없었다. 이 책은 ‘미니 자서전’이라 해도 좋을 만큼 상당 분량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녹아 있다. 이 책이 NHK 방송 프로그램을 옮긴 것임을 감안한다면, 이미 10여 년 전 ‘성공 신화’의 하나로 주목받은 인물의 일대기를 일본의 국영 방송에서 새삼스럽게 재조명한 이유를 주목해볼 만하다.
반세기 전 저자가 겪은 정체성의 위기, 계속되는 실패와 출구 없는 방황을 지금의 일본 사회가 비로소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한국 사회 역시 다르지 않다. 모든 경제지표가 하강곡선을 그리는 내리막 세상, 심각한 취업난과 증가하는 비정규직 일자리, 세상을 하루아침에 뒤집어놓는 전 세계적 금융 위기나 거대한 자연재해…….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그야말로 내일을 알 수 없는 역경의 시대, 불확실성의 시대이다. 위기에 처한 일본 사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삶 자체가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이었던 ‘자이니치’의 이야기에 다시 한 번 귀를 기울였고, 저자는 자신이 맞닥뜨렸던 역경을 자이니치의 울타리를 넘어 동시대를 사는 이들의 보편적인 고민으로 확장해 ‘일’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냈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저자는 구체적인 하우투how to를 제시하기보다는 ‘인생 철학으로서의 직업론’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주어진 한계를 극복하고 자기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방식으로서의 ‘일’ 혹은 ‘직업’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의 이야기는 일을 찾기 위해, 지속하기 위해, 혹은 떠나기 위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인생’이라는 긴 안목에서 자기 일을 바라볼 수 있는 단단한 삶의 철학을 제공할 것이다.
일이란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이자 ‘나다움’의 표현이다
좋은 대학을 나와 ‘평생 직장’에서 일하는 명확한 목표가 사라진 오늘, 우리는 스스로 일의 의미를 묻고 찾고 발견해나가야 한다. 저자는 크게 두 가지로 ‘일’을 정의한다.
첫째, 일이란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이니치 커뮤니티를 벗어나 일본 사회에 ‘나의 자리’를 만들고 싶었던 그는 직업을 찾아 자기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에 강한 동경을 품고 있었다. ‘일하는 것’이 곧 ‘한 사람 몫의 사회인이 된 증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그는 독자들에게 중립적인 뉘앙스의 ‘시고토仕事(일이나 직업)’를 넘어 천직, 사명이라는 의미까지 포함한 ‘calling’의 개념을 제안한다. 개인의 생계 수단이 아니라 사회와의 관계 맺기라는 관점에서 일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꼭 기업에 취직하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경로로 사회에 참여해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고, 다양한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자기 자리를 만들어가는 넓은 의미의 ‘일하기’를 시작해볼 수 있다.
둘째, 일은 ‘나다움’의 표현이다. 사회에 내가 있을 자리가 마련되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거기에 있는 모두와 동일하지 않은 나, 자기만의 개성과 장점을 내세우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나다움의 표현’은 다른 사람들의 승인 혹은 인정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많은 직장인들이 갈등을 겪거나 상처를 입는다. 저자는 ‘나다움’에는 두 가지가 있다며, 스스로가 알고 있는 ‘나다움’과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의 ‘그다움’을 모두 살피기를 권한다. ‘이런 일은 내게 어울리지 않아’라며 내가 아는 ‘나다움’만을 고집하다가 자기 자리까지 잃지 말고, ‘그냥 한번 해보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도해본다면 뜻밖의 영역에서 ‘나다움’을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저자는 ‘나다움’이나 ‘자아실현’이라는 말에도 너무 짓눌리지 말 것을 당부한다. 더 나아지고자 하는 마음, 즉 향상심向上心을 갖는 것은 좋지만 자아실현의 압박에 시달리며 스스로를 궁지로 내몰기보다는 자신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를 찾을 때 나를 망가뜨리지 않고 좋은 모습으로 오래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이 생각하고, 널리 보고, 끊임없이 배우라
강상중은 역경의 시대에 일과 마주하는 세 가지 자세를 말한다. “일의 의미를 생각하라, 다양한 관점을 가져라, 인문학에서 배우라.” 이 세 가지를 종합하는 근본적인 가르침은 바로 셋째 ‘인문학에서 배우라’이다. 인문학, 특히 고전과 역사는 긴 시간을 다루기 때문에 ‘이 사회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현재를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역사적 경험에서 당면한 위기를 돌파해나갈 지혜를 구하고, 시대의 흐름을 읽어 지금 이것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혹은 다음 시기에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 등을 판단하는 창조성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인문학은 오랜 시간 ‘삶의 의미’를 탐구해온 분야이기 때문에 쉴 새 없이 동요하는 우리의 삶과 일에서 ‘의미’를 찾는 데 도움을 준다.
