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장소를 보고도 우리의 마음을 당긴 것이 이렇게 다른데, 우리가 그 이후 함께한 날들 동안 전혀 다른 감정들을 느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라요. 무無. 당신의 집 거실에 적혀 있던 글자처럼. 사실은 우리 사이에는 아무 것도 존재할 수 없음을 그저 받아들였으면 좋았을텐데. 사람은 어째서 이토록 미욱해서 타인과 나 사이에 무언가가 존재하기를 번번이 기대하고 또 기대하는 걸까요.
『여름의 빌라』 56쪽
백수린의 소설은 우아하고도 섬세한 언어로 독자의 마음에 노크를 한다. 고도로 지적이면서도 지극히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백수린의 인물들은 이번 소설집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우정이나 사랑이 태어나기 어려운 상황일수록 백수린의 주인공들은 따스하게 손을 잡는다. 그리하여 그 혹독한 시간이 너무 외롭지 않도록, 쓰라린 고통에 뼈아픈 고독까지 겹치지 않도록, 서로의 아픔을 따스하게 어루만져준다. 백수린 소설의 이국적인 분위기는 그녀의 작품을 읽는 또 하나의 묘미다. 그녀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프랑스가 관광명소나 영화 속 로케이션이 아니라 우리네 삶과 똑같이 복작거리는 저잣거리의 풍경처럼 살갑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나는 백수린 소설의 은은한 로맨티시즘이 좋다. 살짝 수줍은 듯 하면서도 끝내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인물들의 순수한 용기가 좋다. 사랑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유혹의 기술이 아니라 끝없이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려는 의지와 겸허함이 아닐까. 결코 매너리즘에 빠질 수 없는 순수한 마음이 백수린의 이야기를 더욱 단단하게 떠받치고 있다. 결국 이 세상을 버티게 하는 것은 증오나 분노가 아니라 사랑과 연대임을 잊지 않는 인물들의 조용한 용기가 번쩍이는 소설집이다.
추천사 : 정여울 위원(『헤세』,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 저자)
백수린
소설가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거짓말 연습」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여름의 빌라』, 중편소설 『친애하고, 친애하는』, 짧은소설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번역서 『문맹』 『여름비』가 있다.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백수린/문학동네/2020/292/13,500원
같은 장소를 보고도 우리의 마음을 당긴 것이 이렇게 다른데, 우리가 그 이후 함께한 날들 동안 전혀 다른 감정들을 느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라요. 무無. 당신의 집 거실에 적혀 있던 글자처럼. 사실은 우리 사이에는 아무 것도 존재할 수 없음을 그저 받아들였으면 좋았을텐데. 사람은 어째서 이토록 미욱해서 타인과 나 사이에 무언가가 존재하기를 번번이 기대하고 또 기대하는 걸까요.
『여름의 빌라』 56쪽
백수린의 소설은 우아하고도 섬세한 언어로 독자의 마음에 노크를 한다. 고도로 지적이면서도 지극히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백수린의 인물들은 이번 소설집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우정이나 사랑이 태어나기 어려운 상황일수록 백수린의 주인공들은 따스하게 손을 잡는다. 그리하여 그 혹독한 시간이 너무 외롭지 않도록, 쓰라린 고통에 뼈아픈 고독까지 겹치지 않도록, 서로의 아픔을 따스하게 어루만져준다. 백수린 소설의 이국적인 분위기는 그녀의 작품을 읽는 또 하나의 묘미다. 그녀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프랑스가 관광명소나 영화 속 로케이션이 아니라 우리네 삶과 똑같이 복작거리는 저잣거리의 풍경처럼 살갑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나는 백수린 소설의 은은한 로맨티시즘이 좋다. 살짝 수줍은 듯 하면서도 끝내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인물들의 순수한 용기가 좋다. 사랑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유혹의 기술이 아니라 끝없이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려는 의지와 겸허함이 아닐까. 결코 매너리즘에 빠질 수 없는 순수한 마음이 백수린의 이야기를 더욱 단단하게 떠받치고 있다. 결국 이 세상을 버티게 하는 것은 증오나 분노가 아니라 사랑과 연대임을 잊지 않는 인물들의 조용한 용기가 번쩍이는 소설집이다.
추천사 : 정여울 위원(『헤세』,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 저자)
소설가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거짓말 연습」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여름의 빌라』, 중편소설 『친애하고, 친애하는』, 짧은소설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번역서 『문맹』 『여름비』가 있다.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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