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 지음/오월의봄/2020년/296쪽/17,000원
근대 인간학이 ‘인간’의 본질을 구성하기 위해 배제한 소수자들과 연대하며 장애학은 또다시, 그러나 다르게 ‘인간이란 대체 무엇인가?’라고 물을 것이다. 그 물음과 함께 인간의 본질, 인간의 윤곽은 “바닷가 모래사장에 그려놓은 얼굴처럼 사라질지 모른다”.
『‘장판’에서 푸코 읽기』 70쪽
자립생활을 위한 탈시설 장애인의 투쟁은 장애인만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인류 보편의 문제이다.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질적으로 다른 문제를 갖고 있는 집단이 아니라, 비장애인들이 편견, 무지, 게으름 때문에 잘 느끼지 못하는 문제를 훨씬 더 예민하고 절실하게 느끼는 사람들이다.
『‘장판’에서 푸코 읽기』 290쪽
미셸 푸코는 인문사회과학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름을 들어본 유명한 현대 철학자이다. 현대 프랑스 철학자 가운데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책이 번역된 저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반 독자로서는 왠지 철학 하면 두려움과 거리감을 느끼곤 한다. 어렵고 딱딱하고 낯설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 책은 아주 중요한 장점을 지닌 책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평범한 독자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간명하고 충실하게 소개하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책은 장애인들을 비롯한 평범한 청중을 상대로 한 강연과 세미나의 결과이다. 책은 『광기의 역사』나 『말과 사물』, 『감시와 처벌』, 『성의 역사』 같은 푸코의 대표작들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을 간명하게 잘 제시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더 중요한 장점은, 푸코의 사상을 장애인 운동의 시각에서 읽고 활용한다는 점이다. 사실 알다시피 푸코는 동성애자였고, 그로 인해 평생 많은 고통을 겪었다. 이 때문에 푸코가 평생 몰두했던 화두는, 근대 사회가 어떻게 광인, 동성애자, 우범자, 정신장애인 등과 같은 ‘비정상인들’을 체계적으로 산출해왔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저자가 ‘장판’이라고 표현하는 장애인 운동과 관련하여 푸코를 읽는다는 것은 푸코 자신의 핵심 문제의식과 잘 들어맞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푸코의 『말과 사물』이나 『감시와 처벌』 같은 책의 주요 대목을 소개하면서, 이 대목을 곧 우리 사회의 장애인의 현실과 연결시킨다. 가령 정신병원이 지적장애인 및 발달장애인들, 또는 알콜중독자들을 어떻게 감시하고 처벌하는지, 의사들의 권력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푸코 입문서가 아니라, 푸코와 함께 어떻게 장애의 문제를 사고할 수 있는지 질문하는 책이다. 또는 장애인의 시각에서 푸코를 어떻게 읽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질문하는 책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 평소에 어렵기만 했던 철학이 너무나 구체적이고 날카로운 현실의 문제로 표현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일독을 권한다.
추천사: 진태원(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박정수 서강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국문과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2년부터 연구공동체 ‘수유너머’에서 생활하며 프로이트, 푸코, 들뢰즈를 즐겨 읽었다. 지적인 성과보다 요리, 농사, 가드닝에서 뚜렷한 소질을 보였으며, 그래피티나 현장인문학을 통해 활동가적인 면모를 보였다. 그동안 쓴 저서로는 《현대 소설과 환상》, 《청소년을 위한 꿈의 해석》, 《매이데이》 등이 있고, 번역서로는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하나이다》, 《How To Read 라캉》, 《잃어버린 대의를 옹호하며》, 《누가 슬라보예 지젝을 미워하는가》 등이 있다. 2015년 수유너머 연구자 생활을 마감한 후 ‘장판’(장애운동판)으로 들어왔다. 2016년부터 인터넷 언론사 ‘비마이너’ 기자로 활동했고, 2017년 ‘노들장애학궁리소’ 창립 후 장애학 연구 활동가로 지내고 있다. 또한, ‘노들장애인야학’의 철학 교사, 노들야학 백일장 심사위원,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심사위원,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의 활동감사 위원으로 활동했다. 최근 관심사는 ‘장판’에서 ‘그리스 비극’ 읽기다. 노들야학 철학 수업 때 두 학기 동안 그리스 비극을 강독했다. 〈오이디푸스 왕〉을 강독할 때, 다리 개수로 ‘인간’을 정의한 스핑크스의 수수께끼가 평생 두 다리로 걸어본 적 없는 장애인들에게 어떻게 느껴질지 생각이 많아졌다. ‘비극’에 담긴 디오니소스적 운명애가 장애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지 몇 번 더 수업하면서 탐구해볼 생각이다. 생계활동으로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현대문화론’ 강의를 하고 있으며, 아내에게 임금을 받으며 가사노동을 하고 있다. 최근 ‘안양’으로 이사 와서 생애 처음 경기도 주민으로 지내고 있다. |
○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에 따라 <출처: 인문360> https://inmun360.culture.go.kr/content/360.do?mode=view&page=&cid=2367754 <‘장판’에서 푸코 읽기>의 공공저작물을 이용하였습니다.