저자는 비즈니스 퍼슨이 일상에서 인문 지식을 얻기 위한 탄력적인 독서법과 역경의 시대에 흔들리지 않는 바탕이 될 다섯 권의 책, 그리고 자기만의 창조성과 추진력으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나간 5인의 역사 속 리더를 소개한다. 특히 ‘말린 것’과 ‘날 것’이라는 개념을 통해 고전과 역사 읽기를 강조하는데, ‘말린 것’은 오랜 시간 충분한 검증을 거친 안전하고 영양가도 높은 것(고전과 역사), ‘날 것’은 맛있고 신선하지만 가끔 배탈이 나기도 하는 최신의 것(신서, 일간지, 잡지 등)을 가리킨다. 어떤 영역에서든 ‘말린 것’과 ‘날 것’을 적절히 튜닝해내는 능력, 즉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의 심층을 재빠르게 읽어내고 그것을 자기 안에 비축해둔 말린 지식과 연결 짓는 능력이 필요하다. 쉴 새 없이 맞닥뜨리는 ‘날 것’의 홍수 속에서 내적 균형을 잡아줄 ‘말린 지식’으로서 저자가 권하는 다섯 권의 책과 다섯 명의 인물 이야기는 일 혹은 직업이라는 장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이들에게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주요 내용
야구 선수를 꿈꾸던 재일 한국인 소년
강상중의 어린 시절 꿈은 뜻밖에도 야구 선수였다. 고등학교 2학년 무렵까지는 야구 이외에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야구에만 매달렸다. 야구가 좋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당시 인기 있었던 재일 한국인 야구 선수 하리모토 이사오(한국 이름 장훈)의 활약을 보며 출신과 상관없이 오직 실력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은 야구뿐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폐품 회수업을 하던 저자의 부모님 역시 아들이 공부로 출세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생각으로 야구 선수가 되길 기대했다. 그러나 그는 야구 선수를 직업으로 삼기에는 실력도 담력도 모자랐기에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고, 그 일을 계기로 자이니치라는 자신의 현실을 직면하면서 정체성의 위기를 겪게 된다.
저희 집에서 ‘공부’는 그다지 장려되지 않았습니다. 놀라실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공부하려고 밤늦게까지 깨어 있으면 어머니는 얼른 자라며 스탠드를 꺼버리곤 하셨습니다. 당시에는 어머니가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어머니는 제가 좋은 학교에 진학한다 해도 결국 좋은 회사에 취직하진 못할 거라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럴 거라면 애초에 공부 따위 안 시키는 편이 낫겠다는 것이었겠지요. 어머니의 생각이 옳았는지 어땠는지는 제쳐두고서라도 당신의 아들이 상처받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는 어머니의 자식 생각은 지금 돌이켜봐도 가슴 한 편이 아려옵니다. _ 70쪽
나가노 데쓰오에서 강상중으로
와세다대학에 합격해 구마모토에서 도쿄로 상경한 강상중은 화려한 도시, 세련된 친구들, 학생운동의 열기에 주눅이 들어 도서관에 틀어박혔다. 급격히 성장하던 일본 사회의 한 구석에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하던 중 대학 3학년 여름 부모님의 뿌리인 한국을 방문한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친척들과 지인들의 ‘인정’에 마음이 녹은 그는 ‘일본인이든 한국이이든 상관없잖아. 그런 것들을 초월한 지평에 이르고 싶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일본으로 돌아와 일본 이름 ‘나가노 데쓰오’를 버리고 한국 이름 ‘강상중’을 쓰기로 마음먹는다.
제 뿌리가 한국에 있다는 생각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일본 이름인 나가노 데쓰오가 가짜 이름이고, 강상중이 진짜 이름이라는 의식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변하고 싶었습니다. 스스로 변하기 위해 상징적인 행위로 이름을 바꾸려 한 것이지요. 궁극적으로는 어느 쪽 이름이라도 상관없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 원래 강상중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었다면 반대로 나가노 데쓰오라고 바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이는 앞에서 언급한 ‘자연스러움’에 가까운 마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저 이제는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척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있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좀 더 잘 맞는 이름이 우연히 ‘강상중’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로써 저는 이른바 두 번째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_ 86~87쪽
모든 일에는 때가 있나니
그렇다고 해서 그의 두 번째 인생이 순조롭게 풀린 것은 아니다. 국적을 초월하고자 마음먹었지만 현실은 여전히 자이니치였기에 취직이 되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대학원에 진학하고 떠밀리듯 유학길에 오른다. 독일 유학 시절에 만난 그리스인 이민자의 아들 임마누엘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귀국 후 알게 된 도몬 목사에게서는 ‘모든 일에는 때가 있나니’라는 성서의 구절과 함께 초조해하지 말고 ‘지금, 여기’를 열심히 살면서 때를 기다리라는 가르침을 얻는다.
