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온라인 인문 플랫폼 인문360과 플라톤아카데미에서 제공하는 칼럼입니다.

철학계절에 시작과 끝이 있을까요?

2021-04-22

인문쟁점은? 우리 시대가 마주하고 있는 여러 인문학적 과제들을 각 분야 전문가들의 깊은 사색, 허심탄회한 대화 등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더 깊은 고민을 나누고자 만든 코너입니다. 매월 국내 인문 분야 전문가 두 사람이 우리들이 한번쯤 짚어봐야 할 만한 인문적인 질문(고민)을 던지고 여기에 진지한 답변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제가 궁금했던 건 사계절에 대한 이 모든 의미가 언제부터 어디서 어떻게 생겼냐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은 흐르는 존재인데 어떻게 분절했을까요? 그리고 거기에 왜 특정 이미지를 씌웠을까요? 시간은 태초부터 존재했을까요, 아니면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일까요?




프리지아

프리지아



저는 노란 프리지아를 좋아합니다. 특유의 싱그러운 향도 매력적이지만 이 꽃의 꽃말이 마음에 들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합니다.”


프리지아는 2월에 많이 나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올해 설에는 시댁에 가지 못했습니다. 적적하고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 식탁에 노란 프리지아를 꽂은 화병을 놓았습니다. 식구들에게 말했죠.“자, 올해도 새롭게 시작해야지!.”


그런데 아이들이 물었습니다. “왜 양력 새해랑 음력 새해가 달라? 우린 새해 첫 날이 두 개야?”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저 “양력이랑 음력 새해 두 번 쉬니까 좋지 뭐.”라고만 대답했죠.


사실 어릴 때부터 궁금했습니다. 학교에 다니기 전엔 세상의 모든 계절이 4개밖에 없는 줄 알았습니다. 학교에서 1년 내내 겨울인 남극과 북극, 언제나 덥고 습한 열대우림처럼 사계절이 아닌 지역이 지구에 매우 많다는 것을 배운 후 뭔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제 주위에선 삶의 거의 모든 것을 사계절에 비유하기 때문입니다.


흔히 봄을 ‘사계절의 시작’이라고 부르죠. 매화와 벚꽃을 감상하러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젊음을 봄에 비유하고, 새 생명이 태어나는 시기라고 하고요. 오랜 고생 끝에 좋은 시절이 찾아올 때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고 합니다. ‘프라하의 봄’, ‘서울의 봄’, ‘아랍의 봄’처럼 민주화 운동을 봄에 빗댑니다.


여름은 ‘정열의 계절’이라 하지요. 눈부신 햇살과 바다, 울창한 숲이 떠오릅니다. 여름방학의 추억도 만들 수 있죠. 반대로 장마와 태풍이 닥칠 때면 어떤 사고가 생길지 몰라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한가위에 햇곡식과 햇과일을 차례상에 올립니다. 단풍놀이를 즐기고,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며 상념에 잠기기도 합니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시기이자 ‘독서의 계절’로도 통합니다.


겨울은 ‘마무리의 계절’이라고 하지요. 한 해를 끝내고 그 다음 해를 준비합니다. 크리스마스엔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모여 즐거움을 나눕니다. 양력 새해 첫날과 음력 설도 겨울에 있습니다. 극심한 추위 때문에 겨울이라 하면 뭔가 음울한 분위기가 풍기기도 합니다. 


제가 궁금했던 건 사계절에 대한 이 모든 의미가 언제부터 어디서 어떻게 생겼냐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은 흐르는 존재인데 어떻게 분절했을까요? 그리고 거기에 왜 특정 이미지를 씌웠을까요? 시간은 태초부터 존재했을까요, 아니면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일까요?



[이달의 질문] 계절에 시작과 끝이 있을까요?  / 질문자 - 이미아(한국경제신문 기자)

 

Q.  과연 계절에 시작과 끝이 있을까요? 인간은 왜 시간의 순서를 만들고, 거기에 고정관념을 부여할까요? 석학이신 과학자 안중호 선생님께 고견을 구합니다.




이미아

1982년생. 한국경제신문 문화스포츠부 기자. 펴낸 책으로 <엄마는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한국경제신문)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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