박정수 지음/오월의봄/2020년/296쪽/17,000원
근대 인간학이 ‘인간’의 본질을 구성하기 위해 배제한 소수자들과 연대하며 장애학은 또다시, 그러나 다르게 ‘인간이란 대체 무엇인가?’라고 물을 것이다. 그 물음과 함께 인간의 본질, 인간의 윤곽은 “바닷가 모래사장에 그려놓은 얼굴처럼 사라질지 모른다”.
『‘장판’에서 푸코 읽기』 70쪽
자립생활을 위한 탈시설 장애인의 투쟁은 장애인만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인류 보편의 문제이다.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질적으로 다른 문제를 갖고 있는 집단이 아니라, 비장애인들이 편견, 무지, 게으름 때문에 잘 느끼지 못하는 문제를 훨씬 더 예민하고 절실하게 느끼는 사람들이다.
『‘장판’에서 푸코 읽기』 290쪽
미셸 푸코는 인문사회과학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름을 들어본 유명한 현대 철학자이다. 현대 프랑스 철학자 가운데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책이 번역된 저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반 독자로서는 왠지 철학 하면 두려움과 거리감을 느끼곤 한다. 어렵고 딱딱하고 낯설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 책은 아주 중요한 장점을 지닌 책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평범한 독자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간명하고 충실하게 소개하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책은 장애인들을 비롯한 평범한 청중을 상대로 한 강연과 세미나의 결과이다. 책은 『광기의 역사』나 『말과 사물』, 『감시와 처벌』, 『성의 역사』 같은 푸코의 대표작들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을 간명하게 잘 제시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더 중요한 장점은, 푸코의 사상을 장애인 운동의 시각에서 읽고 활용한다는 점이다. 사실 알다시피 푸코는 동성애자였고, 그로 인해 평생 많은 고통을 겪었다. 이 때문에 푸코가 평생 몰두했던 화두는, 근대 사회가 어떻게 광인, 동성애자, 우범자, 정신장애인 등과 같은 ‘비정상인들’을 체계적으로 산출해왔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저자가 ‘장판’이라고 표현하는 장애인 운동과 관련하여 푸코를 읽는다는 것은 푸코 자신의 핵심 문제의식과 잘 들어맞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푸코의 『말과 사물』이나 『감시와 처벌』 같은 책의 주요 대목을 소개하면서, 이 대목을 곧 우리 사회의 장애인의 현실과 연결시킨다. 가령 정신병원이 지적장애인 및 발달장애인들, 또는 알콜중독자들을 어떻게 감시하고 처벌하는지, 의사들의 권력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푸코 입문서가 아니라, 푸코와 함께 어떻게 장애의 문제를 사고할 수 있는지 질문하는 책이다. 또는 장애인의 시각에서 푸코를 어떻게 읽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질문하는 책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 평소에 어렵기만 했던 철학이 너무나 구체적이고 날카로운 현실의 문제로 표현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일독을 권한다.
추천사: 진태원(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박정수
서강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국문과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2년부터 연구공동체 ‘수유너머’에서 생활하며 프로이트, 푸코, 들뢰즈를 즐겨 읽었다. 지적인 성과보다 요리, 농사, 가드닝에서 뚜렷한 소질을 보였으며, 그래피티나 현장인문학을 통해 활동가적인 면모를 보였다.
그동안 쓴 저서로는 《현대 소설과 환상》, 《청소년을 위한 꿈의 해석》, 《매이데이》 등이 있고, 번역서로는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하나이다》, 《How To Read 라캉》, 《잃어버린 대의를 옹호하며》, 《누가 슬라보예 지젝을 미워하는가》 등이 있다.
2015년 수유너머 연구자 생활을 마감한 후 ‘장판’(장애운동판)으로 들어왔다. 2016년부터 인터넷 언론사 ‘비마이너’ 기자로 활동했고, 2017년 ‘노들장애학궁리소’ 창립 후 장애학 연구 활동가로 지내고 있다. 또한, ‘노들장애인야학’의 철학 교사, 노들야학 백일장 심사위원,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심사위원,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의 활동감사 위원으로 활동했다. 최근 관심사는 ‘장판’에서 ‘그리스 비극’ 읽기다. 노들야학 철학 수업 때 두 학기 동안 그리스 비극을 강독했다. 〈오이디푸스 왕〉을 강독할 때, 다리 개수로 ‘인간’을 정의한 스핑크스의 수수께끼가 평생 두 다리로 걸어본 적 없는 장애인들에게 어떻게 느껴질지 생각이 많아졌다. ‘비극’에 담긴 디오니소스적 운명애가 장애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지 몇 번 더 수업하면서 탐구해볼 생각이다.
생계활동으로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현대문화론’ 강의를 하고 있으며, 아내에게 임금을 받으며 가사노동을 하고 있다. 최근 ‘안양’으로 이사 와서 생애 처음 경기도 주민으로 지내고 있다.
○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에 따라 <출처: 인문360> https://inmun360.culture.go.kr/content/360.do?mode=view&page=&cid=2367754 <‘장판’에서 푸코 읽기>의 공공저작물을 이용하였습니다.