임마누엘과 알고 지내면서 ‘자이니치’는 세상 어디에나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그동안 제 눈을 가리고 있던 비늘이 떨어져나간 것처럼 개운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잘 생각해보면 그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특별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자기에게 피를 나눠준 고향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전 세계에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저는 그런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지요. 나만이 국제적인 역학과 차별의 희생자라고, 다소 과장해서 말하자면 전 세계에서 내가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여겼던 것입니다. (중략)
저는 독일 유학에서 돌아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와 세계의 구조를 고찰하고, 그것을 가르치는 일을 하며 살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바로 제가 ‘천직calling’을 의식한 순간이었습니다. 임마누엘과의 만남을 통해 제 고민이 애초에 개인이 마음속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괴로워할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이자 역사의 문제이며 국제 정치의 문제로서 공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일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_ 91~92쪽
‘때’가 기다려준다는 안심, 그것이 있기에 사람은 ‘지금, 여기’를 열심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만약 ‘서두르지 않으면 늦는다’거나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같은 초조함에 휩싸여 행동에 나선다면, 마음이 깃들지 않은 어중간한 상태로 일하게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니 ‘모든 일에는 때가 있나니’라는 말은 유유자적한 듯 보여도 최종적으로는 몹시 냉정하고 침착한 예지인 것입니다. 지금은 불우하더라도 반드시 돌아올 시간을 믿고 기다릴 것, 그저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를 열심히 살면서 ‘그때’를 기다릴 것. 바로 그런 의미가 아닐까요. _ 96쪽
책을 읽는 방법
좌절과 역경의 시간을 책을 읽으며 견뎌냈던 강상중은 일터에서 고민하는 비즈니스 퍼슨에게도 독서를 권한다. 그리고 바쁜 시간을 쪼개어 책을 읽기 위한 탄력적인 독서법을 제안한다.
ㆍ 천천히 시간을 두고 읽는 책: 전문서, 고전, 명저
ㆍ 어느 정도 집중력을 가지고 읽어야 할 책: 일과 관련 있거나 그 주변 영역에 관한 책
ㆍ 짧은 시간에 대략적으로 훑어보는 책: 신서나 소설, 잡지
ㆍ 신문 읽기 : 전국지 하나 + 영자신문 하나 / 전국지 하나 + 지방지 하나
그렇다면 강상중이 생각하는 독서의 효용은 무엇일까?
ㆍ 시대에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얻는다
ㆍ 직접 체험할 수 없는 일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여 삶을 풍요롭게 한다
ㆍ 행간을 추리하거나 자기 입장에서 상상하며 ‘자기 내 대화’를 할 수 있다
비즈니스 퍼슨에게 권하는 다섯 권의 책
ㆍ 『삶의 물음에 ‘예’라고 대답하라』(빅터 프랭클) _ 인간이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이며, 인생은 살아가는 의미와 가치를 찾는 것이라는 메시지. 이 책은 ‘나에게 일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주면서 동시에 우리를 격려한다.
ㆍ 『로빈슨 크루소』(다니엘 디포) _ 외딴 섬에서 마치 경영자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코디네이트했던 로빈슨 크루소는 자본주의 정신의 원형을 보여주는 인물. 개인의 재량과 책임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 그의 문제 해결 능력은 참고할 만하다.
ㆍ 『산시로』(나쓰메 소세키) _ 일본에서 처음으로 정리된 도쿄론. 비즈니스 퍼슨이라면 자기 나라의 수도가 어떤 장소인지, 수도와 지방의 관계는 어떠한지를 파악해두어야 한다. 또한 수도를 중심으로 추구되는 가치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를 생각할 때 참고하기 좋은 책.
ㆍ 『매니지먼트』(피터 드러커) _ 비즈니스 전반에 대한 사고방식의 토대가 완성되는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기본서이자 ‘이노베이션’의 본질적인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책.
ㆍ 『거대한 전환』(칼 폴라니) _ 19세기 초~20세기 초 유럽의 사회경제적 변화를 고찰하는 책으로 사회와 개인, 시장과 국가 사이의 거시적인 상호관계를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시장경제가 초래한 현재의 경제위기나 사회변화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돕는 책.
강상중의 롤 모델, 5인의 역사 속 리더
ㆍ 벤저민 프랭클린 _ 필요한 모든 기술과 지식을 독학으로 익히고 자기 삶을 철저한 규율에 따라 통제했던 셀프메이드의 모범이자, 일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자 했던 바람직한 자본주의 정신의 체현자.
ㆍ 이시바시 단잔 _ 시류를 정확하게 읽고, 스스로 쌓은 다방면의 지식을 조합하여 합리적인 비전을 만들어냈던 일본의 언론인이자 정치인. 낮에는 경제지의 저널리스트로 활약하고, 밤에는 독학으로 고전을 공부하며 ‘날 것’과 ‘말린 것’ 사이를 부지런히 왕복했던 인물.
ㆍ 혼다 소이치로 _ 좋은 엔진을 만들어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평생 기술자이기를 고집했던 기업가. 보통의 재벌들과 달리 돈이 아닌 기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다수파에 서기보다는 자기만의 길을 걸은 셀프메이드 맨.
ㆍ 스티브 잡스 _ 이전까지 세상에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것을 구상해내는 힘과 명확한 비전을 가졌던 이노베이터이자 혁명가. 그 기초가 되는 인문 지식을 소중히 여겼던 사람.
ㆍ 김대중 _ 국민의 반 발짝 앞을 걸으며 가끔 뒤돌아보고, 모두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면 반 발짝 뒤로 가서 함께 걸으며 설득했던 리더. 또한 역사의 마디가 되는 지점이나 전환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결단을 내렸던 정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