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온라인 인문 플랫폼 인문360과 플라톤아카데미에서 제공하는 칼럼입니다.

역사미룸과 창조성

2022-02-03


미룸과 창조성



jjh_inmun_20210904_01.jpg

▲ 1963년 대중 앞에서 연설하는 마틴 루터 킹의 모습 


50년이 넘게 지났지만, “나는 꿈이 있습니다” 로 요약되는 시민운동가 마틴 루터 킹의 명 연설은 그 당시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나아가 미국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명 연설을 준비하는 데 얼마나 걸렸을까? 최소 몇 주는 걸리지 않았을까? 놀랍게도 마틴 루터 킹은 전날 밤 10시에 호텔 방에 앉아서 연설문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연설 전날 밤까지 연설문을 쓰지 않고 미뤄둔 것이다.

미루는 것이라면 세계적인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뒤지지 않는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걸작 “모나리자”는 1503년에 작업을 시작했으나, 십년 넘게 작업을 중단한 상태로 내버려 두다가 결국 1519년에 완성했다. 자그마치 16년 걸린 것이다.

그런데…이렇게 계속 완성을 뒤로 미룬다고 걸작이 나오는 것일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생애를 다룬 1550년도에 쓰여진 지오지오 바사리의 책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천재성을 가진 사람들은 가장 적게 일할때 가장 많은 것을 성취하기도 한다. 그들은 오랫동안 창조적인 것을 생각한다. 그들의 마음 속에 구체적인 영감이 떠오르는 바로 그 때, 그들은 손으로 그것들을 표현한다.”


jjh_inmun_20210904_02.jpg

▲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


미루는 것은 창조적인 예술가들과 위대한 사상가들에게 흔한 습관이었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창조적인 일을 할 때에는 어쩌면 뒤로 미루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무조건 미룬다고 창조적이 될까?

연구자들은 두 가지 종류의 미룸이 있다고 한다. 능동적인 미룸과 수동적인 미룸이다. 수동적인 미룸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미룸이다. 무엇을 할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미적대는 미룸이다. 이와 반대로, 능동적 미룸은 긍정적 의미의 미룸이다. 이런 미룸을 즐기는 사람들은 시간적 압박 하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미루기 위한 의도적인 결정을 내린다.

연구자들은 능동적 미룸이 긍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수동적인 미룸은 할일을 단순히 나중으로 미루는 것이지만, 능동적인 미룸은 할일을 끝내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작업의 시작 시기를 조절하는 것이다. 당신이 능동적으로 프로젝트의 시작을 미룰때, 당신은 당신의 프로젝트에 대한 생각이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허락하는 것이다. 즉 당신은 창조적인 생각이 당신의 두뇌 안에서 마음껏 흐르도록 하는 문을 열어 주는 것이다.

미국의 저명 심리학자이자 워튼 경영대학원 교수인 애덤 그랜트는 그의 책 “오리지널스”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당신이 하던 작업을 끝마치면, 당신은 그것에 대해 더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작업을 끝내지 않고 놔두면, 그것은 당신의 마음속에서 계속 능동적인 상태로 남아 있는다.”

즉 우리는 수동적인 미룸은 멀리해야 한다. 고객에게 보낼 이메일이 있다면 보내야 하고, 오늘 운동하기로 한 것은 운동해야 한다. 하지만 책을 쓴다거나, 연설을 한다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할 때는 능동적인 미룸을 적극 고려해 보라. 그러면 당신이 생각지도 못했던 영감이 떠오를수 있다.

마틴 루터 킹은 그의 연설문 원고에 “나는 꿈이 있습니다” 라는 그 유명한 구절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 구절은 그가 연설하던 도중에 순간적으로 그의 마음에 떠올랐던 것이다.

애덤 그랜트는 그의 책 “오리지널스”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를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는 것 이외에도, 미루는 것은 또 다른 장점을 제공한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이 즉흥적인 영감에 열릴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우리가 미리미리 계획할 때, 우리는 우리가 미리 만들어 놓은 구조에 집착해서 새로운 가능성이 우리의 생각에 뛰어들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해 버린다.”

그러므로 당신이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고 해서 자책하지 말라. 특별히 창조적인 작업을 할때에는 더욱 그러지 말라. 계획을 세우되, 유연하게 적용하라. 때로는 앞으로 나아가지 말고 쉬어라. 당신의 마음이 무의식 가운데 부드럽게 흐르도록 하라. 이러한 미룸은 당신의 다음 걸작을 이룰수 있는 중요한 한 조각이 될수도 있다.


참고문헌

• Procrastination Isn't So Bad After All
https://www.omaritani.com/blog/procrastination-and-creativity
• The Five Hidden Benefits Of Procrastination
https://www.fastcompany.com/3046120/the-five-hidden-benefits-of-procrastination
• Is procrastination friend or foe to health and creativity?
https://www.medicalnewstoday.com/articles/325108



_20180129113834.jpg
필자_조종희
미국 포드자동차에서 디지털 마케팅 분석을 담당하고 있다.
인문학과 과학기술이 만나는 분야들, 그중에서도 특히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인류의 미래에 대한 관심이 많다.



플라톤아카데미 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